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벌채논란-독자투고] 전국의 나무꾼들이 사기꾼이 되어 버렸다
[산림청 벌채논란-독자투고] 전국의 나무꾼들이 사기꾼이 되어 버렸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6.24 0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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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기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신지식인.
장용기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신지식인.

최근 산림 업계에 벌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강원도 홍천의 한 사유림에서 벌거숭이 민둥산 사진 한 컷이 입방아에 오르면서 현 정부의 탄소중립, 산림청의 30억 그루 나무 심기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일부 언론과 환경단체에서는 현 정부가 탄소중립을 빌미로 국민 혈세를 낭비함과 동시에 산림 업계 배불리기를 한다며 연일 비난을 이어가면서 임업계를 사기꾼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논란은 일파만파 확대돼 산림청장은 거짓말쟁이로, 임업계 기관들을 소위 이익집단으로 지목, 환경파괴와 국민 세금을 착복한 불순분자로 쥐 잡듯 몰아세우는 형국이다.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임업계는 대통령의 눈을 흐리고,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할만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산림 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평생을 산과 함께 했던 산림인으로서 해당 주장과 일부 언론 보도에 몇 가지 주석을 붙이고자 한다.


산림녹화 사업의 명과 암
 
우선 국내 산림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은 전쟁통을 겪으며 산림 인프라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마비됐다. 민간 경제 시스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집행이 병행돼야 했는데, 벌거숭이 민둥산을 푸르게 만드는 '산림녹화 사업'이 그중 하나였다.

'나무를 심는다'라는 단순한 발상으로는 사업 성공을 담보하기 힘들었는데 당시 국민들의 삶의 여건, 국가 예산, 전국의 토질 상황 등 복잡하게 얽힌 국내 상황을 정책적으로 풀지 않으면 안 돼서다. 전쟁 이후 산림녹화 컨트롤 타워인 산림청이 만들어지면서 해당 사업을 전면 지휘하게 되는데 문제는 당시 국민들이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등 녹화사업에 걸림돌이 많았다는 점이다.

때마침 연탄 보급이 맞물리면서 땔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고, 당시 정부에서는 나무 베기에 벌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강력하게 통제, 낙엽송·리기다소나무 등 녹화 수종 위주로 전국을 일사천리 푸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4월 5일 식목일의 제정도 그 즈음이다. 1950년생이라면 벌거숭이 민둥산을 푸르게 만들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 나무 한 그루를 심어봤던 경험은 당시의 긴박감을 증명해 주는 상흔처럼 남아있다.

민둥산 특성상 온종일 햇빛에 견뎌야 하는 수종들이 필요했고, 생태의 다양성보다는 최대한 빠르고 잘 자라는 나무들로 국토의 대부분을 채워 나갔다. 양수(햇빛을 보며 크는 나무들) 위주의 녹화 사업은 외국에서도 벤치마킹 할 정도로 민둥산을 푸르게 만드는 성공 사례로 남았다.

 
획일적인 숲 다양성을 잃었다

 
전 국토의 푸르름에는 성공했지만 다양성을 담보하지는 못했다. 숲은 한 번 조성되면 나무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구성된다. 나무 한 그루가 터줏대감처럼 자신 주위에 있는 환경을 서열 순서에 따라 관장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강송 아래서 자랄 수 있는 임산물은 버섯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다른 생태계가 들어설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국내 숲 대부분은 소나무 위주의 생태계로 촘촘하게 얽혀 있다. 일반 국민들과 환경론자들에게 그저 아름다운 숲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조금만 시야를 확장하면 획일적인 숲의 보편성이 다양성을 해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때문에 숲을 가꾸는 산주들은 과거 간벌(일부 나무를 베어내는 일)을 주로 해 왔다. 비단 나무를 베는 것이 환경을 망치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경제성 없는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면 그 나무가 기득권처럼 차지했던 양분을 다른 생태계가 공유하면서 다채로운 생명들이 자라나는 힘이 된다. 나무가 베어진 자리에는 침엽수와 각종 열매 식물들이 자라면서 다양한 동식물의 식량 창고가 만들어진다.

산림의 순환, 자연의 생태계는 얄팍한 인간 중심 사고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현재 정부의 30억 그루의 나무 심기는 그동안 우리나라 산림이 가지고 있는 획일적인 숲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다양한 수종과 경제림으로 산림을 갱신하기 위한 기초 설계도인 셈이다.
 

'벌기령이라는 나무 유통기한 도입 이유
 
하지만 간벌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태풍과 홍수, 산불 등 각종 자연재해에 취약한 국내 기후 특성상 재해가 발생하면 간벌한 나무들이 떠 내려와 민가나 국가 기간시설을 덮치거나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가 되면서 업계에서 간벌은 기피 대상이 된다.

생태적 다양성은 포기하더라도 현재 나무들을 외국처럼 아름드리나무로 키우자는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국내 토양의 현실을 보지 못한 빵점짜리 문제 제기다. 국내 토질은 외국처럼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토심이 깊지 않다. 사람이 잘 먹어야 잘 자라는 것처럼 토양이 양분을 잘 공급해야 나무도 잘 자란다. 우리나라 토질의 경우 양분을 잘 공급할 수 있는 깊이는 기껏해야 5m 정도다. 산림 선진국처럼 사람 키의 수십 배인 매끈하고 키 큰 나무가 적은 이유다.

