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토가 아니라 행동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사설]검토가 아니라 행동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10.22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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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간의 농해수위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농림축산식품부를 포함한 수많은 농업계 기관들이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잘못된 행정을 지적받고, 농정 곳곳 행정 누수를 살펴볼 기회가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농해수위 국정감사는 타 분야와 비교해 비교적 정쟁에서 물러나 있었다는 점이다. 내년으로 성큼 다가온 대선 정국이 국정감사 이슈를 선점하면서 파행을 거듭하고, 의원끼리 고성이 오가는 모습이 적었던 점도 이번 국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이다.

농업의 사각지대, 지역 민심을 반영한 세심한 농정 문제까지 질의하는 의원들의 적극적인 자세도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무릎을 칠만한 신랄한 비판은 없었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농업·농촌 문제에만 집중하는 국회의 모습이 수확이라면 수확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여전히 피감 기관들의 앵무새 같은 답변은 반복됐다. 특히 검토해 보겠다는 대답은 의원들의 질문마다 반복되면서 한 의원은 “공무원 사회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후 살펴보겠다고 답변이 바뀌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동안의 국정감사에서 농민들의 민원, 국회의원들의 지적을 회피하는 피감 기관의 기술로는 검토하겠다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의 설득 실패 등 예산 부족, 농업·농촌의 발전이라는 핑계,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 수 있겠다.

물론 정부 당국 입장에서는 신중한 검토와 면밀한 분석은 반드시 선행돼야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행정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의 뒤늦은 행정은 늘 피해가 농민들에게 돌아갔다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피감 기관의 답변을 단순히 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늦깎이 행정의 폐해로 꼽히는 대표적 사례로는 농축산물 수급조절일 것이다. 반복되는 배추파동은 차치하더라도 지난해 마늘·양파 과잉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농민들에게 정부의 농정은 농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농업을 경제적으로만 재단하는 정부의 모습도 문제다. 농업의 지속 가능성, 농촌 스스로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는 공감하는 바이나, 가뜩이나 열악한 농촌에 경제적 잣대만을 들이대면 결국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농촌 현실이다.

한 의원은 피감 기관에 이렇게 물었다. “정부의 총예산 중 농업 예산 비중이 3%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매년 줄고 있는데 결국 이렇게 가면 농촌의 궤멸은 불 보듯 뻔한 것 아닌가요.”

타분야 예산 비중이 7~8%인 것과 비교하면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농업 농촌 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능력이 없다면 작은 예산으로도 콤팩트한 행정을 펼쳐 농민들의 삶을 보듬는 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현 정부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문제는 단연 농업 홀대다. 농민들이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 당국을 적대시하는 것도 정부의 농업을 대하는 태도 문제로 귀결되며 정부의 적극 행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이제는 정부도 검토만 하며 차일피일 미루는 행정은 접어두고 농민들과 적극 소통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설득하는 지난한 작업에 익숙해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 막바지 농정에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행동하는 정부의 모습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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