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시대 훌쩍 넘는 농업의 ‘제3인류’(7)-힐링플레이] 취약계층 찌그러진 삶의 공간을 숲으로 활짝
[FTA 시대 훌쩍 넘는 농업의 ‘제3인류’(7)-힐링플레이] 취약계층 찌그러진 삶의 공간을 숲으로 활짝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6.18 07:49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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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여가·삶의 공간 숲으로 무한 확장  
산림복지 인프라 사회적 약자에 정조준 
장애·비장애 차별없는 체험 콘텐츠 개발


트리클라이밍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
트리클라이밍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11살 앞을 보지 못하는 민찬이는 집과 학교가 생활공간의 전부다. 앞을 보지 못하거나 휠체어에 기대어 사는 아이들에게 벌어지는 일상은 상상외로 단순하다. 특수학교에서 하루의 전반전을 소화하면 집에서의 후반전은 부모와 씨름한다. 학교-집. 집-학교라는 테두리는 그들을 궁벽진 공간으로 내몬다.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에게 제공되는 사회적 수업, 교육 반경은 공간부터 찌그러져 있다.  

'장애인들에게는 위험한 곳 천지다'라는 사람들의 편견은 이들의 생활 공간을 점령하고 위축시킨다. 오히려 더 많은 경험과 배려, 교육이 선행돼야 하지만 '그저 안전하게만'이라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교육 환경, 여가, 생활 반경에서 이격 시키는 것이다. 

휠체어에 의지하는 아이치고 숲이라는 자연을 즐기거나 등산이 좋다는 생각을 하는 아이가 전국에 몇이나 될까. 이들이 일상에서 나 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해 본 적이 있는가. '제로'에 가깝다.  

건장한 남성도 다리를 다쳐 당장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면 '사회적 약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아프면 집에나 있지'라는 따가운 사회적 눈총을 받기 일쑤다. 아이라면 여성이라면, 더욱이 장애를 가진 이들이라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이들이 우리 눈에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회 때문이다. 찌그러진 공간 밖으로 발걸음을 떼지 않는 이유는 용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려워서다. 

과거 숲에서 만난 휠체어 소년은 태아 때부터 걷지 못했다. 9살 초등학교 인생을 깡그리 통틀어 난생처음 산에 올라왔다고 털어놓은 아이는 산에서 숨 쉬는 초록빛 자연에 매료돼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이들이 사는 생태계에 무감각하다. 보이지 않으니 생각할 겨를이 없고 살을 맞대지 않으니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다시 숲에 와보는 게 꿈"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아이에게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정부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60만 명에 육박한다. 국내 총 인구를 5,000만 명으로 퉁치면 5%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고작 5%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들을 좌표 삼아 우리 삶 곳곳의 인프라를 기준 삼으면 많은 이들의 삶의 척도가 바뀐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마음이 아픈 청소년, 관절 통증으로 다리를 저는 할아버지, 아장아장 걷는 아이까지 삶의 질이 윤택해지는 스펙트럼이 확 넓어진다. 

취약계층이라는 모호한 바운더리는 우리 사회에 생각보다 넓고 두텁게 똬리를 틀고 있다. 성숙한 국가가 삶의 인프라의 기준을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곳에 정조준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진국은 사회를 바라보는 더듬이부터 촘촘하고 광범위하다. 
 

"보통 휠체어를 탄 아이들은 숲에 오면 친구들을 부러운 눈으로 올려다봐요. 산에 오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트리클라이밍 같은 나무 타기는 상상도 못하죠. 선생님들도 안전 때문에 걱정하죠. 경험이 없으니 두려울 수밖에요. 어렵게 선생님들의 승낙을 받고, 아이에게 허락을 구하면 트리클라이밍 전문가들이 첨단 기계를 활용해 안전성을 측정하고 나무에 로프를 걸죠. 친구들은 그 아이가 올라갈 수 있도록 줄도 걸어주고 당기기도 하면서 돕고요. 휠체어에서 벗어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면에서 발을 떼 공중에 매달려보는 경험을 하는 겁니다. 선생님 손을 꽉 잡았던 손을 어느 순간 풀고 5m 높이의 숲 향기를 만끽하죠. 평생을 올려 보기만 했던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순간, 얼마나 짜릿하겠어요." 

사회적기업 힐링플레이 유진선 실장이 산림복지 전문업을 하면서 가장 감격적인 순간으로 꼽은 장면이다. 다분히 다리가 불편한 아이에게 모든 교육이 집중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오히려 건강한 아이들은 다리가 아픈 친구를 도우며 성취감을 느끼고 마음으로 연대한다. 보통 특수학급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하는 통합교육을 하곤 하는데 물리적인 교육 환경의 제약은 심리적으로 장애와 비장애 친구를 가른다.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는 장애와 비장애를 허무는 최고의 무기다. 

시각 장애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손으로 보고 향기로 감각하는 아이들에게 숲은 무궁무진한 놀이터다. 숲에서 숨 쉬는 동식물을 만져보는 경험은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소중하다. 매미 탈피각을 만지면서 세상의 다양성을 터득하고 무당개구리의 까끌까끌한 등 피부를 경험하게 되면 상상하고 생각하는 층위가 다양해진다.  

취약계층이 가지고 있는 공간의 제약을 숲에서 확장하는 것. 누구나 공평하게 숲을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의 공간을 열어주는 것. 숲을 해석하고 듣기 좋게 번역해주는 일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모두에게 공평한 숲, 산림 선진국을 꿈꾸는 기업. 농축유통신문이 사회적 기업 힐링플레이를 FTA시대를 뛰어넘는 '제3인류'로 선정한 이유다.
 

숲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
숲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

<농림축산식품부·농축유통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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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21-06-18 19:12:31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어 맞이 해주는 숲~ 생명들을 보듬어 주고 안아주는 고마운 숲에서 행복하세요!^^

해롱포터 2021-06-18 13:59:45
모두가 숲에 오는일이 언제나 가능한 일일 수 있기를.... 같이 꿈꿔봅니다!

sym3004 2021-06-18 11:38:16
공평한 숲, 사회적 약자에 생태환경을 생각해 볼 수 있게하는 글입니다.
공평한 사회를 다 함께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kimjy747 2021-06-18 10:26:17
제 3인류, 힐링플레이의 가치있는 활동을 응원합니다

오영선 2021-06-18 10:21:36
숲을 확장한다는 것, 공간을 열어준다는 것, 그리고 대상에게 맞는 언어로 해석해준다는 마지막 문단이 큰 울림을 주는 좋은 기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