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재생 프로젝트② 충남 서천군 삶기술학교(자이엔트)]청년이 힘이다···평범한 농촌마을 핫플레이스로 진화
[농촌재생 프로젝트② 충남 서천군 삶기술학교(자이엔트)]청년이 힘이다···평범한 농촌마을 핫플레이스로 진화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2.01.07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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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내 새로운 변화 도모 공동체 지역 사회와 함께 발전 거듭
지역민-도시청년 협업 양질 일자리 창출 지역 활성화로 이어져
지역 산업·문화에 도시 기술·감각 덧입혀 지속가능한 발전 도모

삶기술학교 모습.
삶기술학교 모습.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위치한 ‘삶기술학교’는 대안적 삶을 추구하며 나만의 삶의 기술로 함께 더불어 사는 자립공동체를 지향한다.

삶기술학교에서는 지역혁신형 인재를 발굴·육성하며, 도시의 삶의 기술과 마을의 삶의 기술을 교환하는 ‘삶 기술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산업·문화에 도시의 기술·감각을 덧입혀 일자리 창출과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지역민과 도시청년의 협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쇠퇴하고 있는 지역 산업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는 곳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처럼 ‘삶기술학교’는 지역 내에서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는 공동체로 지역 사회와 함께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불철주야 지역경제 활성화와 쳥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정혁 자이엔트 대표를 만나 ‘삶기술학교’와 관련해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정혁 대표 농촌 지역 잠재력에 주목
ODA 관련 경험 로컬 비즈니스로 전환

김정혁 대표는 대학 시절 경영학과에서 개발도상국의 경제나 사회발전, 복지증진 등을 주목적으로 하는 공적개발원조(ODA)에 관심이 많았다. 외국에서 ODA 관련 경험을 쌓으며 국내에서도 농촌지역이 개발도상국과 비슷한 환경이라는 문제의식 아래 지방소멸, 농촌 고령화, 일자리 부족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특히 김 대표는 스타벅스의 성공비결이 대기업에서 편취할 수 없는 ‘커피 먹는 문화를 소비하는 브랜딩’이라는 점에 주목해 농촌에 숨어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스타벅스와 같은 유니크한 브랜딩의 원료로 활용될 수 있고, 열악한 농촌 문제들이 거꾸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농촌지역 토종 농식품과 관광자원이 창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 상품으로서 잠재력이 높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대학 동기들과 의기투합 ‘자이엔트’ 설립
취향 공동체로 시작 크리에이터 그룹 표방

김정혁 대표
김정혁 대표

그는 대학 시절 이 같은 지역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대를 이뤘던 대학 동기 5명, 가장 적극적이었던 동료 1명이 공동 창업자로 합류, 2013년 개미협동사회를 모티브로 삼은 사회적 기업 ‘자이엔트’를 설립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렇다 할 기업 체제를 갖추지 않고 팀 단위로 활동하면서 갖가지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듯 초창기 시작은 동료들 간의 시너지가 무척 중요했다.

이들을 묶어주는 중요한 변수로는 취향을 공유한다는 점이었다. 주류와 술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초기 멤버들이 공통적인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사업 초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크리에이터 그룹을 표방했다.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에게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새롭게 브랜딩 해주는 식이다.

가령 충남 천안에서 수신메론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판로 확보에 애로를 겪었을 때 ‘농부오빠’라는 캐릭터를 제작하고 ‘청춘메론’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마케팅을 펼쳤다.

해당 작목은 크리에이터들의 상품 브랜딩과 재해석으로 큰 인기를 끌어 농민 수익에도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다양한 지역 문화 콘텐츠 개발로 인정받아
기업 설립 초기 크리에이터 역량 축적 시기

김 대표는 충청남도 천안시의 ‘천안 독립문화가 있는 날’도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끌었던 프로젝트다. 이 지역에 독립기념관과 유관순 열사의 유적이 있는 점을 활용해 지역의 문화 콘텐츠 기획과 홍보를 자이엔트에서 맡았다.

충남 아산 청년들의 음악 축제인 아산 아울 페스티벌도 자이엔트에서 기획해 아산의 대표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자이엔티의 이 같은 활동은 현재 핵심 역량인 크리에이터로서의 실력을 쌓는데 엄청난 자양분이 됐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과도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콘서트 컬래버 기획을 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자이엔티가 세운 삶기술학교의 기초 자산이 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자이엔티 멤버들은 농촌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농촌을 방문하고 며칠 동안 체류하는데 그쳤다면 농촌과의 본격적인 컬래버레이션이 시작되자 자신들의 삶의 공간과 농촌과 교집합 영역을 넓혀 나가게 된다.

