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 유통 환상 조심할 때
직거래 유통 환상 조심할 때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3.12.1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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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휴대폰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삼성은 국내 1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이 익히 알려져 휴대폰 시장에서 그들의 아성을 넘기란 쉽지 않다.

그들은 그들만의 서비스, 인프라, 자본의 막대한 힘으로 국내 휴대폰 시장을 잠식해 갔으며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인 애플의 아이폰과도 어깨를 견주고 있다.

철옹성 삼성이 건재하고 있는 휴대폰 시장에 국내 한 업체는 ‘단언컨대’라는 CF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업체의 CF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각종 패러디물을 재생산시키며 핸드폰 보다 오히려 ‘단언컨대’라는 텍스트가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는 기현상을 낳았다.
 
그들의 삼성 추격전은 휴대폰 시장의 지각변동까지는 아니어도 꽤 선전할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소비자들의 선택은 냉정했다.
 
그들의 휴대폰 성능과 서비스는 삼성에 비해 아직 멀었다는 시장의 평가가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반영됐기 때문에 광고 효과로 예상됐던 수익보다 판매량은 ‘그다지’ 이었다. 광고의 파괴력은 엄청났지만 그들이 부족했던 건 제품 자체의 성능과 서비스, 즉 기본에 충실함이 다소 아쉬웠다.
 
최근 농업계에서는 직거래 열풍이 불고 있다. 직거래를 홍보하는 문구를 보면 그 열풍이 아니라 태풍이 불어도 될 정도로 달콤하다. ‘소비자들에게는 싸게 생산자에게는 제값을’이라는 텍스트는 직거래를 추진하는 수많은 단체들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의 선택이다. 위의 예처럼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외면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특히 믿음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농축산물의 경우 휴대폰 시장의 예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빈번하게 개최되고 있는 단발성 직거래 행사 같은 경우 호기심에 구입한 농축산물이 품질이나 맛, 포장에 문제가 발생된다면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 창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눈여겨 볼만 하다.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큰 수익을 남기고 있는 완주농협은 준비기간만 해도 2년 가까이 걸릴 정도로 치밀한 계산과 실무자들의 현장발품으로부터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들의 노력보다 달콤한 텍스트에만 조명이 집중되다 보면 성급한 직거래 사업 추진으로 낭패를 볼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싸게 생산자에게는 제값을’ 이라는 환상적인 텍스트를 현실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직거래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 중간 유통상인들이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진단, 그리고 농민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줄 수 있는 심도있는 연구가 뒷받침돼야 할 때다.
 
최근 만난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이정희 교수의 말은 직거래 열풍이 불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확한 맥을 짚어줬다. “이제 우리는 직거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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