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재생 프로젝트① 경북 의성 고운마을] 농촌 마을 ‘테스트 베드’···지자체 협업 빛났다
[농촌재생 프로젝트① 경북 의성 고운마을] 농촌 마을 ‘테스트 베드’···지자체 협업 빛났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2.01.03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농촌은 인구 소멸을 걱정한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농촌은 이제 옛말이 됐고, 베이비 붐 세대가 청년 모임을 이끄는 리더가 된다. 사람이 없는 농촌에 미래가 있을까. 사람 걱정하지 않는 농촌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통계청 조사를 보면 자못 심각하다. 2000년 농가인구는 400만 명을 넘어섰지만 농업총조사를 실시하는 5년마다의 통계에는 매년 약 50만 명의 농민이 자취를 감춘다. 불과 20년 만에 농가인구 절반 가까이 증발해 버린 셈이다. 농촌 인구의 감소는 단순히 고령화로 설명되지 않는다. 열악한 농촌 인프라는 그나마 농촌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조차 떠나게 만든다. 2022년 임인년을 맞아 농축유통신문이 농촌 재생프로젝트 기획을 연재한다. 본지는 농촌 인구 유입 정책과 연계된 농촌 마을 4곳의 성공사례를 살펴보고 우리 농촌에 희망을 어떻게 이식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고운마을 주택이 들어선 모습.
고운마을 주택이 들어선 모습.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활기찬 농촌 만들기 프로젝트 '고운마을'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에는 유럽풍 주택이 펼쳐져 있다. 이곳은 집집 사이사이 담장이 없다. 짝꿍처럼 붙어 있어 흡사 아파트를 뉘어 놓은 듯한 독특한 건축 외관을 자랑한다. 농촌인지 휴양지인지 의심하는 외지인이 있을 정도다. 고운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은 정부에서 활기찬 농촌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한 일종의 시범마을이다.

고운마을은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과 지역 주민이 체류형 농장과 캠핑장 체험 시설을 함께 운영한다. 일자리 창출 등 의성군의 활력 증진과 인구 유치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곳에는 다양한 농업 관계인이 모인다. 우선 농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응모하며, 귀농이나 귀촌에 관심 있는 퇴직자가 주로 모인다. 농촌 콘텐츠로 기회를 열고자 하는 젊은 세대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고운마을 입구 전경.
고운마을 입구 전경.

체류 비용 저렴 외지인 유인 조건 최적
 
고운마을에 입주자들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있다. 이곳은 농촌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역량 있는 도시민을 임대주택 입주자로 유치하는데, 임대주택 체류를 위한 저렴한 거주 비용은 이곳 마을 입주 시 가장 매력적인 조건으로 작용한다. 보증금 300만 원, 월 임대료 20만 5천 원이면 입주가 가능해 도시 기준 고시원 수준보다 저렴한 비용으로도 농촌 생활을 맛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농촌에 관심 많은 귀농·귀촌인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관심도 높다.

이곳 입주민들은 다양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사 대표부터 통기타 방과 후 강사, IT전문기업 간부, 간호사, 동물병원 수의사, 사회적 협동조합, 어린이집, 금융회사, 건설회사, 교육동영상 제작, 작가, 공예, 방송사, 문화센터·평생학습관 코디, 사회적 경제 조직 간부, 에너지사업, 예술감독, 뮤지컬, 관현악단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사람들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 입주하면 가스레인지, 에어컨, 냉장고, 주방가구, 붙박이장, 텃밭(16.5㎡), 세대별 창고까지 제공받을 수 있는 혜택까지 누린다. 임대 기간은 최초 2년을 계약하고 1년씩 갱신하는 방식으로 최대 5년이다. 이곳이 만들어질 때 조직된 협동조합에 가입하고 10만 원가량의 출자금을 납부하는 것은 의무다. 각종 혜택으로 인해 경쟁률 또한 높다. 2018년 준공 후 입주 신청 결과 25세대 모집에 3.32: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운마을의 한 입주자는 “도시민과 농촌지역의 상생기반 역할을 바탕으로 고정된 경관이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과 자연에 의해 작동하는 경관으로서의 발전을 기대하면서 이곳에 왔다”면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외지인들의 활동으로 미약하나마 의성군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원주민 참여 원주민과의 협력 창구
 
고운마을의 하드웨어 구축은 2016년 시범사업지 대상지 선정부터 시작해 2017년 시행계획 승인, 2018년 공사 착공, 완료까지 3년이 소요됐다. 이곳은 평범한 사각형 집에서 살아온 도시민에게 ‘네모’의 공간이 불러온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형’과 ‘곡선’의 형태와 색채, 공간감 등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설계됐다.

특히 주변 지대와 높이차가 10m의 분지형 대지에서 자연을 차경(借景)하고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수용하는 자연지향 마을로 탄생한 것이다. 이곳을 디자인한 전문가는 생산 활동을 통한 힐링 장소, 일회성 체험이 아닌 순환적 자연 시간에 순응하는 주민, 이주자, 방문자의 생산적 커뮤니티 장소 등의 철학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고품질의 하드웨어는 이곳에 입주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 마을은 품격 있는 국토, 아름다운 경관을 슬로건으로 내건 ‘2021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드웨어가 구축되고 2018년 12월 31일 입주민들의 입주가 완료되면서 고운마을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출항이 시작됐다. 우선 지역 주민과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 협동조합이 조직됐다. 입주민 완료 시기 이듬해인 2019년 3월 23일 조합 창립총회가 개최됐고, 고운마을 입주민 5명과 원주민 5명 등 총 10명의 임원으로 구성된 ‘활기찬지역만들기협동조합’이 조직됐다.

