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나 깎인 군납 단가, 이럴 바엔 군납 안하렵니다”
“40%나 깎인 군납 단가, 이럴 바엔 군납 안하렵니다”
  • 엄지은 기자
  • 승인 2021.06.24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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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남용 농민(접경지군납출하협의회장)

[농축유통신문 엄지은 기자] 

“국가 안보만큼 중요한 것은 먹거리 안보입니다. 그런데 군납 농산물 가격을 많게는 40%에 가까울 정도로 깎아 내린다는 것이 말이나 될까요. 제가 청와대 앞에서 이런 발언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지금 농촌의 인건비는 40% 이상 오른 상황에 역행하는 군납 농산물 가격은 농민들에게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있습니다. 식량은 우리의 가장 소중한 먹거리에요. 안전한 먹거리, 좋은 먹거리, 보장된 먹거리가 있어야 대한민국 군인들이 건강할 수 있는 겁니다.”

 

청와대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군납농산물 농가의 입장을 목 놓아 외치고 있는 이남용 농민은 경기도 양주시 백석면에서 감자를 캐다 말고 다급히 올라왔다. 군납 농산물 단가 계약을 담당하는 조달청이 일부 농산물 품목의 단가를 생산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터무니없이 낮게 산정한 것에 농민의 목소리를 내고자 한 것이다.

경기도 양주 백석면에서 감자와 양파를 생산해 인근 군부대에 납품을 해온지 어연 34년, 애호박을 전국 최초로 군납한 그는 인력 수급도 어려운 상황 속에 30~40% 폭락시킨 가격을 제안하는 국방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확하지 않지만, 이번만큼 군납농산물 가격이 떨어진 적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특히 지금과 같이 인건비도 올라가는 상황에서 농산물 가격이 떨어진다니 말도 안 되죠.”

그는 올해 납품할 물량을 위해 지난해 8월 파종을 시작한 자신을 비롯한 농가들은 조달청이 제시한 단가를 미리 알았다면 농사를 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달청이 책정한 2021년도 군납 예시가격은 2020년 대비 최대 37%까지 낮게 책정된 품목도 존재한다. △애호박 33% △배추·양파 28% △고추 20% △마늘 15.6% △감자 12.5% 등 낮게 책정해 대다수 농가가 피해를 떠안게 된 상황이다.

이남용 농가는 이에 대해 “깐마늘보다 까지 않은 마늘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된 것은 농가를 기만하는 것이다. 군대에서는 까지 않은 마늘은 구입하지도 않는다”며 울분을 터트리기도 했다.

농가들은 국방부가 도입키로 한 저가 경쟁입찰 방식, 학교급식전자조달(eaT)시스템에 더 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남용 농가는 이 소식에 질 낮은 저가 급식을 먹을 군장병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농민들이 저가경쟁에 짓눌릴까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저가경쟁입찰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부실 식재료 공급을 용인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어요. 자라나는 청년들에게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 뿐만 아니라 농민들은 당연히 저가경쟁에 시달리게 되겠죠,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농가들은 더욱 저가의 농산물을 내놓기 위해 하위품질을 생산해낼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며 저렴한 농산물을 찾기 위해 수입산도 마다하지 않겠죠. 결국, 우리 농업은 무너질 것입니다.”

이남용 농가는 지속적인 농업을 위해서라도 조달청의 군납 농산물 단가 후려치기는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떨어지는 농산물 가격은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농업 인력난을 가중시킬 것입니다.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생계 보장도 받지 못하는 농업에 희망이 보이겠나요. 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조달청의 일방적인 군납 농산물 가격 결정은 없어야만 합니다. 군 급식은 안전한 농산물이 가장 우선입니다. 그리고 그 안전한 농산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군납 농산물의 가격 결정에 농민들의 목소리가 담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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