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업계 주적이 된 농식품부 “소통의 질이 문제다”
[사설] 농업계 주적이 된 농식품부 “소통의 질이 문제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8.27 0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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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업계 곳곳에서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잠잠하던 도심 집회도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축산업계는 연일 김현수 장관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며 정면 비판에 나섰다. 축산단체들이 모여 있는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김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농식품부와 날을 세우고 있다.

농업의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농업계와 잘 지내도 모자란 마당에 이런 사달이 난 데에는 다양한 추측이 난무한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수면 아래 묻혔던 다양한 문제들이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기존의 질서 체계를 무너뜨리면서 생기는 반작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농식품부에 대한 불신이 꽤 두텁고 견고하다. 지난해 본지가 47개 농축산업 관련 단체장을 대상으로 비대면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 정부의 농정에 42점이라는 낙제점을 준 바 있다. 1년이 지난 현재 농민단체들의 불만은 더욱 밀도가 높아지고 광범위해졌다.

농민들이 농식품부에 불만을 가지는 첫 번째 이유는 소통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농업 정책을 만들기 위한 선행 과정인 농업계 의견 청취 절차는 지키고 있지만 그 절차가 대부분 요식행위에 그치거나 심지어 자신들의 생각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심은 농업계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선제적 대응보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조치라는 구시대적 행정도 농식품부의 불신을 초래한 대표적 이유다. 지난 수십 년간 농업계는 농업계 곳곳에 숨어있는 문제들, 향후 불거질 이슈에 대한 선제적 조치에 대한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 단체의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치부하거나 공감대만 형성하고 책상 서랍에 처박히기 일쑤였다. 계란 파동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광역 GP센터 건립을 요구해 왔지만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처하는 모습에 많은 농민들은 실망을 넘어 농식품부의 무능을 의심하는 상태다.

소극적인 대응도 정부의 불신을 초래하는 데 한몫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무차별적 가금 산업에 대한 조사에 농식품부가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면서 가금산업이 초토화되는 상황을 많은 농민들이 망연자실하게 쳐다만 봐야 하는 상황은 농식품부에 대한 불만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농업계는 큰 기대감을 가졌다. 촛불로 태어난 정부답게 ‘소통’을 전면에 내세웠고, 출범 초기 농민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며 농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것이라는 설렘으로 밤잠을 설친 이들도 있다.

문재인 정부 5년 차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농민들의 기대는 하룻밤의 꿈으로 끝나는 듯하다. 그동안 정부가 농업계에 보여준 행태는 ‘땜질처방’, ‘요식행위’, ‘탁상행정’ 등으로 요약된다. 그만큼 정부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뜻이다. 이미 축산업계는 농식품부에 전쟁을 선포하는 분위기다.

소통의 기본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나온다. 그동안 농식품부가 충분한 소통을 했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 정부의 소통 방식은 상호 존중에서 비롯된 소통이 아니라 일방통행식 행정 편의주의 소통이었다.

농식품부는 농업계의 불만을 단순한 '생떼 쓰기' 정도로 치부하지 말고 진정한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소통이라는 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통의 질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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