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보라 셰프] 토종 재료에 이탈리아 향기가 물씬···"국내산 식재료 매력에 집중해요"
[송보라 셰프] 토종 재료에 이탈리아 향기가 물씬···"국내산 식재료 매력에 집중해요"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7.09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FTA 시대 훌쩍 넘는 농업의 ‘제3인류’(10) - 그림 작가 송보라 셰프

퓨전 요리로 국내산 농축산물 세계화에 앞장
생산자·셰프·요리사의 선순환 구조 구축해야
식재료 우수성 한식의 확장성에 셰프가 기여


SHE IS...송보라 셰프는 전 세계에서 요리를 배운 이단아다. 도자공예 기능사가 있고 세라믹 아트 디자인과를 졸업했다. Amazing Korean Table 2009 ‘팀 오트 퀴진 챌린지’ 1위. Super Recipe 매거진.‘Summer Noodle Recipe Contest’ 우수상을 거머쥐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benu''샌프란시스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근무, BBQ Chicken(USA) Head Chef 역임했다. 지금은 한국의 농축산물을 알리기 위해 지자체, 지역 농가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고, 그림 작가로도 명성을 쌓고 있다.


맛의 춘추전국시대다. 주위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먹거리로 넘쳐난다. SNS에만 들어가도 사람들을 유혹하는 음식으로 가득하다. 걸출한 메인 요리뿐만 아니라 손으로 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디저트까지. 세상에 온갖 맛집은 SNS에 다 모여있는 듯하다. 

화려한 음식들이 조명 받는 데는 셰프들의 공헌이 지대하다. 각종 방송에 등장하는 셰프의 활약은 음식을 더 이상 생존의 도구가 아닌 문화처럼 즐기는 예술로 격상시켰다. 농업계에서도 셰프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농축산물 본연의 습성을 이해하고 활용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셰프만큼 적임자가 없어서다. 

셰프들의 진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원석을 캐내 보석으로 가공하듯 각종 재료들을 발굴하고 조합해 맛의 극치를 끌어내는 레시피를 개발하기도 한다. 해당 레시피는 유튜브에 공유되면서 농축산물 소비에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다는 송보라 셰프도 그중 하나다. 그녀의 요리는 엣지 있기로 유명하다. 재료는 구수한 국내산이지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나 볼법한 외모로 트렌디함은 잡았다. 한식과 양식이라는 고정된 틀을 파괴하고 오로지 재료의 본질에 집중한다는 송 셰프의 요리 현장을 찾았다. <편집자 주>
 

송보라 셰프가 한우 고기를 손질하고 있는 모습. (한우고기 협찬=전국한우협회·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송보라 셰프가 한우 고기를 손질하고 있는 모습. (한우고기 협찬=전국한우협회·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사진=이민지 기자] 

"잠깐만요 한우 감자 수제비라고요?"
  
살이 통통하게 오른 한우. 슬라이스 한 노릇한 감자. 떼깔 고운 고사리. 산 기운을 머금은 표고버섯. 아이 손바닥만한 깻잎순이 차례로 식탁에 오른다. 고사리를 보글보글 끓는 물에 삶고, 한우를 깍둑 썰어 올리브유로 볶아 소금 간을 해준다. 감자수제비를 물에 퐁당 넣어 3분간 삶는다. 

한쪽 프라이팬에는 퓨어 올리브유, 표고, 고사리, 마늘, 삶아진 수제비, 표고 파우더, 노릇하게 볶아둔 한우와 함께 2분간 다시 볶고 슬라이스 감자를 섞어 불을 끈다. 접시에 들기름을 두르고 깻잎순과 후추를 뿌려 마무리. 요리 완성. 참 쉽죠.
 

한우 감자 수제비 요리.
한우 감자 수제비 요리.

잠깐만요. 맛 좀 볼게요. 향긋한 깻잎, 한우의 통통한 식감, 감자수제비의 쫀득함, 감자의 아삭함과 고소한 들기름이 연신 혀를 어루만진다. 한우가 주는 진한 맛의 깊이와 표고의 쫄깃함이 미각을 깨우고 깻잎의 알싸함이 코를 자극한다. 

외모는 로마의 아침인데 맛은 우리 농축산물의 구수함이 돋보인다. 버터와 치즈에 버무린 이탈리아의 파스타 요리 뇨키(gnocchi)의 한국 버전. 맛있다로 퉁치기에는 죄짓는 기분이다. 국내 토종 농축산물에 이탈리아 장인의 소스를 뿌린듯한 맛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자.

"담음새는 양식인데 맛보면 친근한 우리나라 식재료 티가 꽤 나죠. 우리 채소·한우의 맛과 향을 최대한 음식에 담아내고자 노력했어요. 이탈리안이나 프렌치 그 어떤 양식과 틀에 구속되지 않는 송보라만의 음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송 셰프의 푸드 페인팅.
송 셰프의 푸드 페인팅.

"우리 먹거리도 확장성이 필요하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송보라 셰프. 그녀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에는 도자기 공예 기능사를 취득했고, 대학은 제품디자인학과로 입학했다. 요리는 미국 레스토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소위 요리에 꽂혀 시작했다. 

