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상(한미FTA 개정협상)에는 레드라인이 없다
[사설] 통상(한미FTA 개정협상)에는 레드라인이 없다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7.12.0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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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영삼 정부시절 청와대 농수산수석비서관을 맡았던 최양부 박사의 “통상협상에 ‘레드라인’은 없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미 FTA 개정협상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협상대응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농축산분야의 추가개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쇠고기 등 축산분야와 과일류 등이 그렇다. 정부는 농업부문은 더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농민들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협상에서 레드라인은 없다는 것이 최 전 수석의 이야기다. 농민들도 정부의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우리 정부가 레드라인이라고 해봐야 미국 측이 인정하지 않으면 ‘빈 말’이 된다. 최 전 수석의 칼럼에 따르면 UR협상 당시 우리는 쌀 관세화를 통한 쌀시장개방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설정했지만 협상의 막바지에서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표현했다. “대통령직을 걸고 쌀시장개방만은 막겠다”는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 협상의 막바지에는 빌 클린튼 미대통령과 전화협상을 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UR협상파기를 막기 위해 쌀시장 개방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우리는 통상에 대한 준비가 잘 돼있는가? 그 첫째가 쌀시장 개방 문제다. 지금까지 FTA협상에서 WTO협정의 유예조치결정에 따라 쌀시장개방문제를 예외로 취급했다. 그러나 2015년 정부가 513%의 고율관세로 쌀시장 개방조치를 취하면서 쌀도 이제는 협상대상이 돼 미국 등 이해 당사국들은 쌀 관세율 513%가 지나치게 높다며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측은 그동안 관세율을 낮추는 것은 물론, 미국산 밥쌀용 쌀의 의무구매량도 추가적으로 더 늘리라고 요구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쌀시장개방협상이 새로운 협상의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농식품부와 산업통상부의 관료들은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협상이 예고되고 있다.

둘째는 농축산업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할 경우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비싼 대가(비용)를 치러야한다. 이를 위해 IT나 자동차, 에너지 등 대기업의 영역을 양보하는 그런 시나리오를 준비한 바 있을까? 아니면 한미FTA 폐기까지 감수할 협상팀의 의지는 있을까? 아니면 UR협상시 쌀개방처럼 불가피하게 축산물의 관세를 더 줄여주는 악수를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한중FTA 비준을 위해 무역이익공유제를 들먹거리며, 결국 실현가능성도 없는 농어촌상생기금이라는 타협점으로 개방의 결과를 무마한 경험이 바로 3년 전이다.

통상협상대표들은 협상의 구체적 이해당사자인 기업인, 농어민 등 생산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협상대리인’이다. 이들은 협상의 시작에서 끝까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협상목표와 전략을 세워 협상에 임해 그들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협상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협상은 정부가 알아서 최선을 다 할 테니 업계는 정부를 믿고 따라오라”는 권위주의적인 관료중심의 낡은 협상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제는 협상의 시작단계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생산자와 협상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협상전략과 목표를 세워 추진하는 새로운 정부 업계 간 협력적, 수평적 협상추진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협상방식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바꾸는 것이 문재인정부가 해야 할 실질적인 적폐청산일 것이다.

 

ㅇ 이달의 6차산업인/ 조하연 펀치볼산채마을 대표

2007년부터 시래기 농사에 전념하다 작목반 연합회장을 맡아 지역농가를 결집함으로써 시래기 생산량 증대 및 품질 균일화를 실현한 영농조합법인 펀치볼산채마을의 조하연 대표가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12월의 6차산업인이 됐다.

조 대표는 2005년 귀농한 후 2007년부터 시래기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 2012년 펀치볼시래기 작목반 연합회장을 맡아 지역 시래기 생산농가를 한 데 모으고, 가공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생산량 증대에 나섰다. 그 결과 양구 해안면 농가의 약 80%인 250농가가 시래기 농업에 종사하게 됐다.

펀치볼산채마을은 30여 농가와 50톤 규모의 계약재배에 나서며 각 농가별로 연간 약 1600만원의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제품생산 공장을 운영하며 추가적인 일자리까지 창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6차산업 추진내용은 시래기를 계약재배하고, 이를 삶아 소포장, 가공상품으로 제조한 후 홈쇼핑이나 지역축제에서 판매하는 단계별 6차산업을 실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액은 2014년 14억4800만원에서 2015년 14억8500만원, 2016년 15억200만원으로 늘었고, 일자리는 2014년 5명에서 2015년 10명, 2016년 13명으로 증원한데 이어, 방문객은 2014년 1만명에서 2015년 1만8000명, 2016년 2만2000명으로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

조 대표는 2015년 12월 펀치볼시래기 가공·유통 협의회를 설립, 회장을 맡아 1인 가구의 증가 등 현대 소비 트렌드에 맞춘 소포장 방식을 도입하고, 가공상품 6종을 개발해 시래기의 계절성을 넘어선 소비 촉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하연 대표는 “과거 무나 배추의 부산물로만 여겨졌던 시래기의 품질 향상을 이끌고, 현대 소비자의 기호와 소비 습관을 반영한 생산 체계 및 가공 상품을 마련해 시래기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건강한 식재료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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