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EU 금수조치 국내 양돈시장에 불똥
러시아, EU 금수조치 국내 양돈시장에 불똥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6.03.10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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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 돼지고기 수입 봇물···스페인산 6배 폭증
양돈 강국과 FTA, 관세율 하락 효과 본격화 우려

▲ 국내 돼지고기 총수입량과 EU로부터의 수입량 추이.(자료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유럽(EU)산 돼지고기가 국내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양돈시장이 러시아 대체시장으로 주목받으면서 유럽산 돼지고기 수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NH 축경 포커스’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돼지고기 수입량은 35만8000톤으로 EU산 수입량 증가가 전체 수출물량 상승을 견인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32%, 평년에 비해 60%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EU의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은 지난해 4만4000톤으로 평년에 비해 6배 가까이 뛰었고 독일산은 5만8000톤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평년에 비해 3배나 늘었다. 이들 국가를 포함한 EU 총 수입물량은 17만7000톤으로 국내 총 수입물량의 절반에 달한다.

이처럼 유럽산 돈육수입이 늘어난 데는 러시아의 EU 농축산물 금수조치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2014년 초 EU의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지역에서 아프리카 돼지 콜레라가 발생하면서 러시아는 그해 2월부터 유럽전역의 돼지고기와 돈육가공품 등의 수입을 금지하기 시작했으며 8월에는 서방국가의 모든 농축산물 수입금지를 단행했다. 미국과 EU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압박을 가하는데 대한 보복조치다.

유럽산 돼지고기의 가장 큰 수요처였던 러시아가 빗장을 걸어 잠그자 EU는 아시아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금수조치 이후 유럽은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가의 문을 두드리면서 돼지고기의 수출비중을 아시아로 집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10.4%p, 일본 2.5%p, 한국 5.3%p가 늘어나면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EU돈육의 제3의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른 국내 양돈 농가들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국내 돈육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서다. 전남의 한 양돈농가는 “지난해 도축마릿수와 사육두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물량이 크게 늘어나면 돼지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거 아니냐”면서 “정부가 하루빨리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입산 돼지고기의 국내 시장 위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돈 강국과의 FTA로 수입산에 대한 관세장벽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서다. FTA 효과가 본격화 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 황명철 소장은 “돼지고기 수입이 점차 늘어난 요인 중 하나는 양돈 강국과의 FTA 이후 매년 관세율 하락효과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과 칠레는 이미 무관세로 국내시장에 들어오고 있고 국내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산도 관세가 낮아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냉동 삼겹살 기준, EU산 관세율은 2013년 20.4%에서 매년 2.3%씩 줄어들어 2016년에는 13.6%가 되며 미국과 칠레산은 2014년부터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미국과 칠레의 수입량은 지난해 기준 전년대비 3만5961톤, 8421톤 각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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