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농가, 정부 수급정책 두고 ‘아우성’
배추 농가, 정부 수급정책 두고 ‘아우성’
  • 김수용 기자
  • 승인 2021.08.27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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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승 때만 개입해 농민 희생만 강요


[농축유통신문 김수용 기자] 

“배추 가격이 오르고 내리고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수지타산이 계산되는데 인위적으로 조절하다보니 수익내기가 어렵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를 20년간 농사를 지은 한 농민이 한말이다.

이 농민은 20여 년 전에는 배추가격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수익을 내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하면서 수익이 발생했지만 정부가 10여 년 전부터 인위적으로 수급조절에 관여하면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로 바뀌었다고 하소연했다.

즉 배추 가격이 오를 때는 정부가 수급조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배추가격을 끌어내려 수입이 줄고 배추 가격이 낮을 때는 낮은 시세로 생산비를 맞추기도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강원도 고랭지 배추를 생산하는 농민들은 지리적 특성에 일 년에 한 번만 농사를 짓는데 배추나 양배추가 아니면 생산할 품종도 없는 것도 문제다.

고랭지 배추를 생산하는 한 농민은 “예를 들어 같은 크기의 경작지에서 배추 100포기를 생산하는 것과 1,000포기를 생산하는 것에 대한 생산비는 똑같이 들어가는데 판매가격은 10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 “특히 정부가 인위적인 수급조절을 하면서 그 차이가 점차 줄어 수입은 반토막 나  더 이상 배추농사를 짓지 말아야하는 상황임에도 생산할 품종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고랭지배추 생산현황은 평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평년 생산량이 수요량보다 많아 생산비를 건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 입장에서 코로나19로 물가안정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 동원해서라도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의지가 강해 수급조절을 위해 산지폐기 등을 실시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한 산지유통인은 “코로나19로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올라 생산비도 높은데 생산량까지 많아 적정한 배추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장에서는 태풍이라도 불어 자연적인 수급조절이 필요하지 하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수명의 산지유통인이 경영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대형급식이 줄어 배추 수요가 적어진 것도 소비감소에 단단히 한 몫 하고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대대적인 소비촉진 운동이라도 펼쳐서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유통관계자는 “정부의 수급조절로 소비가 줄어든 시장을 살리기는 어렵다”면서 “수급조절과 함께 대대적인 소비촉진 운동 등을 병행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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