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시대 훌쩍 넘는 농업의 '제3인류'-에필로그] "틱톡·넷플릭스·아마존 알고리듬처럼"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로 진화하고 있는 농업
[FTA 시대 훌쩍 넘는 농업의 '제3인류'-에필로그] "틱톡·넷플릭스·아마존 알고리듬처럼"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로 진화하고 있는 농업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7.26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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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기후 상태를 확인하고 작물의 생육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스마트폰으로 기후 상태를 확인하고 작물의 생육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틱톡, 넷플릭스, 아마존이 유명해진 이유는 추천 알고리듬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은 사람들이 평소 자주 검색하는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분석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준다. 틱톡이 M&A 시장에 나왔을 때 46조 원의 기업가치가 매겨지고 넷플릭스가 500배의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 또한 아마존이 미국 소비시장을 점령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승승장구 속에는 공통적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지난 3개월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축유통신문이 FTA 시대를 뛰어넘는 제3인류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도출된 시사점도 이들 기업의 경영 전략과 일맥 상통한다. 글로벌 농업으로 가기 위한 여정에 탑승한 혁신 기업과 농민, 조직의 밑바탕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전략이 숨어 있다. 이제는 단순히 평균으로 예측하는 농업이 아니라 작물이나 농장, 농부 개인 성향을 정조준 한 맞춤형 농업으로의 진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 유용 데이터 추출
농업계데이터마이닝 시대 도래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을 두고 마이데이터라고 한다. 데이터의 중요성은 코로나 시대에 더욱 주목받는 화두가 됐다. 그중 개인들도 데이터를 활용하고 농업에 접목하면서 마이데이터는 농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동안 농업계에서는 데이터를 포집하고 그에 따른 단순한 결과 분석에만 의의를 뒀다면 이제는 넘치는 정보들의 연관관계를 분석하고 민·관·학의 협업으로 양질의 결과물을 도출·적용하는 데이터 활용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과거 데이터 산업이 단순히 IT 산업과 접목돼 미래 농업으로 가기 위한 추상적인 구호에 그쳤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돈이 되는 산업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용량의 데이터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은 이제 글로벌 농업으로 가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는 추세다.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수십 년간 대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농산업 민간영역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만들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황금알을 팔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OS 성장
정부의 농업 오픈 데이터의 확장성 주목

 
IT 분야에서 어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 속 필요한 소스 코드나 설계도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두고 오픈 소스(Open Source)라 한다. 오픈 소스의 위대함은 서버 운영 체제에서 리눅스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스마트폰 기반의 OS들이 리눅스 커널 기반의 안드로이드가 대세가 된 이유는 오픈 소스의 강력함에서 나온다.

오픈 소스 덕에 개발자들은 모든 프로그램을 코딩하는 비효율에서 벗어나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소프트웨어의 장점만을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소스를 기반으로 응용을 거쳐 돈이 되는 사업으로의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농업계에서 정부의 데이터 사업도 오픈 소스 개념에 비춰보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농업 데이터 사업들은 민간 영역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빅데이터 댐을 만드는 데 사활을 걸면서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 각 지역의 토양 기상 데이터 수집, 인공지능과 관련한 분석 프로세스, 알고리듬 개발 등은 정부의 스마트팜 다부처패키지 사업 26개 과제, 차세대 융합 원천기술 연구 사업 22개 과제 등 총 48개 과제가 405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오픈 소스가 농산업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이를 직감한 농기업에서는 정부와 협업 사업을 통해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고 이를 농업에 적용하는 시범 사업들을 속속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기상청의 기상 데이터,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농촌 기후지도, 농촌진흥청의 병해충 예찰 정보 등 민간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오픈소스들은 농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데이터 소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는 민간 시장에서 각종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힘도 되고 있다. 초기 코로나 사태 때 일반 대학생이 보건복지부의 오픈 데이터를 활용, '코로나 지도 앱'을 개발했던 것처럼 일반 기업들도 스스로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도구로 정부의 농업 데이터를 활용,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먹거리 소비 변화가 맞춤형 생산 촉발
소비자 타기팅 고품질·다품종 추세

 
먹거리 소비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과거 가성비만을 추구하는 경제적 소비가 주류였다면 나만의 작은 사치를 중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프리미엄·럭셔리 소비 트렌드가 작은 사치로 명맥을 이어가며 소비의 판단 기준이 '가격'에서 '품질'과 '가치'로 옮겨붙은 것이다.

이번 취재에서 농업 분야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관찰됐다. 과거 규모화로 생산성을 확보했던 농업은 IT와 첨단 기술의 발전과 빅데이터 사업들이 접목되면서 품종을 다양화한다든지 작은 규모에서도 양질의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기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 농업에서 그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센싱 기술’의 발달은 농축산물의 맞춤형 전략 품목 생산을 앞당기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농장에서도 바람의 방향 변화와 고도의 차이를 인식, 수분과 이슬점이 품목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환경으로 제어해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농장에서도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각종 품종을 타기팅, 대량 생산체제가 아닌 고품질 소량, 다양한 종류의 농산물 생산체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생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화된 소비 특성은 유통분야에서도 관찰된다. 특히 코로나가 촉발한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이제 농업 유통의 패러다임까지 바꾸고 있다. GPS와 애플리케이션을 접목해 대국민 서비스로 확장한다든지, 전문 이커머스 그룹과 합작해 농산물 판로까지 열어주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과거 전문가 그룹에서만 이뤄졌다면 다양한 개발 툴들이 활성화되면서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체 앱을 개발해 농업과 접목하는 시도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가 #스마트팜 #빅데이터 #품종개량 #로봇 #플랫폼 #셰프 등의 카테고리로 구분해 농업의 새로운 세대를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도출한 공통적인 시사점은 데이터에 기반한 초개인화되는 변화에 우리 농업이 어떻게 대응하고 편승할 것인지가 글로벌 농업, 나아가 농업의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농업계의 제3인류로 발돋움할 수 있지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농업계 곳곳에는 다양한 시도로 암약하는 혁신가들이 숨어 있다. 이제 우리 농업에도 그들이 부상하고 활약하는 시대 목전에 와 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이제 우리 농업이 개척해야 할 때다.

<농림축산식품부·농축유통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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