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직접 백신접종, 무책임한 처사
농가 직접 백신접종, 무책임한 처사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7.02.2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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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AI․구제역특위 간담회에서 전문가 제기
   
 

구제역 백신접종 부작용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일제히 농가에게 구제역 백신접종을 맡긴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20일 더불어민주당 AI‧구제역 확산방지특별위원회(이하 민주당 AI‧구제역 특위)가 개최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수의사조차 쉽지 않은 구제역 백신 접종을 농가에게 맡긴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의병리학전공 채찬희 교수는 “현행 백신접종 규정에 따르면 50마리미만 사육 농가에 대해선 공수의사가 접종을 지원하도록 돼있다”면서 “수의사도 접종하기 어려운 구제역 예방접종을 농가에 떠넘겼다가 부실 접종을 유발, 백신접종 기피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백신을 농가에서 구입해 냉장고에 보관하면 살얼음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백신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 물백신이 되고 만다”면서 “이런 보관 문제가 결국 물백신 논란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 교수는 특히 “사육마리수에 관계없이 수의사의 구제역 예방·백신의 관리와 감독에 만전을 다하고, 공수의사 제도를 확대해서 모든 농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국대 수의과대학 수의면역학전공 류영수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농장마다 계약을 맺은 전담 수의사가 1주일에 한 번씩 농장을 방문해서 농장 예찰을 실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수의사를 육성해서 농장주치의제도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에선 야외(NSP)바이러스 항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사후관리식 단순 살처분 보다 백신 개발·접종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북한은 물론 아시아 실태를 파악해서 백신뱅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북대 수의과대학 수의면역학 전공 조호성 교수는 “수의사가 직접 백신을 접종하는 것과 농가가 접종하는 것은 차이가 있지만 수의사와 농장간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백신접종이 정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며 “방역 현장에 수의사들이 적은 이유는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일반 의사들의 경우 6급으로 임용되는 데 비해 9급으로 수의사 채용공고를 내는 지자체들이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공공방역 현장 수의사를 늘리려면 6년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같은 면허가 있는 수의대 졸업생들과 처우를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촌현장에서 수의사로 일해 온 이성권씨는 “수의사가 백신접종을 제대로 하려면 3년이상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강제 접종은 부작용 우려가 많아서 백신을 접종하기 전 소·돼지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체크해야 하는데 일선 농가들 입장에선 너무 버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정부 당국이 왜 구제역 바이러스 토착화 사실을 쉬쉬해 왔는지 알 수 없다”며 “그런 사실을 미리 농가들에게 알렸더라면 백신접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실제로 구제역 백신을 접종한 결과 부작용이 심해서 유산은 물론이고 새로 태어난 송아지들이 너무 약해서 곤욕을 치렀다”며 “현재 농촌 수의사들이 대부분 70대 이상이어서 젊은 수의사들이 일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춘진 민주당 AI‧구제역특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수의사 인력을 육성하고 수의방역 조직을 확충하는데 동의한다”며 “실제로 부처간 업무중복 문제를 해소하고 가축방역 업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선 정부 부처간 업무 협의와 조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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