농촌과 컬래버 삶의 영역 농촌으로 ‘변화’
빈집재생 프로젝트 계기 충남 서천에 뿌리

빈집 재생프로젝트로 매입, 리모델링한 노란달팽이 전경.
빈집 재생프로젝트로 매입, 리모델링한 노란달팽이 전경.

김 대표가 충남 서천에 뿌리를 내린 것은 농촌의 문화 콘텐츠 발굴이 인연이 돼서다. 서천군 한산면 주민이라면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한산모시문화축제는 매년 유망 축제로 꼽힐 만큼 유명했다.

2016년 서천군 한산면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국내 유망축제를 뽑는 대회에서 낙오, 고배를 마시게 된다. 한산군 주민들은 한산모시문화축제의 재기를 다짐했는데 과거 명예를 회복하고자 김 대표가 기용됐고, 기획·감독 자리를 맡으면서 서천군과 인연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2017년 자이엔티의 설립 목적에 맞게 농촌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싶었고 지역 격차 해소라는 미션을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때마침 서천군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빈집재생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김 대표에게도 빈집 가옥을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 서천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삶기술학교 사회문제 해결 지역 재생 모델
초기설계·소프트웨어 구축에 주변 도움 커

자이엔트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삶기술학교다. 2019년 김 대표는 삶기술학교를 설립한다. 삶기술학교란 서천군의 지역자원 데이터를 기반, 디지털 전환으로 지역소멸, 청년공황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한민국 대표 디지털노마드 타운을 만드는 지역재생 모델이다.

삶기술학교의 설계 시 주위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 특히 평소 인연이 있었던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김경민 교수가 삶기술학교 총설계의 자문을 도왔다.

김 교수는 도시 연구가로 삶기술학교 설립 후 농촌에 정착한 청년 인구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전라도 광주를 기반으로 세워진 주식회사 컬쳐네트워크의 윤현석 대표도 도움을 준 인물 중 하나다.

초기 삶기술학교의 기획 설계 부문 자문위원으로 같이 했고, 초대 교장을 맡기도 했다.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 한국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는 HBM 협동조합도 삶기술학교의 소프트웨어격인 코칭 기술을 전수해줬다.

직원들에게 목표를 공유하고 스스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코칭하며 학교 운영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삶기술학교 350개 콘텐츠 주민과 협업
서천군 인구 2배 가까운 인적교류 성과

삶기술학교의 공유주방과 게스트하우스.
삶기술학교의 공유주방과 게스트하우스.

이런 결과 삶기술학교에 응시한 청년들은 현재까지 약 600여 명에 이른다. 2019년 8월부터 현재까지 삶기술학교에 입학해 프로젝트를 수행한 청년들은 약 200여 명에 이르고 이들은 350여 개의 콘텐츠를 주민들과 협업으로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령 한산 모시를 활용해 패션 상품을 제조한다거나 한산 소곡주를 리브랜딩한 ‘일오백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식이다.

삶기술학교를 거쳐 간 인원 중 20여명은 이곳 서천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15개 팀은 창업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5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성과도 거뒀다.

서천군의 인구가 어림잡아 2,700여명인데 삶기술학교 청년들이 발굴한 콘텐츠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참여한 내외부인은 4,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수많은 인적 교류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마을의 삶 기술과 도시의 삶 기술의 교류를 통해 관계 인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한 달 살기 중장기 체류 문화를 경험하고 자신만의 삶 기술 프로젝트를 자신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그에 따른 실패는 정부가 감당하게 하는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주최 공모사업에 ‘선정’
예산 사용 주도권 청년에 부여

서천면에 조성 중인 공유 오피스와 비슷한 개념인 디지털 노마드 센터.
서천면에 조성 중인 공유 오피스와 비슷한 개념인 디지털 노마드 센터.

삶기술학교는 행정안전부에서 주최한 ‘청년들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과 연계돼 든든한 자금 지원이 됐다. 행정안전부에서 9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지원해준 것이다.

해당 사업은 민간 주도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지방소멸과 청년문제를 같이 해결해보자는 취지다. 이 사업의 특이점 중 하나는 사업 예산의 헤게모니 즉 예산편성 주도권을 청년들에게 위임했다는 점이다.

