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의 선진국 입성과 농업의 품격
[사설] 한국의 선진국 입성과 농업의 품격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7.09 10: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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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선진국이 됐다. 지난 6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유엔 회원국들은 만장일치 합의로 한국 지위를 개발 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시켰다.

최근 G7 정상 회의 초청, 문재인 대통령의 스페인,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등은 전 세계가 우리나라에 어떤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지 가늠하게 해주는 지표가 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남미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일이라든지, 전 세계의 코로나 방역,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 테이블에서 한국이 거론되는 이유는 그만큼 한국의 국격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선진국 그룹 입성이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국제 무역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보다 국제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책임과 그에 따른 역할이 더 높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을 주력으로 하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각종 무역 협정에서 개도국 지위를 활용한 것도 더 이상은 손에 쥘 수 없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농업부문에서의 우려는 더욱 크다. 시장 개방 파고 속에서 가장 타격을 입는 산업이자 무역 주력 품목의 성장을 위해 희생한 당사자이어서다.

흔히 농민이 아스팔트 농사를 짓는다고 말한다. 농업 부문의 피해를 대국민, 대정부에 호소할 때 도심에서 이뤄지는 집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농민들이 생떼 부린다고 하기도 하고 심지어 구걸한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폄훼한다. 농업에도 품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조금만 관찰해 보면 정부 정책과 기조로 피해를 입는 국내 모든 산업계는 전부 거리로 나왔다. 아스팔트 농사라는 용어가 난무하는 것도 그만큼 농업계의 피해가 막심했다는 증거다.

아직도 농업계에서는 각국과의 FTA로 어떤 품목은 몰락의 길을 걷기도 하고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농민들도 많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농식품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대다수의 농민들은 여전히 고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시대가 변했다. 농업계도 다양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농촌에도 많은 변화와 혁신이 진행 중이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승장구하는 글로벌 농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우리 농촌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두운 곳부터 관찰해야 한다. 갈수록 도시와의 경제적 격차는 확대되고 농촌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 지방 소멸까지 거론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어찌 보면 가장 취약한 산업이 농업이다.

성숙한 국가는 국가 정책, 삶의 인프라의 기준을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곳에 정조준한다. 특히 선진국은 피해를 보는 산업에 대한 예우와 업계 회생에 대한 지원과 폭이 두텁다. ‘공정’과 ‘정의’, 그리고 약자를 인지하는 더듬이가 촘촘할수록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국이 선진국에 가입했다는 소식은 분명 반가운 일이나 우리가 진짜 선진국인지, 선진국에 걸맞은 취약 산업에 대한 예우는 하고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농업에 품격을 요구한다면 선진국의 행실부터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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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07 21:09:18
음... 꼭 선진국이 된 것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