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AI 위험 사육방식 전환으로 해소해야
구제역․AI 위험 사육방식 전환으로 해소해야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4.12.19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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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백신이 통하지 않는다”

조류인플루엔자, “백신마저 없다”

잠잠하던 가축질병이 또 다시 확산일로에 있다.

백신을 접종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구제역은 충북을 넘어 충남 천안에까지 다다르면서 국내 최대 축산단지 중 하나인 경기남부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설상가상 고병원성 AI까지 함께 발병하며,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 등의 방역당국 그리고 축산업계가 우울한 연말을 통과하고 있다.
구제역과 고병원성 AI는 국내 축산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악성가축질병으로 구제역은 소와 돼지 등 포유가축에, 고병원성 AI는 닭과 오리와 같은 가금류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
2000년에 처음 구제역 발병 이후 시작된 국내 가축질병의 흑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한다.
<편집자 주>

■ 전쟁과도 같은 구제역
2000년 3월 24일부터 4월 15일까지 경기도 파주시, 화성시, 용인시, 충청남도 홍성군, 보령시와 충청북도 충주시 지역에서 젖소에서 구제역이 15건 발생해 총 2216마리를 살처분하고 일부지역에는 예방접종을 하는 등 대책에 총 3006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예방접종 중단 후 1년이 지난 2001년 8월 31일 구제역 청정국으로 회복됐으며, 이후 2002년 5월 2일부터 6월 23일까지 경기도 안성시, 용인시, 평택시와 충청북도 진천군 지역에서 16건의 소 및 돼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총 16만155마리를 살처분 하는 등 대책에 1434억원의 예산이 투입했으나, 예방접종은 실시하지 않았다. 8월 14일 이동제한을 해제했으며, 같은 해 11월 29일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
당시 구제역 살처분 현장에는 군까지 동원,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으며 특히 2002년의 경우 월드컵 개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가운데 구제역이 발병 위기감 마저 고조되어 있었다.
그리고 구제역은 2010년 1월 2일 김포를 시작으로 발병했으며, 같은 해 구제역 발생종식선언을 2차례, 청정국 지휘까지 획득했으나 다시 11월 28일 경북 안동을 중심으로 구제역이 발생 이듬해인 2011년 6월까지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결국 전체 우제류 가축에 대한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나서야 구제역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예방접종으로 더 이상의 구제역이 발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구제역은 2014년 7월 영남 일대에서 산발적으로 발병했으며, 12월 3일 충북 진천의 한 농장에서 구제역이 다시 발병 한 이후 현재까지 5곳의 양돈장으로 확산된 상태이다.

■ 인체 감염 공포 AI
고병원성 AI는 구제역보다 3년여가 늦은 2003년 12월 10일 국내에 첫 발병 됐으며 이듬해 3월까지 10개 시군에서 발병했다.
구제역과 고병원성 AI의 차이는 구제역은 인체감염이 되지 않는 1종가축전염병, 고병원성 AI는 인수공통 전염병이라는 차이가 있다.
주변국인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계속해서 외신을 통해 고병원성 AI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접했던 우리 국민들은 2003년 국내 발병 소식과 함께 가금류의 소비를 줄이면서 국내 가금산업이 고사 직전까지 몰고 갔으며, 산업 태동기에 있던 오리산업은 양계산업보다 그 여파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며 관련 음식점과 오리관련 회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졌다.
이후 고병원성 AI는 2006년 11월 22일부터 2007년 3월 6일까지 그리고 2008년 4월 1일부터 5월 12일까지 연속 발병했으며, 이후 잠잠하다 2011년 구제역 방역으로 한창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또 다시 발병하며 이제 토착화 됐다.
그리고 2014년 1월 16일 전라북도 고창의 한 종오리 농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발병이 지속되고 있다.

