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왕' 경마 산업의 몰락···코로나로 '패닉'
'스포츠 왕' 경마 산업의 몰락···코로나로 '패닉'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7.15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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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경주마 생산 농가 중 절반이 폐업
"종사자 2만 4천 명 거리로 나앉을 판"
경륜·경정 온라인 발매 허용···“불공정”
온라인 마권 발매 반대한 농식품부 저격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때아닌 도심에 말들이 줄지어 걷는다.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가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 속에도 울려 퍼진다. 30마리 남짓한 말들이 줄을 맞춰 세종청사 앞을 하염없이 누빈다. 때때로 지나가는 차들은 창문을 내리고 도심 속 아스팔트를 누비는 진풍경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몇몇 말들은 '김현수 장관 물러나라'는 띠를 둘렀고 말들을 뒤쫓는 마필 수송차량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퇴진!'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코로나 정국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모인 말 산업 관계자 500여 명이 농림축산식품부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연신 "김현수 장관 퇴진"을 외쳤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권광세 한국내륙말생산자협회장은 "이미 많은 경주마 생산농가들이 경영난에 신음하고 있다"면서 "전국 900개의 경주마 생산 농가 중 절반 이상이 폐업 상태"라고 말했다.
 

1년 5개월 집단 휴업 상태 지속
실직과 폐업 도미노 줄도산 

  
코로나가 경마 산업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단 모임 금지로 경마산업은 올 스톱됐다. 금방이라도 재개될 것 같았던 경마는 반년이 지속되자 경주마 경매장까지 한파가 불어닥쳤다. 지난해 가을에는 회당 30마리 가까이 낙찰되던 경주마들은 한 마리도 선택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문을 걸어 잠근 경마장의 마권 수입이 사라지자 경마 상금이 줄었고, 마주들은 말을 살 수 없어 도미노처럼 피해가 줄을 이은 것이다.

이후 또다시 9개월이 흘렀다. 또다시 확산되는 코로나로 경마 재개는 알 수 없는 상황. 경주마는 마리당 70~80만 원의 유지비가 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농가들은 채산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복수의 말 생산 농가들은 “하염없이 길어지는 코로나로 농가당 약 2억 원의 매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꽁꽁 얼어붙은 산업은 마주, 조교사, 기수, 조련사, 경마정보사업자, 유통업자 등의 연쇄 붕괴를 불러오고 있다. 어림잡아 2만 4,000여 명의 경마산업 관련 종사자들이 실직과 폐업, 파산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은 "지금의 경마산업은 붕괴 직전"이라면서 "특히 경주마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 이를 재건하는 데는 수십 배의 비용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빨리 정부가 경마산업 회생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륜·경정 지난 5월 국회 통과
장관 경마만 묻지마 반대 고수
  

이날 축경비대위는 경주마와 승용마 30여 두의 말을 출동시켰다. 경마산업 주무 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에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청사 주변에서 시작된 말들의 행렬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계속됐다.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이들은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의 불발 원인으로 김현수 장관을 지목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민 정서를 들먹이며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만을 고수한다는 이유다.

이들은 코로나 시대 온라인을 독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에만 집착하는 농식품부에 '불공정'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온라인 발매를 반대하고 방역대책에 역행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경륜과 경정의 온라인 발매 관련 법안은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8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식품부에 대한 불만에 불을 지폈다. 경륜·경정의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산업의 온라인 판매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축경비대위 관계자는 "지금 경마 산업의 모든 구성원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라면서 "농식품부 장관이 반대한다면 장관 퇴진 운동을 비롯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세종청사 집회 전날인 12일에도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제주말산업생존비상대책위원회 회원 100여 명은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코로나 이후 말 생산농가 절반이 문을 닫았고 비정상 경마로 겨우 최저생계비만 보전 받고 있는 마주,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와 관련 업계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는 수많은 노동자와 현장의 아우성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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