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도 쌀 고율관세 약속 지키지 못했다”
“일본정부도 쌀 고율관세 약속 지키지 못했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4.07.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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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TPP협상서 ‘쌀양허제외’ 지위 상실 우려

“일본 정부가 쌀을 수입할 때 약속했던 1000%의 고율관세는 허상에 불과했으며 현재 한국이 의무수입물량(MMA)물량으로 들여오고 있는 40만9000톤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일본의 전국농민운동연합회 마시마 요시타카(Mashima Yoshitaka) 부의장은 최근 열린 쌀관세화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올해로 종료되는 한국의 쌀관세화 유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먹거리안전과 식량주권을 위한 전문가포럼'과 여야 국회의원들은 7월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쌀 개방문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최측은 일본, 필리핀, 인도 등 과거 WTO와 쌀협상을 했던 국가들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초청된 일본의 마시마 요시타카 부의장은 먼저 일본정부가 쌀 조기 관세화 협상 시 약속했던 고율관세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98년 WTO에 쌀에 대한 특별조치(관세화 유예)를 지속하지 않고 조기 관세화를 결정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관세화로 수입 물량의 제한이 사라지지만 의무수입물량 이외의 쌀 수입은 고율관세를 적용해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 정부가 부과한 관세는 kg당 341엔. 이는 종가세(가격 기준 관세)로 전환 시 1066%에 해당한다. 마시마 부의장은 일본 정부가 설정한 1000%의 관세는 태국산 저질 쇄미에 국한된 것이며 이는 국제 쌀값이 오르기 전의 통계치라고 말했다.
 
97년 미국, 중국, 태국으로부터 일본이 수입한 쌀가격은 kg당 각각 81.4엔, 66.9엔, 52.4엔. 정부가 설정한 관세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각각 419%, 510%, 651%의 관세가 형성된다고 밝혔다. 즉 일본 정부가 기존에 밝혔던 1000%의 고율관세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의 MMA물량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한국이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물량은 연간 40만9000톤. 이 수치는 국내 소비량과 비교할 때 8%의 비중을 차지한다. 또 MMA물량 중 밥쌀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가깝다.
 
마시마 부의장은 “일본의 MMA 물량은 일본 내 소비량의 7.2%수준인데 한국은 8%로 매우 높은 수치”라면서 “WTO농업협정에 보면 MMA비율을 4%까지 요구하는 만큼 한국의 8%는 이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이해하기 힘든 불공정한 수치”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국의 MMA물량 중 밥쌀용 쌀은 2005년 10%부터 증가해 2010년에는 30%에 이르렀다”며 “이는 일본의 10~13%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비중”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이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측에 쌀은 예외로 다뤄야한다고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WTO협정에서 특별조치(관세화 유예)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만약 한국이 관세화로 전환한다면 쌀을 예외로 한다는 근거를 상실할 수도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날 참석한 필리핀의 라울 몬테마이어 자유농민협동조합연맹 대표는 “필리핀의 경우 관세화 유예기간이 끝나고 WTO회원국들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암묵적인 수입제한조치가 가능했다”며 한국의 협상태도에 여유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이는 정부 일각에서 주장하는 연내 타결 불가시 자동관세화된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어서 주목됐다.
 
그는 이어 “협상초기부터 필리핀 정부가 농민단체를 포함한 협상대표단을 꾸렸다는 점도 '밀실협상'으로 비판받고 있는 한국정부와 다른점”이라며 “한국정부는 쌀개방에 무게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기 보다는 개방을 유예하기 위한 태도를 갖추고 협상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인도에서 온 아프사르 자프리 대표는 최근 국가식량보장법 제정으로 WTO 보조금 조항 위반에 직면한 인도정부의 협상과정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2013년 8000만명의 농민에게 100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 반면 인도의 경우 8억명에게 2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며 “이같은 인도 정부의 협상과정에서 보조금 지급에 대해 한시적 유예결정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김우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우리 쌀은 경제 가치로만 저울질해서는 안될 민족의 혼이자 생명줄이며 식량안보 문제는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 일"이라며 "정부가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통과 합의라는 민주주의 대원칙 속에서 농민과 정부, 그리고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이 토론회가 일본, 필리핀, 인도 등의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쌀 시장 개방'이라는 중대한 현안을 풀어나갈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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