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추진 계란공판장 시작부터 ‘삐끗’
졸속 추진 계란공판장 시작부터 ‘삐끗’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1.12.21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과내기 급급 보여주기 식 행정 전형
시연회에서 다수 시스템적 오류 발생
농식품부 “개선 사항 적극 보완할 것”

계란 경매
계란 경매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정부가 투명한 계란 거래가격 형성 및 불확실한 산지거래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한 계란공판장이 시작부터 삐끗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시스템 상황에서 무리하게 성과를 내기 위한 보여주기 식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계란공판장 도입을 지난 2018년부터 준비해 지난 20일 첫 공판장 거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당초 ㈜해밀과 포천축산업협동조합부터 거래를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포천 축협의 경우 축산물경매사 채용 지연으로 내년 1월 이후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제는 최근 계란공판장 거래 개시 전 해밀에서 있었던 시연회에서 시스템적 문제가 다수 발생해 20일 거래 개시가 무리였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특히 포천축협의 경우 선별이 안 된 계란이 다수 들어올 경우 시설은 갖춰져 있지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공판장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별포장업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포천 축협은 개시일 맞추지 못하고 시스템 점검 및 구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두 번의 시범 경매 시연 결과 시중가보다 20원 이상 높게 나와 가격경쟁력에도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게 시연회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아울러 품질 구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연회에서 품질이 보통인 71주령 이상 계란이 특(50주령 이하), 상(51∼70주령 이하) 계란보다 경매가격이 높게 나오는 허점도 보여 시스템 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농식품부가 내세우는 투명한 계란가격 형성과 산지거래구조 개선에 계란공판장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생산자와 유통업자만 더욱 어렵게 하는 정책이라고 현장에서 맹비난하고 있다.

시연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계란공판장이 시작부터 삐끗할 것으로 보였다. 포천 축협이 개시 일을 못 맞춘 것은 당연한 결과다. 농식품부가 너무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하며, “특히 계란공판장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유통구조개선과 가격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오히려 시장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2018년부터 준비해 추진해왔다고 했지만 농식품부가 생산자나 유통업자 등과 이와 관련해 논의한 적이 없다.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해 다수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계란공판장 운영을 통해 개선 사항이 발견되면 적극 보완해 계란공판장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