[농축유통신문 구윤철 기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또는 군자국(君子國)이라 했다. 중국의 공자는 조선에 가서 예의를 배우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고 할만큼 우리나라는 예의에 밝은 나라였다. 지금은 어떤가? 세상이 시끄럽다. 뉴스와 신문을 보면 갑질 뉴스로 눈과 귀가 바쁘다. 식당 손님이 식당주인에게 폭언과 금전요구를, 직장에서 상사직원이 부하직원에게 폭언과 부당한 업무지시를,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다는 뉴스들이 쉬지않고 흘러 나온다. 이제 동방예의지국이 갑질 공화국이 되었다.
갑질이란 무엇인가? 갑질이란 말은 원래 없는 말이었다.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째를 이르는 말인 갑과 어떤 행위를 뜻하는 접미사 ~질을 결합해 만든 용어로 2013년도에 인터넷에 등장한 신조어이다. 갑질은 갑을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갑이 신분, 지위, 직급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부당한 행위를 요구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육체적, 정신적 폭력, 언어폭력, 괴롭히는 환경조장 등이 여기에 해당 된다고 볼 수 있다.
나를 돌이켜 보면 생각지 못한 갑질도 받아왔지 않나 싶다. 사무실 막내 일때는 당연히 제일 먼저 출근하여 청소하고, 상사에게 커피를 타드리고, 상사가 퇴근하시기 전에는 퇴근하는게 아닌 줄 알았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근데 이런행위를 직급이 낮다고 해서 시키면 이또한 갑질이 아닌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음양오행중 음양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침에 햇빛이 드는 양의 자리가 저녁이면 그늘이 지고 빛을 못받는 음이 된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과거에 내가 그렇게 했으니 후배들의 당연히 그렇게 해주리라고 믿는 자체가 속된말로 꼰대의 생각인 것이다.
변하지 않는 사고는 고집과 오만을 낳을 수 있다. 현대사회는 각자의 인격과 개성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바로 공감능력인 것이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라볼 때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갑질을 근절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 조직은 매년 갑질근절 선포식 행사를 갖는다. 전 직원들이 모여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선서를 한다. 통상 직장 막내가 최고상사에게 갑질근절 선서를 한다. 생각해 보니 옳지 않았다. 갑질행위는 상사들이 주로하는 행위이지 막내들이 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래서 올해 갑질근절 선포식에서는 상사인 내가 선서를 하고 그 선서를 가장 막내직원들이 받게 하는 소소한 변화를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갑질 행위가 하루아침에 바뀔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것 부터 조금씩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남의 입장이 될 때 갑질행위가 서서히 바뀌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작은 것부터 찾아보고 실천해보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고, 변화 속에서 다시금 갑질 공화국이 동방예의지국이 되지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조준규 서부지방산림청장
※본 칼럼은 기고받은 내용으로 농축유통신문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