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사료 왜 무리한 인상 추진했나
농협사료 왜 무리한 인상 추진했나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08.28 0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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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분리 이후 중앙회 지원 막혀 손익관리 어쩔수 없어

농협사료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8월 26일 배합사료 가격 인상계획을 각 지사에 통보했던 농협사료는 축산단체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까지 강하게 반대하면서 인상계획 발표 하루만에 인상 유보 결정을 내리게 됐다.

농협사료의 배합사료 가격 인상계획이 외부로 알려지자, 새누리당 농림해양식품위 소속 의원들이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에게 이번 가격 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화를 통해 밝히는가 하면, 농림축산부도 농협사료에 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했다.  
한우, 낙농, 양돈, 양계, 오리 등 생산자 단체장들이 농협을 항의 방문, 남성우 축산경제대표와 이환원 농협사료사장에게 가격 인하가 필요한 상황에 가격 인상을 했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인상시기를 당분간 유보하겠다며 농협사료가 한발짝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경쟁사들이 배합사료 가격을 두차례 인상한 사이 농가들의 어려움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사료가격 인상시기를 뒤로 미뤘던 농협사료로서는 이번 가격 조정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올해 적자 결산 또는 향후 배합사료 가격 인상시 인상폭이 더 커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배합사료 가격 인상시기를 놓쳤다가 엄청난 손실을 봤던 2008년 악몽이 되살아 나는 상황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농협사료의 인상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회원축협 12개 배합사료공장의 상황도 농협사료 수준은 아니지만 누적적자가 쌓여 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사료의 경우 7월과 8월 연속 적자로 약 40억원대의 손실을 본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농협사료 보다 물동량이 적은 회원축협 사료공장의 경우 경영합리화나 원가절감 폭이 작을 수 밖에 없어 누적적자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도 옥수수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두박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두박 사용 비중이 높은 소 사료 취급물량이 타 사료회사에 비해 높은 농협사료와 계통사료의 부담은 더 높은 상황이다. 환율급등에 원료가격 마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축산물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축산농가들의 상황을 농협이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농협사료가 처한 상황은 농가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만만치가 않다.

신용사업 등에서 벌어들인 돈이 있으니 손실분을 메우면 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농가들 사이에서 나오지만 회원조합과 달리 농협사료는 농협중앙회 자회사로 전환된지 오래고 지난해에는 신경분리로 지주회사가 설립되고 경제지주 자회사로 소속을 옮겼기 때문에 사실상 중앙회로부터의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농협사료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적자가 났을 때 농협은행으로부터 차입을 하는 수 밖에 없는데 차입을 하더라도 결국 이자를 또 내야 하기 때문에 배합사료 원가가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 지속되게 된다.

농협중앙회가 배합사료 가격 동결 또는 인하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쓰기 위해서는 농협사료를 다시 과거 처럼 농협중앙회 사료부와 같은 부서로 되돌리거나 배합사료 판매 대리점 역할을 하는 회원축협에 자금지원을 통해 할인판매를 판매점에서 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계열사의 부당한 지원이 되기 때문에 경쟁배합사료회사들이 공정위에 이를 제소할 경우 오히려 더 큰일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설사 중앙회가 농협사료의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방안이 있더라도 농협이 상호금융, 농업경제, 축산경제, 교육지원으로 사실상 별도 운영되고 있어 축산경제 쪽만 특별히 손실분을 메워주는 것도 다른 부분에서 형평성 논란을 불러 일으킬 공산이 크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다.

농가들의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장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농협사료를 어떻게 구제해 줄 것인지에 대한 공동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의 가격 인상은 뒤로 미뤄 한숨 돌린 것 같지만 어찌 됐든 이번 인상유보로 인한 손실은 농협사료의 위치상 언젠가는 농가들이 사료값을 통해 상환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참에 배합사료의 가격 결정체계, 원가체계, 유통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농협사료 이외에 민간배합사료 회사들의 높은 사료 가격은 어떻게 할것인지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농협사료의 점유율은 18% 언저리로 계통사료 점유율15%를 더해 33%가 농협사료라 치고 67%의 사료값을 농협사료의 희생으로만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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