■ “2000년 이전 구제역 AI가 없었다”
2000년 이후 2~3년 주기로 발병하는 악성가축질병으로 인해 방역당국과 축산농가들은 언제 AI와 구제역이 발병할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이 불안하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 양축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구제역과 AI 모두 20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농가들이 전혀 고려를 하지 않던 질병이었다는데 있다.
닭의 경우 뉴캐슬병, 가금티푸스와 같은 질병이 치명적인 질병으로 분류됐고, 소의 경우는 우결핵, 부루셀라 병 정도가 농가에게 피해를 주었다. 돼지의 경우는 당시 돼지콜레라라 불렸던 돼지열병이 위력적인 질병이었고 이들 질병을 막는데 힘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이들 질병의 경우 현재 대부분 박멸되거나 백신 등을 활용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 와 있지만, 구제역과 AI의 경우 국내 첫 발병 후 구제역은 14년 AI는 11년이 지났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 방역과 백신이 통하지 않는다
이전까지 악성가축 질병의 통제는 농장과 축산관련 시설의 종사자들이 소독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게 하는 것과 백신의 활용을 통해 해왔다.
대부분의 바이러스 질병은 이 두 가지를 활용해 통제할 수 있었는데, 구제역과 AI만은 달랐다.
먼저 구제역 백신의 경우 소에는 현재 개발된 백신의 효능이 높게 나타나지만, 돼지의 경우 항체 형성이 50~70% 대에 머물고 있어 언제든지 추가 발병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올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구제역 발병 농장도 모두 양돈장이고 백신과 방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AI는 더욱 심각해 고병원성 AI의 경우 마땅한 백신마저 없고, 특히 오리와 야생조류는 보균은 하나 임상증상이 없어 오리와 야생조류를 중심으로 AI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어 더더욱 위험 발병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 2010년 이전의 축산업과 가축질병
앞에서 설명했듯이 우리 축산업계가 공포감마저 주는 구제역과 AI는 2000년 이전에는 발병하지 않았다.
2000년 이전의 축산업계는 규모화를 꾸준히 단행해오던 시절이었다.
UR협상 타결 이후 우리 정부는 규모화를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지목하고, 축사시설현대화 등 농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보조금을 축산업계에 지원했다. 그 규모화가 한창 진행됐던 시기가 1996년 이후로 2000년은 규모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던 시점이었다.
농장의 규모는 커지면서 가축입장에서 사육환경은 열악해졌지만, 규모화에 걸맞은 사육기술은 농가들에게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고, 김영삼 정부 때 실시했던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 지면서 해외 악성가축질병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 까지 높아져 있었다. 여기에 국내 도로와 철도 등 교통 인프라가 계속해서 건설되고, 승용차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지역 간의 교류 또한 왕성해 국내에 가축질병이 유입되면 전국으로 하루 이틀만에 확산될 수 있는 여지가 높아졌다.

■ 조밀조밀 밀집된 농장과 축사
특히 우리의 축산업은 미국이나 호주, 유럽 등과 같이 축산업이 발전한 국가와 달리 좁은 국토에서 가축을 키우다 보니, 농장의 건폐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축산농장의 외부 접근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토지자원이 충분한 축산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농장 내의 축사간 거리까지 밀집돼 있어 한번 질병이 농장 내에 침투하면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동물복지농장 인증제도 도입과 같이 가축사육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제도 도입에 나서고 있지만, 관행 축산물이 주류인 상황에서 이 같은 시도로는 밀집된 사육환경으로 인한 가축의 면역력 저하와 질병 발병 위험을 해소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건폐율 문제는 농장과 외부와의 거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통행이 잦은 길가와 마을 안과 같은 취약지점에 많은 농장이 위치해 있고, 거기에 부지대비 축사 건폐율 규제가 질병을 차단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 결국은 사육방식의 전환 요구
건폐율과 사육밀도 문제는 결국 농장의 규모화 포기로 이어져야 한다.
가축에게 넓은 사육공간을 제공해 현재 보다는 높은 면역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더불어 효율적 방역을 위해서는 농장 경계로부터 축사까지 일정 공간을 비워둠으로써 외부의 바이러스가 쉽게 축사 안까지 들어 올수 없는 물리적 거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이러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2000년 이전의 농장의 모습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육밀도가 낮은 농장 그리고 외부와의 접근성이 쉽지 않은 농장을 중심으로 다시 축산업의 틀을 바꾸지 못한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질병 때문에 언제 피해를 볼지 모르는 살얼음판과 같은 불안한 양축환경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축산업계 외부에서는 끊임없는 사육방식의 전환을 요구해 왔다.
동물복지 담론이나 채식열풍은 가축질병 그리고 공장화된 축산업에 대한 혐오가 깔려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축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보다는 현재의 사육방식을 공고히 하는 쪽으로 달려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시 AI와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막대한 정부재정이 보상금과 방역을 위한 예산에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육방식의 전환 요구는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구제역과 광우병과 AI가 가축들이 외치는 사육방식의 전환의 목소리는 아닐지 고민해 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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