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협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한돈협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6.01.1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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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요? 뭐 예상했던 일이 벌어진 거라서요. 확산되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지난해 8월, 충남에서 만난 한 수의사와 5개월만의 통화내용이다. 지난 번 만남에서 구제역 재발 우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체념 섞인 목소리였다. 지난해 7월 정부가 구제역 종식을 선언한지 불과 반 년 만에 구제역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구제역은 이미 5개월 전부터 전국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경기, 경남, 충남을 중심으로 돼지농가에서 각종 소모성 질병이 발병하기 시작한 것이다. 각종 질병은 농가들의 방역의식이 소홀해 졌다는 간접적인 증거로 볼 수 있다. 과거 구제역이 발생한 2002년과 2010년, 2014~15년을 전후해 소모성 질병이 들끓었던 과거 학습효과 덕택이다.
 
이처럼 이번 구제역 발병은 모두가 예상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의 대응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해 방역당국의 백신논란으로 업체와 농가사이의 책임소재를 두고 법적 공방까지 이어지는 데 적극적이었고 검역본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데는 그 누구보다 앞장섰다.
 
다만 구제역 재발이 우려된다는 여론에는 귀를 닫았다. 지난해 8월 한돈협회가 개최한 ‘2014년도 전국 양돈장 질병 실태조사’ 발표회에서도 구제역 재발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 수 십차례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협회에서는 ‘정부의 할 일’로 선을 그었다. 2010년 구제역이 발병했을 때 구제역 재발을 막기 위해 민간차원에서 역학조사를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과거 협회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불거진 사료업체 담합 문제에서도 피해를 본 당사자인 농가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보다는 사료업체 편을 들면서 생산자 단체 본연의 모습을 잃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돈협회가 이끌고 있는 축산단체협의회는 정체성을 상실하고 축종간 의견이 분열되면서 ‘따로 논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양돈농가는 지난해 구제역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전국의 17만2천여두의 돼지가 살처분 됐다. 그리고 2010년엥 발생한 구제역 피해까지는 아니어도 많은 농가의 희생으로 돈가가 올랐다. 구제역 이후 돈가가 좋아지면서 양돈업계는 화색을 띠게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협회는 지난해 11월 전 직원이 홍콩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열심히 일한 대가라 생각하면 될까?
 
‘양돈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양돈인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돈협회가 내건 협회 본연의 취지다. 진정 그들은 양돈 농가를 위하고 있는가 자문해 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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