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전 노은도매시장 유통인들의 한탄 섞인 울부짐
[초점] 대전 노은도매시장 유통인들의 한탄 섞인 울부짐
  • 신재호 기자
  • 승인 2017.11.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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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없는 대전시의 방만한 행정 ‘질타’

축산점포 입점, 교통 환경개선, 하역업무 정상화 등 촉구

생산자·소비자 단체 연대, 시장활성화를 통한 권익 향상 주문

▲대전노은도매시장 유통인과 생산자, 소비자 등 700여 명은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생존권 사수와 권익보호를 위한 궐기대회를 가졌다.

‘축산관련 점포를 입점하라! 교통영향평가 다시하라! 하역업무 즉각 조치하라!’

대전 노은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노은도매시장) 유통인들의 울분과 분노 섞인 목소리가 대전시 한 가운데에서 울려 펴졌다. 대전중앙청과(주)와 중도매인 그리고 출하생산자 단체, 관내 소비자 등 700여 명이 대전광역시청 북문 앞에 모였다.

이들이 지난 10월 30일 한자리에 모인 데는 생존권을 사수하고 출하생산자 그리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궐기대회를 갖기 위해서다. 2000년까지 오정동 도매시장에서 농산물 유통업에 종사한 이들은 개설자, 즉 대전시가 노은동으로 도매시장을 분권화하는 과정에서 노은도매시장 발전을 위한 영업 활성화에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받고 이전을 결심했다. 그러나 대전시의 약속은 그야말로 모래알처럼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들의 이날 궐기대회에는 출하생산자 단체와 소비자 단체도 연대했다. 연대한 단체는 (사)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회장 백현길), (사)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국내 굴지의 농민단체와 노은 1동 주민자치위원회 등 소비자 단체 등이다.

생산자 단체가 이날 연대한 데는 무엇보다 상식에 어긋난 하역업무 때문이다. 생산자단체는 제대로 된 등급 선별 등이 하역 작업 시 이뤄져야 합리적인 경락가격이 제시된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단체는 노은도매시장 내 단 한 개뿐인 축산점포로 인한 소비자 폐해를 지적하고 도매시장 내 환경, 교통 문제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집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 ‘농민가’ 등 민중가요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굳은 의지를 다지기 위한 ‘삭발식’이 거행되는 한편 1분 자유 발언을 통해 대전시에 대한 요구사항을 피력했다. 또한 하역업무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등급별 선별 작업 등 전자경매 준비 과정과 경매 진행 절차를 생산자, 소비자 등에게 소상히 설명했다. 다음 집회는 오는 9, 10일 준비돼 있다.

이날 궐기대회의 쟁점사안을 짚어봤다.

▲이날 집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 ‘농민가’ 등 민중가요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굳은 의지를 다지기 위한 ‘삭발식’이 거행됐다.

# 종합도매시장의 면모…축산 점포 입점 시급

노은도매시장이 진정한 종합농축수산물도매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려면 축산 관련 점포를 조속히 입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1년 개장 이후 17년 동안 노은도매시장 유통인들은 지속적으로 축산물 관련 도매기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대전시에 요청했다. 실제 2012년 3월 노은도매시장 활성화 대책 검토안에서 축협의 직판장 설치에 대해 대전축협을 수의 계약으로 입주키로 했으나 7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9월 1만 522명이 서명해 대전시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탄원서도 함께 제출했지만 여전히 대전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김연풍 대전중앙청과 과일중도매인조합장은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대전시의 행정에 유통인들은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며 “인근 오정도매시장에도 축산 관련 점포가 100여 개 입점해 있는데 대전시 시장관리사업소는 이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우리 노은도매시장 발전에 저해하는 등 행정을 거꾸로 펼치고 있다” 토로했다.

또 윤인우 노은1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노은도매시장 내 축산 관련 점포는 단 한곳에 불과하다”며 “이는 독과점을 조장해 도매시장이 동네 정육점보다 더 높은 가격에 고기를 판매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상행위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내 교통, 환경 문제 개선돼야

이들은 노은도매시장 내 교통 혼잡 해결과 위생 환경 개선에 대한 촉구도 이어갔다.