보통 정부에서는 회계 사고를 방지하고자 공모 사업자들의 예산 사용 범위를 한정하거나, 특정해 주는 경우 때문에 공모 사업자들의 활동 스펙트럼이 줄어들 게 마련이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예산 사용의 자율성을 부여, 청년들의 능동적인 활동을 이끌어냄으로써 공모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도모델 확산 관련 프로젝트 예산 상향
청년 실패 정부 감당 경계 청년에 큰 힘

김 대표의 삶기술학교가 행안부에서도 선도 모델로 인정받을 정도로 성과를 내자 지난해 기존에 운용되고 있는 청년마을 3곳과 더불어 행안부는 신규로 12개를 추가 선정했다. 총 예산도 70억 원으로 훌쩍 뛰어 지역에 청년을 이식하기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행안부 공모사업에 600개 팀이 응모해 150개 팀이 우선 선발되고 그 중 12개 팀이 신규로 뽑힌 것으로 안다”면서 “단일 규모로 5억 원씩 예산이 배정돼 청년들이 사업을 구상하거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든든한 자금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사업은 청년들의 실패를 정부가 감당하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 비경제인구에서 경제인구로 진입하는 경계 청년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대표 ‘디지털노마드 타운’ 건립 목표
서천군에 새로운 인구 유입-활력 불어 넣는다

자이엔트는 앞으로도 서천군을 대한민국 대표 디지털노마드 타운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농촌 지역에 수많은 프로젝트와 창업을 이끌었고, 일자리를 연계해 온 만큼 이 지역에 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방문 가능한 디지털 노마드 센터 건립으로 서천군에 새로운 인구를 유입,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 센터는 코로나로 재택근무, 원격 근무가 늘어난 만큼 쾌적한 공간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직장인들이나 기업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자이엔트 측은 판단하고 있다.

김 대표는 “회색의 콘크리트 도심 속에서 일하기보다 특별한 문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에 내려와 불편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중시하는 기업과도 협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지 감수성 낮고 재화 공평 분배 요구
주민환대잔치, 발전위원회 설립 소통 지속

지역재생프로젝트 일환 낡은 건물이 호텔로 변모.
지역재생프로젝트 일환 낡은 건물이 호텔로 변모.

자이엔트가 수많은 프로젝트를 원주민과 이뤄내면서 갈등도 많았다. 사업초기 도심과 다른 가치관으로 소통의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성인지 감수성은 대도시와 격차가 있어 여성 청년들의 애로사항으로 작용했다.

또한 정부 자금을 받고 지원하는 사업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표출하는 원주민 청년이나 주민들도 있었고, 정부 지원을 받는 조직인 만큼 재화를 공평하게 나눠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종종 들려왔다.

결국 청년들은 이곳을 이용만 하고 떠날 존재라고 인식하는 편견과 오해도 많아 이를 극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역과 소통이나 청년간의 커뮤니케이션에는 김혜진 공동체장이 의사소통 하는 역할을 해줘 풀 수 있었다.

의전문제도 있었다. 자이엔트가 지역에서 주목받다 보니 비중 있는 인사들이 방문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같은 경우에 대비한 행정적 프로세스가 미비하다보니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도심에서는 고려되지 않을만한 불필요한 업무일 수 있지만 지역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원주민과 융합은 모든 지역 활동가들의 애로사항일 것 같다. 자이엔트에서는 주민 환대잔치 행사를 통해 꾸준히 교류하고 삶기술학교 주민설명회, 이장단 협의회 때 상황보고, 지역 보건소에서 포토 이벤트를 펼치며 어르신들을 모집하는 협업 등 지역과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면서 “특히 발전위원회라는 민·관·청 거버넌스를 만들어 언제나 원주민뿐만 아니라 충남도, 행정안전부, 서천군청과도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 만드는 게 ‘중요’
정부 지원 없이 완전 자생기업 탈바꿈할 것

삶기술학교를 거쳐 간 청년들도 모두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포기한 청년들도 많았다. 원주민의 대한 반감, 쉼이 있는 삶을 꿈꿨지만 도시와는 또 다른 치열함에 거부감을 느낀 청년들은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

공동체에 대한 철학과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치열함이 없으면 이곳에서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공통적인 대답은 “지역 사회, 농촌 문화를 겪고 나가는 청년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로 회귀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단순히 농촌에 정착하고 창업하는 것만이 성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김 대표도 “농촌에 청년들이 거주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이곳을 경험해보고 다른 지역 혹은 도심에 가서라도 관련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농촌 인구를 반드시 유치해야한다는 기본 개념은 조금 수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사업 초기 우리가 취향 공동체였다면 2020년에는 경제 공동체로 수많은 비즈니스 실험을 했고, 지난해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완전 정착 모델을 만드는 일자리 공동체를 구축했다”면서 “보조금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은 지속 가능성이 담보될 수 없다. 올해에는 정부의 지원과 보조 없이도 완전히 자생하는 기업으로 탈바꿈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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