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값 폭락 대책없이 지켜만 볼 것인가
<사설> 쌀값 폭락 대책없이 지켜만 볼 것인가
  • 김영하 편집국장
  • 승인 2016.09.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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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쌀값이 폭락세가 심상치 않다. 농협RPC의 전국적인 투매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말도 없다. 지난달 25일 통계청이 내놓은 쌀 20kg 산지가격만 봐도 3만5072원으로 349원 떨어졌고, 전순대비해도 1% 하락했다. 사실상 지난 수확기 이후 가장 많이 폭락한 것이다.

통계청이 밝힌 7~8월 단경기 5·15·25일을 기준으로 순기별 가격을 보더라도 전순에 비해 35→11→83→157→53→349원이 각각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 25일 가격인 3만5072원은 전년 수확기 평균가격보다 7.8% 하락하면서 역계절진폭이 8%에 육박했으며, 전년동기와 비교해 12.4%나 하락했다.

이런 환경에서 RPC는 신곡매입을 앞두고 창고를 비우기 위한 것도 있지만 정부의 수매압박에 이도저도 못한 채 투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매는 또 다시 산지 쌀값의 폭락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해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7월말 대비 8월말 농협RPC의 재고가 12만8000톤가량 줄어든 것으로 가집계 된 것도 결국 투매와 폭락이 반복된 때문이지만 여전히 남은 재고량이 20만9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만톤 가량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조생종 벼 매입이 본격화 되고 있고, 추석이 지나고 나면 2015년산은 구곡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RPC로서도 적자를 감수하고도 출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에도 생산량이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인 상황에서 2015년산 구곡을 재고로 쌓아두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다. G마켓, 옥션 등 대형쇼핑몰에 따르면 2014년산 수입산 쌀이 2015년산 국내쌀과 값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구곡을 보관하기에는 현 적자보다 더 큰 적자를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고가인 여주, 이천, 김포 등의 경기미 등도 4만원 안팎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쌀값 하락이 매우 심각한 것이다.

김현권 의원이 지난달 말 쌀 재배농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이런 현상이 제기됐을 뿐만 아니라 적자를 감수하고도 투매를 하고 있는 농협과의 수매가 협상에서도 어려운 난제가 산적하게 쌓여있는 것이다.

학교급식이나 대형마트는 물론 기업급식 등에 납품하는 경우에도 사실상 납품가격을 유통업체가 결정을 하는 상황이고, 또 쌀이 많은 상황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RPC가 판매가격을 높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는 TPP 접근을 위한 농업적 배려의 조건을 감안한 정책을 폈을 뿐만 아니라 수입쌀을 포함해 쌀의 수급측면에서만 고려했지 민간연구기관이나 농민단체의 요구는 전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이젠 정부도 민간연구기관의 발표와 농민단체의 요구사항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때가 됐다. 보호무역주의로 변화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를 반영해 완전개방을 전제로한 TPP를 포기해 쌀정책의 전환을 모색하는 한편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쌀문제를 이번에는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전국적인 쌀농민의 여론수렴과 범농업적인 세미나 등 정책마련을 위한 장을 열어줄 것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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