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농약 이어 ‘농기계’까지…농자재 가격 담합 점입가경
비료·농약 이어 ‘농기계’까지…농자재 가격 담합 점입가경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3.05.21 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위, 국제·대동·동양· LS· LS엠트론 등에 과징금 234억 부과

농기계조합, 농기계 임대사업·타이어 가격담합 인정…농기계 가격담합은 억울

국내 농기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농기계업체 5곳이 가격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을 물게됐다.

공정위(위원장 노대래)는 5월 19일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3개 기종 농기계의 정부 신고가격과 농협중앙회 공급가격을 공조한 점을 들어 5개 농기계 제조·판매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234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비료, 농약 담합에 이어 농기계 담합까지 드러나면서 농자재 업계의 가격 담합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담합에 가담한 5개 업체는 국제종합기계, 대동공업, 동양물산기업, LS, LS엠트론 등 5곳이며 각각 42억7200만원, 86억6300만원, 56억3300만원, 19억3700만원, 29억5500만원 등 총 234억6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들 농기계 업체들은 2002년 11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정부에 농기계 가격을 신고하기 앞서 사전에 영업본부장 모임과 실무자간의 의사연락을 통해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가격 인상여부와 인상률에 대해 서로 협의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농기계 업체들은 또 2003년 12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농협중앙회 농기계 계통계약 체결을 앞두고 영업본부장 모임을 통해 농협이 제시한 계통계약(안)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농협 공급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들 중 4곳은 농기계 가격담합 외에도 농협 임대사업 관련 입찰담합과 농기계용 타이어 판매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경쟁질서의 저해정도가 크다고 판단하고 LS를 제외한 4곳에 대해 고발조치키로 했다.

고발조치된 4개 업체들은 2010년 농협 농기계 임대사업 입찰에서 입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하거나 입찰에 불참하기로 협의했고 2011년에는 입찰기종을 업체별로 배분해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2009년 12월부터 2011년 9월까지 3차례에 걸쳐 대리점에 수리용 또는 교체용으로 공급하는 농기계용 타이어가격도 공동으로 인상하는 등 담합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 이번 농기계 담합에 앞서 비료와 농약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가격 담합으로 무더기 적발된 바 있다.

남해화학, 동부, 삼성정밀화학 등 13개 화학비료업체는 농협 비료입찰에서 가격을 담합해 공정위로부터 828억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농약 제조업체 중 ㈜동부하이텍, ㈜경농 등 9곳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8년간 농협에 납품하는 농약 단가를 올려 215억9100만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생산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비료, 농약, 농기계 등의 연이은 담합사실이 드러나면서 농업인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준봉)는 5월 2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팽배해진 농자재 업계의 짬짜미에 현장농업인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번에 적발된 업체의 징계와 관리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농연은 성명서에서 과징금 부과라는 사후 징벌체계를 넘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의 즉각적 도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농기자재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원가분석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농연은 또 투명한 가격정보 제공 등을 통해 생산비 인하를 유도하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농기계 업체 측은 일부 시인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김경수 부장은 “이번에 고발조치된 농협의 농기계 임대사업 입찰담합과 농기계용 타이어 가격 담합 등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했으며 시정 조치됐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농기계 가격 담합 부분에 있어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사실 업체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정보교환을 한 것 뿐이지 고의적인 가격담합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공정위의 발표내용을 봐도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라고 명시했다”며 “우리는 계속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으며 최종 판결문이 나오면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들에 대해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농기계 수요감소와 수년간의 판매가격 동결, 2000년대 초반 농기계 판매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을 겪은 업체들이 이를 개선하고자 농기계 가격결정 등을 공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의 담합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시장경쟁 원리가 효과적으로 작동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농기계 시장은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대형농기계를 제조하는 대동, 국제, 동양, LS엠트론, 아세아 등 국내 5개 업체에 의해 시장이 주도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기종의 경우 이번 담합에 적발된 국제, 대동, 동양, LS엠트론 4개사가 2011년 기준, 각각 국내 트랙터 시장의 90%, 콤바인 시장의 75%, 이앙기 시장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