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의 덫에 갇힌 '농협목우촌'
인프라의 덫에 갇힌 '농협목우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5.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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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구조개편, 인프라 확보 노력보다 농가조직화에 집중필요

‘농협’ 구시대적 사업 방식으로는 생존 어렵다 

농협중앙회가 사업구조개편 이후 판매농협을 지향하면서 유통을 담당하는 사업장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 중 농협목우촌과 안심축산분사는 농협 내 축산물 가공과 유통을 담당하는 주요 사업장으로 최근 1995년 출범한 농협목우촌이 후발사업자나 마찬가지인 안심축산에 사업물량이 역전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농협목우촌은 구 축협중앙회 시절 축산물 유통 핵심사업장으로 유가공·육가공·계육가공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후 2000년대 초반 청양유가공공장 매각 이후 돈육가공과 계육가공부분에 집중하며 농협계통의 핵심 축산물 유통사업장으로 국내 프리미엄브랜드로 이름을 알려왔다.
하지만 목우촌의 구조적 이유로 적자규모가 크다보니 매출액은 수년째 5000억원대에서 정체돼 있는 반면, 안심축산분사는 올해 사업목표를 7000억원대로 높혀 잡았고 지난해 이미 6000억원대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목우촌보다 더 축산물을 많이 판매하기 시작했다.
안심축산물 브랜드를 론칭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 변변한 사업장도 소유하지 못한 안심축산의 사업 신장 비결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먼저 농협목우촌과 안심축산의 사업방식의 차이가 성장 속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농협목우촌의 육가공사업은 1990년대 UR협상 이후 데니쉬크라운과 같은 대형패커 즉, 수직계열화사업을 목적으로 추진됐는데 수수료만 받고 도축만 하던 도축장을 농가들로부터 가축을 매입해 도축·가공·유통까지 담당케 하는 유통구조 개선 사업 차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일정 규격에 도달한 돼지를 계약에 의해 매입하고 있는 목우촌은 도축과 동시에 농가에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고 유통은 1개월에서 길게는 2개월까지 외상으로 거래를 하고 있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여기에 도축과 육가공을 함께할 수 있는 축산물종합처리장이라는 인프라 보유하고 있어 고정비용까지 감안해야 하고 계약된 물량은 전량 수매해야 하기 때문에 축산물 시세에 따라 공장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도 없어 한번 적자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수직계열화 형태의 목우촌 사업구조다.
이와 달리 안심축산의 사업구조는 필요한 축산물을 매입하는 것은 비슷한 구조이나 인프라를 전혀 소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고정비용 부담을 덜 수 있고 계약에 따라 고정된 물량을 소화하기도 하지만 일정 물량은 공판장을 통해 매입하면서 가격과 수급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대규모 고정투자 없이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부담이 없어 안심축산은 사업확대도 공격적으로 할 수 있어 단기간에 물량을 7000억원대 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목우촌은 보유한 인프라 수준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사업신장에 한계가 있고 사업신장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지만 사업실패에 대한 부담감으로 투자는 과도하게 신중해져 투자시기를 번번이 놓쳐 사업이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계육가공부분의 경우 국내 경쟁업체들이 인프라를 직접 보유하는 방식으로 흘러왔기 때문에 1999년 음성 계육가공공장 준공 이후 투자를 하지 못한 목우촌은 계육산업의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 군소업체로 전락했다.
돈육계열화사업의 경우 경쟁업체들이 특별한 인프라 없이 외부 도축장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사이 목우촌은 김제육가공공장을 통한 사업만을 고수하다 선진, 팜스코, 한냉 등의 경쟁업체에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농협목우촌은 인프라 덫에 갇혀 협동조합의 장점도 살리지 못하는 이도저도 아닌 기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농협은 회원조합이나 중앙회 모두 신규사업 진출시 관련 인프라를 먼저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부분의 인프라를 정부 정책자금과 신용부분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활용해 건설하기 때문에 먼저 짓고 보자는 논리가 강했는지 몰라도 이로 인해 농협의 경제사업은 중앙회나 회원조합 모두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농협의 신규사업은 계획이 확정되면 부지를 구입하고 이후 건물을 짓고 사람을 추가로 채용하고 이후 이용할 농가를 모집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사업방법은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로 너무 많은 고정비가 들어가며 사업 초기 적자규모를 크게 만들고 대규모 고정투자를 이미 시행한 뒤라 사업성이 없어도 적자운영을 계속 지속하는 실수를 범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 농축산물이 인프라가 없어 유통이 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규모가 크고 작은 것의 문제이지 어떤 방식으로든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농협의 신규사업은 농협계통이나 민간업자가가 보유한 기존의 인프라를 빌려 쓰는 개념으로 초기 인프라 부재문제를 해결하고 농협의 강점인 농가조직화와 ‘농협’이라는 강한 브랜드를 활용한 판매 등 마케팅에 힘을 쏟는다면 사업초기 적자구조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구조 개편 이후 농협중앙회의 신규 경제사업 대부분이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과거처럼 신용부분에서 적자분을 메워줄 수 있는 구조도 아니기 때문에 농협중앙회의 인프라 확보 노력은 최소화 해야 하고 대신 농가조직화와 기존 유통시설을 활용한 판매 그리고 상품의 가치 향상을 위한 부분에 역량을 집중해야 판매농협 구현이라는 목표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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