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창만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정부가 독려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모른 척”
[인터뷰-김창만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정부가 독려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모른 척”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7.15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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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기반 괴멸되면 경마산업 회생 불가
말 산업 종사자 2만 4천 명 생존권 붕괴
지속 가능한 경마산업 논의 테이블 올려야


△ 김창만 축경비대위원장이 지난 13일 개최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 김창만 축경비대위원장이 지난 13일 개최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1년 5개월 이상 경마산업이 올 스톱 됐다. 경주마 생산은 특수한 산업이다. 일주일을 쉬게 되면 한 달 이상은 훈련해야 경주마가 제 역할을 한다. 3~4개월 훈련을 하지 않으면 폐마가 될 수도 있다. 경마가 쉬더라도 지속적으로 훈련과 관리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생산 농가들은 채산성 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미 절반이 폐업했다. 다시 경마가 재개된다고 해도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 있나.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라인 마권 발매 입법화만이 살 길이다.”

김창만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목소리에는 날이 섰다. 경주마 생산농가의 절반이 폐업했다는 대목에서는 목소리까지 떨렸다. 절박함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고도 덧붙였다. 경주마 생산은 특수한 산업이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폐업할 수 있는 성질의 업태도 아니다.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인프라가 투입되는데 폐업 시 시설 철거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무리하게 폐업했다가 빚더미에 앉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주마 생산 농가들의 유일한 수익원은 마주로부터 나온다. 마주가 유일한 수요자이자 수익원이다. 때문에 생산 농가들은 경마산업에서 가장 취약계층에 속한다.

“본질은 경마상금 총액이다. 경주마 생산 농가 입장에서 소비자는 마주인데 마주의 소비 여력은 상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마주 수익이 없으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생산자에게 돌아온다. 당장 경마가 시작되더라도 마주의 말 구매는 경마의 선행지수를 보고 투자하기 마련이어서 생산 농가의 수익과는 시간차가 발생한다. 당장 경마가 정상화되더라도 생산 농가의 어려움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피라미드 구조에서 가장 취약계층은 결국 경주마 생산농가들이고 가장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가 장기화되자 말 산업 관련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관련 종사자들도 더 이상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으로 하나둘씩 업계를 떠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날을 세웠다.

“말 산업 피해는 우리뿐만 아니라 승마장 운영업, 말 유통업, 사료작물 재배업, 조련시설, 말 진료 및 의료·약품업계 등 농업부터 서비스업에 이르는 1~3차 산업을 망라하고 있다. 예상지 판매부터 경마공원, 장외지점에 입주해 있는 매점, 식당 근무자의 생존권까지 영향을 받는다.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지금 정부는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대책을 내놔야 한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정부의 이중적 행태를 언급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경륜·경정 온라인 발매가 8월부터 가능한 마당에 말 산업을 발전시켜야 할 농림축산식품부가 오히려 말 산업 붕괴의 주범이 되고 있고, 온라인 마권발매 부활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과거 경마산업 발전을 위해 생산자들을 독려했던 농식품부가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이중적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

영국, 프랑스, 호주, 미국, 일본, 홍콩 등 외국의 경우 온라인 마권발매를 통해 말 산업의 붕괴를 막아 정상적인 경마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행성이라는 비판이 두려워 온라인 마권 발매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는 사행성감독위원회가 있다. 경마에 대해 매출 상한도 지정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온라인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국가의 가이드라인까지 있는데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말은 논리가 빈약하다. 전 국민이 방역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농식품부만 이에 대해 역행하고 있지 않은가.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이 웬 말인가.”

김 위원장은 이번 기회를 경주마 생산업의 지속 가능성도 논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붕괴 직전의 경주마 생산 농가를 위한 극약 처방도 동시에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법은 온라인 마권 발매의 입법화다. 앞으로도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이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 그럴 때마다 경마장 폐쇄를 반복할 것인가. 이럴 경우 경주마 생산 농가의 붕괴는 불 보듯 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주마 생산 후계자가 나올 리 만무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경마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야 하는 이유다. 이 같은 위기가 반복되면 경주마 생산 기반은 괴멸될 것이 뻔하다. 한번 기반이 무너지면 다시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과 시간이 투입돼야 한다. 지금이라도 극약 처방을 내리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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