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농민만 희생하는 물가 정책
[기자의 눈]농민만 희생하는 물가 정책
  • 김수용 기자
  • 승인 2021.08.27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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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수용 취재차장

최근 고랭지 배추 산지에서 만난 한 농민은 지난 10년 간 배추 농사를 지으면서 돈 벌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 이유로 정부의 지나친 수급정책을 꼽았다. 농산물은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하는 품목 중 하나인데 가격이 오르면 정부 물량을 방출하거나 긴급수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지만 물량이 많아 떨어지면 수수방관하기 일쑤여서 본전도 찾기 힘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르는 경우 많다. 즉 농촌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개수가 적었기 개당 단가가 오른 것이다. 반대로 농산물이 떨어질 경우에는 생산된 농산물이 많았기 때문에 개당 단가는 내려간 것이다. 결국 농민은 물량에 비해 적정한 수입을 얻고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한다면 농가의 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농민을 만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여름철 배추수급이 불안해지면 어김없이 저장물량을 곧 바로 방출해 올라가는 시세를 부여잡았다. 냉장창고에서 온도조절도 없이 바로 꺼내 습기에 취약한 배추가 시장에 도착하면 부패하기 일쑤였다. 상품보다 물가잡기에 급급했던 점을 보여준 계기다.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에게 정부의 가용수단을 총 동원해 선제적으로 추석 물가를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코로나19 시국으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에 의식주 중 하나에 해당하는 먹거리가 안정돼야함은 당연하지겠지만 그로 인해 힘들어질 수 있는 농민의 고통도 반듯이 챙겨야 한다.

얼마 전 애호박이 풍년이 들자 애호박 생산 농가들은 호박을 밭에 버렸다. 판매해봤자 물류비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산지 폐기는 기간을 두고 반복한다.

애써 키운 농산물을 제대로 평가를 받지도 못하고 땅에 다시 묻는 아픔을 간직한 채 농민은 오늘도 다시 농산물을 키우러 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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