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가격의 비밀…산지가격 폭락 누가 웃고 울까?
치킨가격의 비밀…산지가격 폭락 누가 웃고 울까?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6.27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킨값, 원가비중 10%미만
상승요인-임대료, 홍보비 등
왜곡된 육계 시세 안정성 훼손
정부 정책적 관심과 의지 중요

[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월드컵 시즌을 맞이한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멕시코전이 열렸던 지난 토요일은 브랜드에 따라 평소 주말 매출 대비 50~100% 늘어났다는 보도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매체들은 육계산지시세는 바닥을 치고 있는데 치킨값은 오른다며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했다. 유통단계를 줄이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한 이익을 견제해야 한다는 해결책도 내놨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산지시세 하락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생계를 가공해 판매하는 하림, 마니커, 체리부로, 참프레 등 육계 계열사들이다. 산지시세가 생산비 이하로 하락할 경우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더구나 육계계열사들에게 산지라는 개념은 없다. 이들이 생산주체이고 농가에 사육을 위탁하는 형태기 때문.

◇ 매입-납품단가 고정, 눈물은 육계계열사 몫

대한양계협회가 발표하는 약 5%의 육계농가 산지가격이 대표가격으로 설정돼 있지만 약 95%의 육계물량은 이와 상관없이 계약에 의해 거래가 이뤄진다. 육계농가 중 94.6%(67개 업체)는 기업과 위탁사육 계약을 하고 대가를 일정하게 지급받는 육계계열화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서다.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으면서 생계시세가 높을 경우 농가는 시세보너스도 지급받는다. 계열업체와 프랜차이즈 계약에서도 마찬가지로 계약단가로 납품된다.

치킨의 유통경로는 ‘생닭(위탁사육농가)→육계계열업체(하림·마니커 등)→치킨프랜차이즈(교촌·bhc·비비큐 등)→가맹점→소비자’로 요약된다.

5단계 중 3단계까지는 시세에 따라 조정되지 않고 계약기간엔 변하지 않는다. 치킨값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미만으로 미미하기 때문에 생계 시세 등락은 치킨값에 반영되기 어렵다.

한국육계협회 시세정보에 따르면 계열화사업자가 농가로부터 공급받는 생닭 가격(위탁생계가격)은 ㎏당 1390원. 대한양계협회 육계시세는 1100원이다. 이 닭들이 도계후 프랜차이즈 각 가맹점의 조리 단계를 거쳐 식탁으로 배달되는 치킨값은 1만6000~2만원.

하림의 디디치킨, 마니커의 락꼬꼬, 체리부로의 처갓집 양념치킨 등 육계계열사가 치킨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격대는 큰 차이가 없다. 유통단계에서 얻는 차익은 크지 않기 때문에 유통단계의 문제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치킨값과 연관성이 깊은 것은 산지시세와 유통마진보다 점포 임대료와 배달비, 인건비, 광고홍보비 등 차별화로 발생되는 부가서비스(파우더, 소스 포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모든 제반비용이 포함된 치킨의 원가는 1만원을 조금 넘는다”며 “가령 1만6000원짜리 치킨을 판매할 경우 치킨점의 수익은 5700원정도 된다”고 밝혔다.

◇ 산지없는 산지가격, 가격결정구조 검토돼야

현실이 이런데도 주요 중앙 매체들이 왜곡된 보도를 쏟아내는 까닭은 사실상 무의미한 산지시세를 공신하고 있어서다. 산지시세 등락폭은 수급상황과도 관련성이 깊은데 정부가 닭고기수급에 관해서는 유독 소극적으로 임해 시세 진폭이 크다는 비판도 있다.

안정적인 시장가격은 산업의 안정성을 대변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 가격변동성이 높은 배추·무·고추·마늘·양파 등 5대 민감품목에 채소류 생산안정제를 시범도입했다. 수급문제 발생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 수급안정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고 수매비축과 방출로 수급조절과 농가소득을 보전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축산물인 한우와 한돈도 농식품부가 수급조절에 적극적인 반면, 닭고기 수급조절협의회는 1년에 한 번 열리기도 어렵다. 게다가 공정위의 담합여부 조사로 더욱 위축된 상태다. 육계산업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건국대학교 김정주 교수는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계열화사업이 전면적으로 실현된 것은 아니어서 단독경영 농가를 고려한 배려도 요구된다.

김정주 교수는 “특정 기업들의 이익 대변이나 계열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농가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가격결정구조에 대해 산업과 학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육계협회 정지상 부회장도 정부주도 수급조절과 가격결정체계 구축을 강조하며 “사육원가를 기준으로 한 가격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