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조직화 성공사례, '도드람양돈협동조합'
농가조직화 성공사례, '도드람양돈협동조합'
  • 홍귀남 기자
  • 승인 2013.10.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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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옵니다”

“도드람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옵니다”

역경을 넘어 국내 최대 양돈협동조합으로 우뚝

양돈산업도 산업화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점차 대형화‧자본집약화 되어가는 시대에 맞춰 소규모 농장들은 사라져가고 살아남은 농장들은 규모화 돼 가고 있다. 더욱이 자본력을 앞세운 기업들의 양돈산업 진출로 일반 농장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존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양돈산업 환경 속에서 일반 농장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를 위해 농가에서는 조직을 이뤄 경쟁력을 높이며 전력투구해 가고 있다. 성공적인 농가조직화를 이뤄낸 도드람양돈조합의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가 있다.

◈도드람양돈조합은 왜 결성됐는가?

도드람 이야기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UR협상과 농산물 수입개방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을 때 이천/여주의 양돈농가 13명은 무명회라는 양돈농가 조직을 결성하게 된다. 기술도 낙후돼 있었고, 각종 생산자재 구매나 돼지 판매에서도 농가들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들은 먼저 사료 구매에 힘을 모으게 된다.혼자서 사료를 구매할 때와 비교해 10% 이상의 사료비를 낮출 수 있었다. 그리고 생산기술 강화와 선진지 견학,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공동기금을 이 사료비에서 모으기로 결정한다. 이 때 결정된 원칙이 도드람의 공동기금, 3%의 수수료이다.


91년 당시에도 전국에는 도드람과같이 10여명이 모여 시작한 많은 양돈단체나 조직은 약 2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도드람은 전국을 기반으로 하는 규모로 성장한 반면 다른 조직은 유지 또는 사라졌다. 도드람의 성장 배경에는 다른 조직과는 달리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도드람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것, 그것은 양돈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해서 경쟁력을 키워내고자 했던 도드람 사람들의 의지와 그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한 3%의 수수료, 그리고 소비자에게 최고의 돼지고기를 공급하기 위한 계열화 사업을 기초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계열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종돈, 사료, 사양관리, 도축가공의 통일을 기본으로 하는 도드람의 4대 원칙을 정하고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도드람 사람들은 각 분야에서 오늘도 쉼 없이 정열을 바치고 있다.

◈도드람의 4대 원칙

소비자가 찾는 맛있고 깨끗한 돼지고기의 기초는 종돈이다. 도드람은 LYD 3원 교잡종을 ‘도드람포크 원료돈’으로 사용한다는 종돈 통일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며 특히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듀록(DD) 품종을 사육하고 있다.

다음은 사료통일이다. 사료사업은 조합의 주요한 수익원이다. 조합의 살림에 필요한 3%의 수수료가 사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도드람포크’의 품질에 있어서도 사료통일은 매우 중요하고 LYD품종의 비육돈은 180일령에 110kg에 도달되도록 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도드람조합 사료는 이러한 기준을 준수하기 때문에 우수한 육질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사료회사에서는 속성사료로 150일에 출하하는 것을 자랑으로 홍보하고 농가도 당장의 이익만 생각한다면 빨리 키우는 것이 득이 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육질을 기대하기 어렵다. 도드람은 사육기간을 충분히 늘려 숙성시키므로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다음은 생산관리 통일이다. 도드람은 생산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양돈장 전산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산관리를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농장을 경영하다가 기록을 바탕으로 하는 등 체계적으로 농장을 경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초음파 임신진단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생산기술 향상을 위해 도드람은 매년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고, 현장에 접목해서 실용화하는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양돈 현장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도드람길라잡이’를 만들어 냈다. ‘도드람 길라잡이’는 양돈기술 전문가들이 서로의 이론체계를 주장하며 밤새 논쟁하고 현장에 적용해 얻어낸 결과로 후보돈 관리부터 출하까지, 최근에는 시설과 경영, 세무까지 농장 경영에 전반적인 내용을 포함한 양돈 기술서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안전하고 깨끗한 돼지고기 생산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도 포함돼 있다. 도드람의 생산관리 체계화 활동은 작년부터 시작됐고 농장의 HACCP인증사업은 국내에서 최초로 도드람이 시행한 사업이다.

