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장의 시선]농업 더 이상 희생양 삼지 말아야
[이 부장의 시선]농업 더 이상 희생양 삼지 말아야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1.10.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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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용 취재부장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정부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과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 두 협정은 기존에 체결했던 FTA(자유무역협정) 보다 우리 농업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CPTPP의 경우 높은 수준의 농산물 추가 개방과 이미 체결된 FTA의 빠른 관세 철폐 효과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농업분야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일본은 협상 과정에서 쌀 관세를 유지하는 대가로 호주에 8,400톤의 쌀 무관세 쿼터를 허용한 바 있으며, CPTPP 회원국 평균 관세 철폐율은 96.3%에 달한다.

여기에 SPS(동식물위생·검역)과 관련해 수입 허용 여부 평가 단위를 더욱 세분화(지역화→구획화)하고 있으며, 그동안 병해충·가축질병 등을 근거로 수입을 규제해온 주요 생과실(사과, 배, 단감 등)과 신선 축산물의 수입 증가로 과수·축산 분야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재배 품종까지 유사한 중국이 최근 가입을 표명함에 따라 그 피해가 배가 될 수 있어 단순히 농업 경쟁력 약화에 그치지 않고 붕괴까지 우려된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이렇게 농업분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피해규모나 제대로 된 지원대책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더욱 문제는 RCEP의 경우 농업분야 피해액을 연간 77억 원에 불과하다고 측정한 것이다. 이 얼마나 얼토당토 한 수치인가. 정부가 추산한 농업부문 피해규모는 과수 40억 원, 과채 12억 원, 쌀 13억 원, 녹용 4억 원 등 연간 77억 원에 그친다는 것인데, 이 정부가 우리 정부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정부가 농업홀대를 넘어서 농업붕괴를 조장하는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각종 FTA로 인해 피해액만 봐도 수십조 원에 달할 정도인데, 메가 FTA인 RCEP과 CPTPP 피해액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아무런 대책도 피해금액도 산정 안 한 상태에서 가입을 시도하는 것은 멈춰야 한다. 더 이상 정부는 농업을 희생양 삼아 대외경제정책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충분히 농업분야는 희생했고, 더 이상 희생할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다. 농업계는 CPTPP 가입 선언 시 이를 ‘농업 포기 더 나아가 먹거리 주권 포기’로 간주하고 대정부 투쟁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의 그릇된 농업 가치관을 바로잡기 위해 내년에 있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그 책임을 반드시 따져 물을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도 농업계에 별다른 설명과 이해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 분야의 희생을 전제로 한 현 정부의 대외경제정책은 잘못됐다.

농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도 무너진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대외경제정책을 멈추고 더 이상 농업을 희생양 삼으려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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