시장 내 교통 혼잡을 해결키 위해 시행한 교통영향평가가 오히려 시장 내 혼잡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앙청과는 지난 5월 교통영향평가 결과에 따른 시정조치 요구사항을 공문으로 발송하고 지난해 9월에는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또 중도매인 조합장과 조합원들이 관리사업소를 찾아가 평가 결과에 대해 문제점을 제시하고 시정해 줄 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요구했으나 대전시는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설승채 대전중앙청과 채소중도매인조합장은 “모든 평가에 있어서는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전시는 이를 묵살했다”며 “향후 기존 평가대로 공사가 이뤄지면 출하자, 소비자를 비롯해 유통인 등 시장 이용자들의 차량진입이 어려워지고 통행에 제한이 되는 등 뻔한 사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 내 쓰레기 거치장 등 오폐물 처리에 대한 소비자의 날카로운 비난도 이어졌다. 인근 주민들은 특히 여름철이면 무, 배추 등 농산물 썩는 냄새로 베란다 창문을 열 수 없다는 것이다. 노은동 한 주민은 “타 도매시장처럼 종량제 봉투를 도입하자는 요구에 대전시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역업무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등급별 선별 작업 등 전자경매 준비 과정과 경매 진행 사항이 소개됐다.

# 농안법을 무시한 하역업무

생산자, “제 값 받을 수 있을까”우려

대전세종충남항운노동조합의 비상식적인 하역업무에 대해 대전중앙청과 임직원뿐 만 아니라 생산자단체들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제40조 하역업무)’을 무시한 채 수수방관하며 도매법인과 항운노조의 완만한 협의를 제시하는 대전시의 행정에도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은도매시장은 지난 3월 7일 관리사업소 주재로 시장관리운영위원회가 개최돼 하역비 5% 인상안이 가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운노조는 지난 9월 3일까지, 6개월 동안 정상적인 하역작업을 하지 않았다. 하역노조원들은 반입된 농산물을 바닥에 내려만 놓을 뿐 포장 단위별 수량 파악과 선별 등을 하지 않고 있어 시장질서가 혼탁해지고 출하자 피해가 속출한 것이다.

분명 ‘대전광역시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운영 조례(제41조 경매 또는 입찰의 방법)’에도 명시돼 있듯 전광판에 출하자명, 출하지역, 품목, 수량, 품위등급 등이 표시되면 경매참가인은 응찰기를 조작해 경락 희망가격을 제시하도록 돼 있다. 이는 즉 경매 전 출하된 농산물에 대한 정보를 하역의 업무로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업무를 하역노조원들이 6개월 동안 하지 않아 대전중앙청과 임직원들이 대신해 왔다.

더구나 농안법 해설집에도 하역의 개념을 상품하차, 선별, 진열, 경매, 이적, 상차 등의 과정이라고 적시하며 이 때 경매를 제외한 부분은 넓은 의미의 하역이라 하며 하차, 선별, 진열 등 경매 전에 이뤄지는 것을 좁은 의미의 하역 또는 경매를 위한 작업이라 명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농림축산식품부의 ‘하역의 범주’ 관련 유권해석에 따르면 하역업무 중 수량파악의 업무는 정확한 하역비 산정을 위한 하역의 기본업무로 판단했다. 이 같은 중앙정부의 유권해석 결과에도 대전시 관리사업소는 수량 파악이 하역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성철 대전중앙청과 회장은 “하역업무에 대해 도매시장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대전시가 저버렸다”며 “항운노조의 비상식적인 업무로 6개월 간 34만 여 건에 달하는 하역업무를 대신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송 회장은 농안법에도 명시돼 있듯 하역반의 형태를 여느 도매시장처럼 자회사 또는 용역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입장을 밝혔다.

백현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회장은 “출하된 농산물이 제대로 등급 선별없이 경매가 진행된다면 출하자로서 경락가격 자체를 인정하기 쉽지 않다”며 “하역업무에 대한 오랜 관행을 철폐하고 도매법인 재량에 의해 하역 주체를 선정하고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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