이런 이유로 국내 많은 임업 연구자들은 '30~40년' 벌기령이라는 나무의 유통기한 개념을 도입한다. 나무가 크지 못하고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면 나무속부터 썩어가기 때문이다. 국내 목재가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좀처럼 맥을 못 추는 이유 중 하나이며,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썩어 문드러져 수종 갱신을 할 수밖에 없는 근거다.

설사 토양의 질이 좋은 곳에 위치해 나무가 공룡처럼 커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를 벌목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산림 선진국의 경우 공룡 같은 나무도 벌목 작업이 가능한 5~6톤의 장비를 갖추고 있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임도가 뚫려 있지만 국내 산림 대다수는 1톤의 장비를 겨우 끌고 갈 수 있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어서다.

'30~40년'이라는 벌기령 도입은 우리나라 토양과 기후, 경제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건강한 산림 만들기의 일환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벌채가 환경을 죽인다업계 현실을 외면한 편협한 주장
 
환경단체에서 개벌(넓은 지역 나무들을 일시에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는 것)에 대해 문제 삼는 이들도 있다. 나무를 새로 심는 과정에서 어린 묘목은 죽고 심지 못하는 묘목은 방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일견 합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국내 산림 현실을 모르는 일차원적이고 편향적 시각이다.

우리나라 산은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시기가 극도로 짧다. 강원도의 경우 4월까지 땅이 꽁꽁 얼어있고 5월 초에는 30도를 웃돈다. 벌목 사업을 하게 되면 한 번에 3~5ha 정도의 나무를 베는데 1년이면 수십 헥타르에 이른다. 30도가 웃도는 시기가 되면 벌목작업은 올 스톱이다. 자칫 열사병으로 귀중한 사람의 생명이 산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길게 잡아봐야 3주 남짓인 벌목 작업 기간, 한정된 예산과 인력, 좁은 임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개벌은 필수 불가결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 개벌 후 시간이 조금 지나면 바로 그 자리에 다양한 생태 환경이 자리한다. 그 사이 다른 나무와 땅은 잠시 쉬어가는 휴지기를 갖고 이를 자양분 삼아 다채로운 생태계가 다시 꽃피우는 것이다. 환경파괴라는 주장은 이미 앞에서 설명했듯 당장 코앞에 문제점만 인식한 편협한 시각일 뿐이다.

또한 개벌 시 하늘에서 사진을 찍어 새로 심을 묘목 수량을 판단하는 데 실제 투입되는 묘목과 예상 수량 묘목의 오차가 제법 크다. 국내 산림 환경은 우후죽순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토양도 가지각색, 암반이 숨어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사가 가파른 곳과 완만한 곳 등이 뒤섞여 수량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 작업이 시작된 후 산 정상에서 묘목을 공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일선 현장에서는 조금은 넉넉하게 묘목을 준비한다. 또한 나무 식재 시 30%의 손실은 감안해야 하는 건 현장 밥을 먹은 사람치고 모르지 않는 사실이다. 자연을 갱신하는 사업은 공산품처럼 정확한 계획에 의해 찍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보존할 가치가 있는 숲, 건강한 산림은 이미 국가에서 보존림으로 지정해 나무 베는 일이 전면 금지돼 있다. 벌채 허가조차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부 사례와 잘못된 해석으로 마치 산림 업계가 국민의 세금을 펑펑 낭비하는 식의 비난이 불편함을 넘어 공포스럽게 들리는 것은 비단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하다.

 
정부 정책 다양한 변수 고려한 고차방정식이어야
 
지금도 전국 각지에는 나무와 산을 지킨다는 철학 하나로 몸과 마음, 전 재산까지 탕진하면서까지 평생을 임업에 귀의한 이들이 많다. 임업인들은 갖가지 환경 규제와 임도 하나 낼 수 없는 규정으로 넓은 산을 보유하면서도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암울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산을 물려받았지만 산림 경영이 힘든 탓에 자신의 소득을 산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으로 충당하면서까지 삶을 연명하는 임업인들도 있다. 국민들이 알아주지는 못할지언정 공기 청정 기능을 하는 산을 가꾸고 지킨다는 철학을 가지고 변변찮은 소득에도 우국충정의 마감으로 생을 마감한 임업 선배들도 부지기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임가소득은 약 3,700만 원이다. 순수 임업 활동(경상소득)으로 벌어들이는 임업소득은 1년에 고작 1,300만 원 수준. 그나마 정부에서 임업인들의 상황을 직시하고 국내 산림을 경제림으로 바꾸는 등 조금이라도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청사진을 제공하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임업인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번 벌채 논란은 전국에서 묵묵히 산림 경영을 하고 있는 임업인들에게 비수를 꽂았다. 우리 후손에게 인공 호흡기를 꽂고 연명하는 숲을 물려줘야 한다는 주장에 할 말을 잃었다. 환경을 보전한다는 생각만으로(그마저도 잘못된 생각이지만) 수많은 과학적 데이터와 현실을 감안해 정책을 짜는 수많은 임업인, 관련 업계사람들을 욕보이면서까지 현실을 왜곡하고 비난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 정책은 단순한 레토릭이나 감성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현장 상황, 각종 과학적 데이터, 경제성, 국내 산림 인프라 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 면밀한 숙의과정을 통해 도출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단기적인 나무 베기가 환경파괴라는 1차원적인 생각만으로 임업계에 윽박지르는 행태에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 펜을 들었다.

전국의 나무꾼들이 사기꾼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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