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 통과···농민 결집 빛났다”
[인터뷰-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 통과···농민 결집 빛났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12.16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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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원산지표시제 법제화 오마주 재현 평가
"잠수함 전략 먹혔다"··· 물밑서 스킨십 활약
한우협 농가 목소리 담는 단일창구 결집 진화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전신인 식품위생법 개정 법안이 2005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2010년 8월 시행된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은 국내 농축산물이 국내산이란 이름을 달고 당당히 설 수 있었던 법률적 장치로 평가받는다. 2021년 12월 국내 농수축산물 선물가액 20만 원 상향을 골자로 하는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 통과는 국내 농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또 다른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농민 권익 보호라는 농민들의 법적 투쟁의 역사 속에는 늘 한우협회가 중심에 있었다. 이번 개정안 통과에 여지없이 등장한 한우협회. 김삼주 한우협회장을 만나 청탁금지법 개정안 통과 의미와 한우산업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 주>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갈등 없는 공감대 형성은 농민의 목소리를 관철시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다. 여기에는 치열한 물밑 접촉과 보이지 않는 압박, 지속적인 스킨십이 이뤄질 때 비로소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상대로부터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지난 8개월간 전국한우협회의 대정부·대국회·대국민을 향했던 긴 여정은 전국에서 암약하는 농민들의 결집이 이뤄낸 성과다."

안정적 축산업 영위 기틀 마련
한우인 전방위 활약···저력 확인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내년 설 명절부터 농축산물 선물가액이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되는 법안이 통과되자 전국의 농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모든 공을 농민들에게 돌렸다. 특히 한우 농가들은 이번 법안 통과를 위해 치열한 국지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뿐만 아니라 각 지역 도지회장, 지부장까지 나서 지역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전방위 이해를 구하면서 여론을 결집시켜 나간 것이다. 과거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관철의 역사를 오마주처럼 재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 통과는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축산업을 영위하는 법적 장치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난 8개월간 50여 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만나 농업 농촌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이해를 구했고,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우리의 입장을 전했다. 처음부터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 듣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의원들이 우군이 돼 주었다.”
 
개정안 통과로 수천억 원 경제효과 누릴 것
생산 농가 도소매 유통업계 수혜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탁금지법 영향 보고서에는 법 시행 후 한우 수요 감소로 8.8% 가격 하락 피해가 발생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후 20만 원 상향 임시 조치로 추석 명절 매출이 7%나 훌쩍 뛰었는데 총 농축수산물 선물 증가율은 30%를 상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회 내 한우정책연구소에서는 이번 개정안 통과로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이번 개정안 통과의 효과는 농가들뿐만 아니라 유통분야에도 수혜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우산업 경제 활성화 효과는 생산단계에서 약 2,000억 원, 도소매 유통분야를 포함하면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우협회가 이번 개정안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다.”
 
잠수함 전략·정공법 병행 효과
한우산업 이슈 산적 역량 강화 집중
 
이번 대국회 활동으로 한우협회는 큰 자산을 쌓았다. 집회로 윽박지르고 정부를 압박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지속적인 스킨십으로 농민 요구를 관철시켜서다. 실무자들의 ‘잠수함 전략’과 김 회장의 정공법(正攻法)이 어우러지면서 수개월 만에 성과 보따리를 풀어낸 한우협회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유전자원보존, 한우산업문화전통보존, 경축순환농업체계화, 적정사육두수관리, 농가경영안정 프로그램 도입, 축산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 안정법 등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넘쳐난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협회 활동에 자양분이 됐음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더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응수해야 한우산업에 산적한 고차 방정식들을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이를 위해서는 협회 역량을 더욱 키워야 한다.”
 
한우협회 소프트파워 강화
감동 주는 한우협회로 브랜딩 할 것
 
“협회의 역량 강화가 단순히 ‘하드파워’만 키우는 데 있지 않다”는 김 회장은 한우협회 브랜딩을 강조했다. 감동을 줄 수 있는 협회가 우군을 만들어내는 최적의 솔루션이라는 분석인데 협회가 최근 ESG 경영의 일환으로 전방위 나눔 활동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눔이라는 행위가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여기에 나눔 메신저 역할을 덧붙이고 싶다. 나눔 활동을 민간 기업과 함께 확장해 나가면 나눔의 스펙트럼은 다양해지고 볼륨 또한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2022년에는 기업과 함께 컬래버레이션 나눔을 기획할 예정이다. 감동을 줄 수 있는 협회 브랜딩이 거창해야만 하나. 협회 스스로 상생 메시지의 진원지가 되고 이를 실천하며 확장해 나가면 우군을 불러 모으는 소프트파워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맥락에 따른 현안 우선순위 배정
한우협회 한우인 목소리 담는 단일 창구로
 
김 회장은 현안에 대한 풀이 방식에도 변화를 시사했다. 이슈에 우선순위를 둬 협회의 집중력과 밀도를 높이되 맥락(context)에 따라 정밀 타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우인들의 결집과 호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우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 사업이 있다. 모두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일들이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 혹은 시기에 따라 그 중요도는 달라질 수 있다. 변화하는 환경과 주어진 모든 정보 즉 맥락에 따라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한우 농가들의 결집은 필수불가결하다. 이번 개정안 통과에서도 증명됐듯 한우협회가 농가들의 열망을 담는 단일 창구로서 한목소리를 내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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