그림 작가로도 입성했다. 요리하기 전 메뉴를 구상하고 화폭에 옮기는 작업을 한다는 그녀는 2018년 '보라가 그리고 쓰다'라는 첫 개인전도 열었다. 독특한 이력은 분야를 넘나드는 동력이 됐다. 아모레퍼시픽 샴푸 론칭 케이터링 프로젝트, 2017년 방영한 드라마 '사랑의 온도' 식품 드로잉 참여, 프리미엄 참기름 광고 촬영과 메뉴 개발, 2017 코리아오픈 테니스 케이터링 협업 등은 각종 분야에서 음식과 요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지역 농축산물을 배워나가는 과정은 송 세프의 즐거움 중 하나다. 요리사로 구성된 모임인 L.I.S.S(Local, Ingredient, Seasonal, Simple)는 우리 음식과 지역 농산물에 관심이 많은 셰프들이 만든 모임으로 조리복 회사 ‘븟’의 배건웅 대표가 모임장을 맡아 지난 5년간 전북 완주, 충남 아산, 제주도, 전남 장흥, 김포, 지리산, 강원 양구 등 국내 다양한 지역 생산지를 방문해서 1차 생산자들을 만나왔다.

"앞으로는 배부른 음식, 맛있는 음식, 건강한 음식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가치를 찾는 문화적 소비가 필요합니다. 문화적 소비를 매개하는 셰프라면 우리가 먹는 식재료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L.I.S.S.란 이름도 그렇게 탄생했고요. 평소 요리사들은 생산자를 직접 만나기 쉽지 않은데 이 모임을 통해 생산지 현장의 다양한 것들을 체험할 수 있게 됐어요. 이를 통해 우리 식재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뿐만 아니라 농촌의 실상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지역 농산물과의 협업 식재료 이해도 높여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셰프의 역할은 중요하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개가 요리가 되기 때문이다. 식재료에 대한 높은 이해가 생산자-요리사-소비자가 삼각편대를 이뤄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송 셰프의 생각이다.

그녀는 2016년~2018년 3년간 무주 특산물로 메뉴 개발을 하며 마을 활성화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이 농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고 설명한다.

"제가 '3도 3군 관광협의회' 의뢰를 받고 무주 특산물로 메뉴 개발에 나섰거든요. 직접 농사짓는 일에 참여해보고 농민들의 땀과 정성을 경험해봤죠. 저에게 농업이란 요리사를 존재하게 하는 어머니와 같다는 생각을 해요. 흙을 고르고 영양분을 공급하고 씨를 심어 물을 주는 과정들. 농민이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작물에 애정을 주는 과정을 통해 먹거리가 생산되는데 요리의 기본인 식재료를 무한히 공급해 주는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잖아요."
 

축산업계에도 특별한 메시지를 줬다.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품질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면서도 비선호 부위에 대한 소비에 셰프가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많은 음식들을 맛보고 조리해 봤지만 우리 농축산물처럼 품질 좋고 신선한 제품은 보기 힘들거든요. 다만 내수시장은 축산물 소비 편중이 심한데 셰프들이 비선호 부위에 대한 다양한 메뉴 개발을 통해 소비를 끌어올린다면 생산자와도 윈윈하는 결과를 낼 수 있잖아요. 때문에 셰프와 농축산업계의 컬래버는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곤드레 페스토 참외 파스타.
곤드레 페스토 참외 파스타.

셰프음식과 생명 행복의 연결고리
  
송 셰프는 또 다른 메뉴 2종을 선보였다. '곤드레 페스토 참외 파스타'와 '소고기 파프리카 묽은죽'이다. 페스토는 이탈리아 전통 소스를 뜻하는 말로 주로 파스타 요리에 활용된다. 페스토는 보통 바질이 들어가지만 송 셰프는 생곤드레와 시금치를 활용했다. 한식의 확장성,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구현하는 요리도 전통방식에만 얽매이지 말자는 취지다. 파스타 위에 올라가는 데커레이션도 샛노란 참외로 시각적 매력을 더했고 스페인의 초리조를 활용해 서구에서도 먹힐만한 퓨전 요리로 완성시켰다.

송 셰프는 페스토에 대해 "익숙한 우리 전통 나물 곤드레로 만든 페스토로 파스타, 샌드위치는 물론 고기와 함께 밥에 비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좋다"고 말한다.
 

소고기 파프리카 묽은죽.
소고기 파프리카 묽은죽.

농축산물과 키즈를 결합한 '이유식 컬래버'도 송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니다. 특히 국민 육류인 한우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수품으로 등극한지 오래. 

7개월 아기를 위한 이유식으로 '소고기 파프리카 묽은죽'을 선보인 그녀는 한우 안심, 파프리카, 아욱, 으깬 쌀가루를 활용해 일상 속에서도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건강 만점 이유식을 내놨다. 특히 그녀는 "영유아 이유식 시장은 국내산 프리미엄 농축산물 수요가 많다"고 설명하면서 "키즈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농축산물 소비 진작을 위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 셰프는 셰프라는 직업에 대해 음식과 생명, 그리고 인간이 살아가는 행복을 연결해 주는 사람으로 규정지었다.

"음식은 곧 생명력이에요. 인간은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살아가요. 셰프는 음식을 맛있게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음식이라는 생명력을 통해 모두에게 맛의 행복, 건강의 행복도 선사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셰프들이 농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 아닐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