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권장하면 해당 품목은 공급과잉에 시달릴까?
정부가 권장하면 해당 품목은 공급과잉에 시달릴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2.04 0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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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경제연구원이 주관하는 2015년 농업대전망이 2월 3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개최된다. 농경연 전문가들이 국내 거시경제동향 그리고 각종 설문조사 등을 종합해 국내 주요 농산물의 가격을 전망하는 부분은 농민들에게 매우 소중한 정보다.
 
농업전망과 함께 농경연이 발표하는 관측월보나 속보는 농민들의 파종기 품목선정과 출하시기 조정에 영향을 주고, 해당 농산물을 구매하는 유통인과 유통업체 그리고 종자와 비료, 농약, 사료 등의 농자제 업체들의 사업계획에 영향을 주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해서 생산된 농산물은 소비자들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수요를 더 이끌어 내기도 하고, 반대로 감소시키기도 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과 관측은 이와 같이 시장플레이어들에게 경제적 행위를 변화시키는 시그널이 되며,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농촌경제연구원의 관측센터의 동향자료와 함께 도매시장의 매일매일의 경락가격, 대형수요자(식품업체, 대형유통)의 사업계획, 정부의 정책에도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여러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시장에 보내지는 신호와 무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어쨌든 시장에 보내는 다양한 신호 중에서 정부의 정책은 농민들의 행동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정부는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거나, 전략적으로 특정 품목을 성장시키기 위해 재정투입을 투입하거나 규제를 강화 또는 약화시켜 농민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실패로 이어진 경우도 있어 이를 한번 정리해 본다.
 
“논에 벼 말고 콩을 심어주세요”(2011~2012)
 
이명박 정부가 시작된 2008년 이후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 악화로 대북쌀 지원을 중단하게 되고 같은 시기 연이은 풍작으로 생산량은 급증하면서, 쌀값이 곤두박질 치게 된다. 농업계는 정부에 대북쌀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양곡창고에는 재고쌀이 쌓이면서 다음작기 벼 수매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시 정부는 쌀 재고분을 처리하지 못해 어려움에 빠졌는데, 다양한 처리방안이 제시되다가 논에 쌀 이외에 콩과 같이 자급률이 낮고 비교적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작물을 심어 농가소득도 올리고 쌀 재고 부담을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정책을 펼치게 된다. 정부는 이를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으로 명명하고, 논에 벼 이외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쌀값 폭락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던 농민들은 정부의 보조사업에 편승해, 논에 벼가 아닌 콩과 배추, 사료작물 등을 집중적으로 심기 시작하는데, 이로 인해 2010년~13년 논에 쌀 재배면적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 정책은 쌀값을 비정상적으로 끌어 올리면서 쌀가격은 크게 상승시켰고, 축산농가들의 조사료로 활용하는 볏짚 품귀 현상을 일으켰다. 대체작물로 각광받았던 콩의 경우 갑작스러운 재배면적 증가로 가격이 폭락하며 기존 콩 재배 농가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여름사료작물을 각광을 받았던 옥수수는 배수가 좋지 않은 논의 특성상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0년 배추가격 폭등으로 가격이 크게 상승하자 이듬해 논에 벼 대신 배추를 심는 농가도 크게 늘어 2011년 배추 값의 골은 엄청나게 깊어졌다.
 
대체작물을 선택한 농가들은 가격 폭락에 손실을 보고 대신 그냥 벼를 심었던 농가들은 가격 상승에 재미를 톡톡히 보면서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이 쌀값 안정이나, 농산물 자급률을 높이는 효과는 미미한 반면, 농산물 수급에 교란을 주면서 당초 3년 시범사업은 2년 만에 조기 종료해야만 했다.
 
“쌀 농사와 함께 소도 함께 사육하세요”(1981~1986)
 
이렇게 정부나 지자체 등이 나서 특정 작물의 재배를 권장하는 사업은 필시 해당 품목의 가격 폭락을 불러 일으켜 왔다. 시장이 개방되기 훨씬 이전인 1980년대 당시 농수산부는 국내 농업구조가 미작 중심의 영세소농위주로 되어 있어 소득증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쌀 등 식량작물과 함께, 쌀과 한우, 쌀과 참께와 같은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복합영농을 적극 권장했고, 이를 위한 방안으로 소입식자금을 농가들에게 지원했다.
 
이 같은 정책의 추진은 초기 일부 농가들의 소득증대로 이어지기는 했으나 곧바로 한우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지며, 대 혼란을 야기하고 말았다. 소값 안정을 위한 쇠고기의 수출을 추진하고, 큰소의 수매비축, 자가소비용 한우 임도축 허용 등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나서야 겨우 소값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농협이 배추재배에 관여해야 합니다”(2010년~현재)
 
2010년 배추도소매가격 모두 1만원을 돌파하는 배추파동을 겪은 이후 정부는 배추 수급관리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후 정부는 배추의 계약재배를 권장하면서 이전까지 배추재배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농협이 계약재배에 적극 나서도록 압박했다.
 
농협이 배추 계약재배에 나선 이후 배추는 매 작기마다 공급과잉에 시달렸고, 좀처럼 가격이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의 혼란과 정부의 무리한 개입은 2014년까지 그 영향을 미쳐 배추가격이 좀처럼 안정적 수준에 머무르지 못하게 했다.
 
장태평, “국산 쇠고기 자급율 50%가 목표”(2008~2009)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국내산 쇠고기자급률을 50% 이상으로 늘려잡겠다고 공언했는데, 실제로 자급률이 50%에 도달하자 한우가격은 폭락했고, 수급조절을 위해 3년여의 시간동안 많은 비용을 수급조절에 지불해야만 했다.
 
한우 사육두수가 적정수준을 벗어났다는 전망은 2006년부터 제기 됐고, 2007년 한미 FTA 타결, 미산 쇠고기 수입 재게 등 악제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급률을 높이겠다고 호언장담 했고, 광우병 파동을 거치며 일시적 호재가 겹치면서 한우가격은 더욱 상승 사육두수 조절에 실패하게 되는데, 결국 2010년 이후 3년간 한육우 농가는 송아지가격 하락에 암소사육농가들이 대거 시장에서 이탈해 국내 한우사육기반이 매우 부실해 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수요확보․가격보전 프로그램 함께 마련해야
 
정부가 나서 특정 품목의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은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는 한 공급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농가들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정 품목을 전략적으로 육성을 목표로 한다면,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농업관측의 경우 시그널만 보낼 뿐 농가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정부의 시장개입에 따른 결과물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사항이다.
 
농가들이 품목전환에 따른 공급과잉에 따른 피해는 품목을 전환한 농가뿐만 아니라. 기존에 해당품목을 경작해온 농민에게도 부정적 외부효과를 주기 때문으로 특정 품목을 육성하는 식의 접근은 정부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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