당시 지역 주민이자 마을 이장인 임무운 씨가 조합장을 맡아 원주민들을 설득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운마을이 운용되면서 지역민들과의 마찰이 적었던 이유는 조합의 임원 절반을 원주민으로 구성했던 것이 주효했다. 이곳은 인근 ‘의성최치원문학관’과 ‘고운사’와 같은 명소가 자리해 집객 효과를 누린다는 장점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관광객들에 대한 거부감이 많지 않았다는 점도 잡음이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리더 위주 마을 사업···견고한 리딩그룹 육성 절실
 
재능 기부 형식의 마을 운용 방식은 ‘리더의 역량’이 자생하는 마을이 되기 위한 핵심 변수가 된다. 비록 25가구에 불과한 주민 구성이지만 마을자치위원장과 총무 등의 직책을 따로 배정해 업무를 분담해 왔다.

하지만 특별한 보수 없이 개인의 열정에 매달리는 업무 환경은 간단한 업무 이외의 적극적인 마을 관리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마을 사업을 총괄하는 김종국 사무국장의 책임과 활동에 의존하게 된다. 노후 생활을 하기 위해 의성군에 진입한 김 사무국장은 마을 사업의 최종 책임자가 되면서 어려움을 토로한다. 마을 재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재생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리더 그룹의 부재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이와 같은 사업 대부분이 리더의 희생에 의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개인에게 의지하지 않는 두텁고 견고한 리딩 그룹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세훈 의성군청 고운마을 담당 계장, 손호근 농촌공사 의성·군위지사 차장, 김종국 고운마을 사무국장.
왼쪽부터 이세훈 의성군청 고운마을 담당 계장, 손호근 농촌공사 의성·군위지사 차장, 김종국 고운마을 사무국장.

의성군청·농어촌공사와의 거버넌스 구축
 
고운마을 프로젝트를 관장한 의성군청과 고운마을 하드웨어 인프라를 구축했던 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는 고운마을 자생을 위해 협력한다. 특히 농촌공사는 고운마을 사무국장에게 수 만 원 상당의 활동비를 일정 기간 지원하면서 적극적인 리더 역할을 하게끔 측면 지원한다.

특히 고운마을 운영 애로사항, 지역민들과의 관계 개선, 주민자치회 활동 등에 대한 의견 교환 등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과의 지속적인 스킨십은 고운마을의 리딩 그룹이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돼주고 있다.

의성군청도 고운마을 구성원과의 적극적인 스킨십과 커뮤니케이션으로 고운마을이 자생하는 데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이세훈 의성군청 고운마을 담당 계장은 이곳이 구축될 때부터 고운마을의 발전 과정을 지켜봤다.

이 계장은 “의성과 같은 인구 소멸 지역은 단 50명의 인구 유입이 있더라도 참 소중하다”면서 “50명이면 작은 마을의 리단위를 구성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성군청에서는 고운마을 프로젝트 이외에도 다양한 인구 유입 프로그램들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성군의 인구 늘리기 시책으로는 전입 정착금 1인당 10만 원, 세대별 최대 50만 원, 2년간 주민세 전액, 재산세, 자동차세 할인 등 ‘전입자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입 학생에 대한 지원도 한다. 1년에 20만 원 졸업 전까지 상·하반기에 분할 학자금을 지원한다. 신혼부부 주거비용도 마찬가지다. 결혼 1년 이하의 무주택 신혼부부에게는 월 10만 원 이내 주거비용을 지원한다. 대한민국 국적 취득자의 경우도 1인당 100만 원의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다자녀·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도 다양하다. 첫돌 촬영권, 출산용품, 다자녀 장학금, 세 자녀 이상 가족 진료비, 상수도 요금 감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임신·출산·양육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넷째 아이 출산 시 1,850만 원 지원 등 출생 아이 수별로 차등 지원하는 출산장려금, 사랑꾸러미, 출산통합지원센터, 임산부 건강교실 등 의성군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리딩 그룹에 대한 적절한 보상 체계 구축 필요
 
활기찬 농촌 만들기 프로젝트 사업은 지난해 종료됐다. 2022년부터는 고운마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종료되지만 위드 코로나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전환되면서 올해는 고운마을이 보유하고 있던 각종 인프라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리딩 그룹에 대한 관리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견고한 리딩 그룹 구축이 지속 가능한 마을 살리기의 핵심 변수로 꼽는다.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 강구 방안과 합리적인 직책 수당도 리딩 그룹이 견고해질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당초 부지 선정 시 마을 입주민들이 사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선정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젊은 층들의 정착을 위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팜이 활성화돼 있는 지근거리나, 영농 기술 개발이 활성화돼 있는 경상북도 영천시와 같은 곳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