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충북농업기술원 김영배 전 기술지원국장
인터뷰 | 충북농업기술원 김영배 전 기술지원국장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4.04.04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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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 발전 땅 힘서 나온다”

34년 공직생활 농토배양 기술보급에 최선
땅이 피로하다…지력증진방안 고심할 때

지금 농촌현장에는 농업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이에 따른 농업기계화로 체질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향상, 고품질 쌀의 수요가 높아지는 등 농업의 구조적 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친환경 쌀, 기능성 품종 같은 고품질 농산물을 원하면서 농업의 관심사는 수확량 증대와 고효율·저비용·친환경 농작물 생산 등에 맞춰져 있다. 이 같은 농업의 변화에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며 토양의 중요성을 강조한 전 충북농기원 김영배 국장. 그는 좋은 작물이 생산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작물의 근본인 토양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본지에서는 지방기획 ‘과거로부터 듣는 농업의 대안’ 두 번째로 1965년부터 공직에 몸담기 시작했고 농촌진흥청 토양비료 담당관직을 거쳤으며 담양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을 역임했던 김영배 딩아돌하문예원 이사를 만나봤다.  <편집자 주>

■ 34년 공직생활에 대해.

사실 처음부터 공직에 몸담을 생각은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의 꿈은 농민이 되는 것이었다. 그만큼 농업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이 때부터였던 것 같다. 잠깐 공무원 생활을 하려다가 퇴직하려고 했던 생각이 34년이 지나서야 실현됐다.

그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제일 안타까웠던 부분은 농민과 정부의 토양에 대한 무관심이었다. 34년 공직생활 중 20여년을 농토배양 기술보급에 종사했지만 현장 농민들은 따라주지 않았고 그 당시 정부에서도 피부로 와 닿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사업이다 보니 관심이 덜했다. 그러나 농업에서 가장 근본은 토양의 풍부함이라 생각했기에 20여년 동안 묵묵히 지력증진사업에 힘을 쏟았다.

 
■ 지력증진 사업 착수 계기는.
 
1973년 통일벼가 대풍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1977년 쌀 4170만석을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농촌진흥청을 방문해 ‘녹색혁명성취’라는 휘호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1978년부터 1980년 사이 통일벼에 도열병이 발생하고 자연재해 등 문제가 발생하자 그 원인을 지력에 돌리는 상황에 발생했다.
 
당시 농진청 토양비료 담당관으로 있었던 내가 분석과 대책 수립을 위해 밤을 지새웠던 일도 많았다. 이때 나온 것이 농토배양 10개년 계획이며 이에 따라 지력증진 사업이 시작됐다.
 
■ 당시 애로사항은.
 
식량증산 성과가 좋을 때에 모든 상은 품종담당자, 병충해 담당자 등에 공이 돌아갔다. 도열병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토양 담당자에게 문제를 해결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너무나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푸념을 한 적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훈포장 수여식에서 박수만 쳐야 하는 상황이 참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는데 그나마 그 당시 직속상관이던 고 장재선 국장이 행정직에만 돌아가던 모범 공무원상을 최초로 받도록 배려하신 것이 큰 격려가 됐고 동료직원들도 함께 기뻐해 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 지력증진사업 성과는.
 
지력을 높이기 위한 온갖 노력이 연구 지도공무원들에 의해 추진됐으나 통일계 벼의 도열병 발생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어 점차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급기야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하지만 이때 마련한 농토배양사업은 적극적인 시책의 뒷받침과 농민들의 호응 하에 착실하게 추진됐다.
 
심경과 객토, 유기질 비료의 증시, 토양개량제 시용, 배수개선사업의 추진 등이 그것이다. 이로서 수확량이 떨어지는 일반계 품종의 보급에도 불구하고 안전 다수확을 하게 됨으로 연속 풍년농사를 달성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던 것이다.
 
물론 이에 따라 비료대, 농약대, 인건비 등이 많이 소요돼 소득을 비례적으로 향상시키지 못한 점은 있으나, 벼농사가 도농간의 소득 격차를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쌀 소비가 줄고 생산 과잉이 돼 벼농사가 전환기적 상황에 놓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에 적절한 대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땅의 중요성.
 
한 번 땅이 망가지면 회복하는 데는 배 이상의 노력과 비용이 든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나도 퇴직 후 논농사를 짓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득이 위탁작업을 하게 됐는데 벌써 7여년 간 유기질 비료를 주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다.
 
해마다 볏짚을 제자리에 환원하려 하나 위탁 농민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강요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애만 태우고 있다. 현재 농촌은 땅심 회복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10여년 전과 지금의 지력은 토양의 개량소극화로 인해 토양 중 유기물 함량 저하와 물리화학적 특성이 적정치 보다 많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에 그동안 토양검정을 해온 결과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왜냐하면 소극적인 객토 작업과 벼 수확 후 볏짚의 사료화에 따른 후속대책이 미흡해 토양이 수탈을 당하는 상황이 지속됐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농업이 안고 있는 과제는.
 
농정 당국에서는 가축 분뇨나 농산부산물을 유기질 비료자원으로 활용해 제품화시킨 후 염가로 농가에 공급해 주는 시책을 펴나가는 등 다각적인 시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할 것이며 이와 더불어 각종 지력증진대안을 강구하고 추진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지력의 기본이 되는 무기교질과 유기교질의 형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으며 여러 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병해충을 이기고 자연재해를 극복하며 다수확할 수 있도록 땅심을 보전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정책적으로 농민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꼭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지방에 연구지도 공직자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돼 있어 위축되고 있는 면이 있다. 일본의 경우처럼 이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방직을 국가직으로 전환할 필요성도 강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농업을 지키는 농민의 마음이 농심이라면 농민을 위해 농업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땅심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 땅이 인간을 외면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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