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산 오렌지 무관세수입, 대응책 세워라
[사설] 미국산 오렌지 무관세수입, 대응책 세워라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8.03.16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산 오렌지가 무관세로 국내시장을 공습하고 있다. 일부에선 주요 경쟁 품목인 제주 노지 감귤 출하가 마무리된 이후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지만 과일 산지에선 오렌지와 소비 영역이 겹치는 감귤류는 물론 저장된 사과·, 생산되는 딸기·참외 등 국내산 과일·과채 시장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김영란법으로 명절시장에서 타격받은 화훼농가의 과수전환과 과수농가의 피해는 어느 누구도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20123월 발효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해 미국산 오렌지는 3월부터 8월까지 적용되던 계절관세가 35%에서 순차적으로 인하돼 올 3월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미국산 오렌지는 131675톤으로 국내 수입되는 오렌지의 절대 다수를 점유한다. 지난해 전체 오렌지 수입 물량은 141572톤이었다. 또한 미국산 오렌지는 계절관세가 적용되던 3~8월에 집중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올해 역시 3월 들어 본격적으로 무관세가 된 미국산 오렌지가 들어오며 과일 시장에서도 대대적인 행사가 진행되는 등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미국산 오렌지에 대한 우려는 일단 맛에서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감귤류에서부터 나온다.

가락시장의 관계자에 따르면 3월 들어서도 출하가 계속되는 감귤류는 미국산 오렌지로 인한 타격이 분명히 크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가락시장에서 설 직후인 2월 중하순에도 1만원대 중반(3kg 상품)을 오가던 한라봉 시세는 3월 들어 712012, 811900원 등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오렌지 역시 가격이 인하돼 가락시장에서 18kg 상품 기준 수입 오렌지(네블) 가격은 845118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이 시기 5만원 초중반대보다 낮은 4만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감귤류를 넘어 봄철 전체적인 과일·과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팽배하다. 과일의 경우 사과와 배 등 주요 저장과일이 봄철부터 초여름까지 이어서 출하돼야 하는데 미국산 오렌지로 인해 소비력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마트 등 과일 매대의 중심엔 미국산 오렌지가 점령하고 있고 3월 들어 사과와 배 시세도 낮은 상태다. 특히 봄철 주요 품목인 딸기와 토마토, 봄철에 출하가 본격화되는 참외, 여름철 주요 품목인 수박 등 과채류 시장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설 이후 저장과일이 팔릴 시기가 봄철인데 오렌지 가격이 떨어지면 국내산 과일 소비에 큰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봄철에 사과 시세가 그리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생각보다 시세 형성이 안 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발주가 많지 않은데 이중 한 원인이 미국산 오렌지를 중심으로 한 수입과일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벼농사에서의 쌀농업직불제와 쌀생산조정제, 채소농가를 위한 생산안정제와 최저가격보장제 등이 있고, 앞으로 밭농업직불제가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화훼농가와 과일농가에 대한 소득지원방안은 없다. 농업이라는 파이 안에서 생산과잉과 소비불안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은 물론, 무관세 오렌지로 피해를 입고 있는 과수농가를 위한 소득보전 방안은 없는 것인가?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