마지막 단계는 도축/가공/유통의 통일이다. 도드람은 돼지를 생산하는 산업에서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단계로 발전해 나갔다. 도드람엘피씨공사, (주)도드람푸드를 통해 돼지고기 도축/가공/유통단계에서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해 맛있고 깨끗한 돼지고기를 소비자의 식탁에 올리고 있다. 이렇게 생산자가 중심이된 도드람 계열화 사업의 핵심은 도드람의 4대원칙을 실천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드람의 협동조합 운동

초기 도드람은 주식회사로 출발했다. 농가들이 모여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판매하는 협동조합의 원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잘 실천해 왔던 도드람이 법적인 규제로 인해 협동조합을 구성하지 못하고 주식회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 후 조합원은 법적인 주체로서의 위치를 확보하지 못해 주식회사 조합원은 도드람사료의 계열사업부에 속해야 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년 뒤 임의 단체인 양돈사업회를 구성하게 이르게 된다. 1994년 구성된 도드람양돈사업회는 독자적인 활동을 유지했고 조합원을 위한 각종 활동을 전개해 나가면서 협동조합으로 발전하기까지 주체적으로 활동해 나아간다. 도드람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1995년 농림부에서 1개 도 1업종조합의 법적인 규제가 해소돼 도드람은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을 창립하게 된다. 이 때 양돈사업회가 가지고 있던 모든 자산을 조합이 인수하게 되고 조합의 탄생과 함께 계열사의 주체는 조합원이라는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 (주)도드람푸드의 돼지 구매를 조합으로 변경, 주식회사 도드람사료에 이사와 감사를 파견하는 등 조합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본이 중심이 된 주식회사는 농가의 입장보다는 투자자의 이익에 치중하게 됐고 IMF로 시름하던 98년에 도드람사료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사료가격을 최대로 올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조합과 (주)도드람사료 간에는 상호 신뢰에 금이 가게 되고, 조합은 도드람사료를 견제하기 위해 OEM사료사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조합과 도드람사료는 2년간 상호 견제 과정을 거치게 되며 2000년 8월에 조합의 대의원 총회의 뜻에 따라 OEM사업으로 힘을 모아 조합은 사료사업을 독립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수익원을 사료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합은 일시에 수익원이 사라지면서 독자경영이 가능한 2만톤 확보가 시급해진다. 조합은 대의원들의 솔선과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3개월만인 그해 12월 2만톤의 사료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대부분의 협동조합은 지역을 기반으로 정부주도하에 하향식으로 이뤄졌으나 조합은 법적인 규제와 주식회사와의 경쟁을 통해 자발적으로 발전해 온 진정한 협동조합으로 그 의미가 남달랐다.

 

◈도드람의 비전

초창기 도드람 교육장에 붙어있던 문구이다. 도드람은 사람을 중시했고, 사람을 키웠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비전을 그려가고 있다.

지금의 조합은 초창기 사람들이 생각하고 그렸던 도드람의 크기를 벗어난 지 오래됐다. 이제 도드람은 새로운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계속되는 변화를 수용해서 더 큰 크기로 발전해 나아가고 있다. 2004년 도드람푸드와 바른터를 인수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도드람 LPC도 인수했다. 2005년 출범한 주식회사 ‘도드람양돈서비스’를 통해 사료사업을 보다 전문적으로 키워내고 있고, 조합의 금융사업도 단기간에 4000억원의 예수금을 돌파했다. 조합이 해야 할 기본적인 골격은 모두 갖춘 것이다.

도드람의 비전은 돼지고기 브랜드를 얼마만한 크기로 키워내느냐에 달려있다. 도드람 조합원과 임직원 모두가 이제는 새로운 도드람 초창기 멤버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 나가고 있다. 도드람조합이 골격은 갖췄지만 아직까지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은 손해가 된다고 해도 가까운 미래 아니 먼 미래에 대한 투자로 도드람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최고의 도드람으로 거듭나는 데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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