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젖소 번식능력과 생산수명을 예측할 수 있을까?
[기고]젖소 번식능력과 생산수명을 예측할 수 있을까?
  • 농축유통신문
  • 승인 2021.07.0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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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 농업연구사 이지환

통계청 가축동향조사(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 낙농가의 가구()당 평균 사육마릿수는 199523.5마리에서 201966.1마리로 낙농가 수는 점차 줄어드나 가구당 사육규모는 늘어나는 추세다. 사육마릿수가 늘어날수록 농장 내 젖소 우군의 번식관리는 더 중요해지며 올바른 번식관리는 곧 우군의 생산수명 연장으로 이어진다. 서울우유 협동조합의 목장종합실태조사(2013)에 따르면 낙농가에서 비자발적 도태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번식문제(27.6%)로 나타났다.

많은 연구자들은 농장 내 우군의 번식력과 생산수명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젖소의 혈액에서 순환하는 항뮬러관 호르몬(Anti-Mullerian Hormone, AMH)이 번식력과 생산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마커로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 항뮬러관 호르몬은 암컷의 생식도관인 뮬러관을 퇴행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이름도 항뮬러관 호르몬(Anti-Mullerian Hormone)이라 붙여졌다. 그러나 이후 여성, 암소, 암양 등 난소 내 난포의 과립막세포(granulosa cell)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이 발견됐고, 이후 각 축종별로 항뮬러관 호르몬의 역할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 연구가 시작됐다. 현재 항뮬러관 호르몬 수준을 이용한 생식활동 예측은 인간을 포함한 여러 가축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람의 경우 산부인과, 불임클리닉, 한의원 등에서 혈액 내 항뮬러관 호르몬 수치를 이용해 여성의 임신 가능성, 폐경, 난소예비력 등 여러 생식활동을 예측하고 있다.

젖소에서 혈액 내 항뮬러관 호르몬 수준과 번식력, 생산수명의 관계에 대해 현재까지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1112개월령에 측정한 항뮬러관 호르몬 수준을 기준으로 항뮬러관 호르몬이 높은 그룹에 속한 개체는 전 산차에 걸쳐 수태율, 수태당 수정횟수, 공태일수 등의 주요 번식성적이 항뮬러관 호르몬 수준이 낮은 그룹보다 높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뮬러관 호르몬은 난소 내 동난포 수(Antral follicle count; AFC)와 강한 상관관계가 있어, 항뮬러관 호르몬 수준이 높은 그룹이 과배란 처리나 난자직접채취법(OPU) 시술을 할 때 수정란 생산 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번식성적과 더불어 젖소에서 중요한 형질로 평가되고 있는 생산수명은 한 개체가 우군 내에서 경제성 있게 얼마만큼 오래 살아남는가를 평가하는 형질이다. 미시간대학교에서 발표한 논문(2015)에 따르면 항뮬러관 호르몬 수준이 가장 낮은 그룹이 다른 그룹에 비해 전 산차에 걸쳐 우군 내에서 빠르게 도태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높은 항뮬러관 호르몬 수준이 번식력 향상에 도움이 돼, 생산수명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 추측된다. 아직까지 연구된 소수의 결과로 항뮬러관 호르몬 수준이 높을수록 생산수명이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어 향후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젖소의 혈중 항뮬러관 호르몬 수준의 기준점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항뮬러관 호르몬이 연령생리적 단계별로 어느 수준 이상이어야 번식력이 좋고 생산수명이 길어지는가를 찾는 연구다. 해당 연구 결과가 도출되면 혈중 항뮬러관 호르몬 함량을 기준으로 번식력이 좋을 것으로 예측되는 암송아지를 선발하고, 이를 통해 번식력과 생산수명이 긴 암소 집단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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