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 또는 생산비 상승을 반영해야 한다는 농민단체와 정치권의 주장이 쌀 생산 과잉을 유발해 쌀값이 하락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제시됐지만 여론은 호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 발표된 시선집중 GS&J 제250호 ‘쌀 목표가격 재설정과 쌀 변동직불제 개편’에서는 정부가 목표가격을 설정할 때 변동직불제의 목적과 다르게 추진해서 쌀값의 큰 폭 하락 등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변동직불제의 목적은 쌀 생산농가의 실질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2005년 수매제도 폐지 및 밥쌀 수입에 의한 급격한 가격 하락 위험을 흡수하는 데 있었으므로 생산비 상승만큼 목표가격을 인상하라는 요구는 목적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하기 어렵다는 것이 발표자의 주장이다.
지난 2013년 당시 국회에서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18만8000원으로 11% 인상했다고도 주장한다. 당시 정부는 농업소득보전법 시행령에 규정된 방식을 적용, 2013∼2017년산에 대한 목표가격을 80kg당 17만4083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의원들은 물가상승 또는 생산비 상승을 반영해 21만7719원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했고, 19만5901원을 타협안이 제시됐다.
민간농업연구소인S&J 인스티튜트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당초 안을 고수, 2013년산부터 적용해야 할 새로운 목표가격을 12월까지도 결정하지 못하다가 12월 30일 2013∼2017년산에 대해서는 법률 규정과 관계없이 18만8000원으로 한다는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분석이다.
이같은 목표가격 상승으로 과잉생산이 유발돼 쌀 가격이 하락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시장격리가 반복돼 정부재고가 지나치게 늘어나자 결국 주정용 및 사료용 등으로 처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부딪히는 것은 두 부분이다. 우선 과잉생산으로 정부재고가 지나치게 늘어난 것은 맞지만 목표가격 상승으로 과잉생산이 유발돼 쌀값이 하락됐다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실질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2005년 수매제도 폐지 및 밥쌀 수입에 의한 급격한 가격 하락 위험을 흡수하는 데 있다는 변동직불제의 목적도 동의할 수 없다.
급격한 가격하락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까지 반영한 목표가격을 높여 안정적인 소득보전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목표가격을 높이더라도 과잉생산이 유발되지 않도록 정책설계를 해야 하는데 그 내용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그것이 바로 변동직불금을 재배작물과 관계없이 지원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쌀생산조정제를 통해 논에 다른 작물을 심도록 유인하는 것은 너무 늦었다. 쌀값이 20년이상 후퇴하는 결과를 겪고서야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런 사이 기획재정부의 역할도 컸다. 기재부는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세운 쌀생산조정제 예산을 모두 삭감한 바 있다. 그러나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해수위에서 다시 쌀생산조정제 예산을 살려놨으나 예결위에서 기재부의 혁혁한 활동으로 다시 삭감했다. 결국 정권이 바뀐 후 문재인 정부에서 겨우 쌀생산조정제 예산을 세우게 된 것이다.
목표가격을 높이는 일은 생산과잉-쌀값하락과 직접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통일농업을 대비해야 하고, 식량의 수급을 걱정해야 한다. 국제 식량위기의 시대 자급률이 30%밖에 안되는 현 상황에서 밥상용 쌀의 문제와 함께 총체적 쌀수급 비상계획 등을 고려하면 밥한그릇 값 200원은 너무 적다.
쌀 변동직불제의 목표가격은 올해 중 재설정돼야 한다. 쌀 변동직불제의 목표가격이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이하 농업소득보전법)에 의해 5년마다 다시 설정돼야 하므로 정부는 올해 2018∼2022년산에 적용될 목표가격을 정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농업소득보전법은 목표가격을 ‘쌀의 수확기 평균가격 변동을 고려하여’ 정하되, 그 목표가격의 산정 방법 및 변경 절차 등에 필요한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새로운 목표가격은 현재 수준이 유지돼야 한다. 농업소득보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기준연도 대비 최근 5년간 수확기 가격 상승률을 적용하고 목표가격을 산정해야 하므로 2018∼2022년산 쌀 목표가격은 현행 18만8000원보다 0.1% 상승한 18만8192원이 돼야 한다. 비교연도(2013∼2017년산)와 기준연도(2008∼2012년산) 수확기 쌀값의 절단 평균값이 각각 80kg당 15만6993원에서 15만7153원으로 0.1% 상승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