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한우시세·金송아지…웃을 수 없는 한우농가
고공행진 한우시세·金송아지…웃을 수 없는 한우농가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7.05 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농·중소규모 농가 육성 대책 시급
번식기반붕괴→기업자본 유입 우려도
송아지안정제 기준값 재조정 속도내야
소득보전 제도 구축, 무허가축사 해결
농협 역할 강조…우량 암소 개량 지원

[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송아지 가격이 웬만한 국립대학 등록금을 넘어섰다. 4일 경북의 한 경매시장에서는 577만원에 낙찰된 수송아지가 나왔다. 한우고기 도매가격은 도축두수가 증가했음에도 지난해보다 약 10% 높은 수준인 kg당 1만8000원대를 형성하며 청탁금지법의 그늘을 벗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한우 도매가격 상승과 수요 회복으로 한우 농가들의 주머니 사정도 나아지고 있을까.

◇ 한우 인식·소비 소비량 ↑ 

한우고기가 비싸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지만 꾸준히 한우고기의 맛과 가치를 강조해 온 결과 한우고기 수요도 느는 추세다. 한우 자급률은 40%선을 겨우 상회하지만 늘어난 쇠고기 수입량과 한우 공급량, 도매가격 등을 고려할 때 소비는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GS&J(지에스엔제이) 표유리 책임연구원은 6월 말 한우동향 보고서를 통해 “김영란법 충격이 완화되고 선물한도가 10만원으로 늘어나 한우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명암이 엇갈렸던 2011년과 2016년 한두 도축마릿수는 각각 72만375두와 76만8867두다. 공급량이 비슷하지만 두당 평균가격은 2011년 542만원에서 2016년 752만원으로 210만원이 높아졌다.

최근 2년을 기점으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롯데백화점과 이마트, 하남스타필드 등에서 진행한 스테이크 시식회, 한우요리 캠핑, 푸드트럭 등 소비자들에게 한우를 접하게 했던 노력이 빛을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우를 맛보게 하자’는 전략이 비싸도 맛있다면(만족도가 높다면) 지불의사를 보이는 가심비 트렌드에 녹아든 것이다.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해 전국한우협회가 펼쳤던 한우숯불구이 축제, 소외계층 기부활동 등으로 흘린 구슬땀도 한우고기 저변확대라는 결실을 견인했다. 

◇ 높아진 한우가격, 농가도 살쪘나

농협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6~7개월령 수송아지 평균가격은 1월 348만원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6월 410만원까지 올랐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송아지를 구매해 출하까지 드는 사료값이 300만원이 넘는다”며 “생산비를 생각하면 지금 소 값은 높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소를 팔아 자식 대학등록금을 마련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지난 5월 발표된 통계청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우 비육우(송아지 구매 후 고기용 소로 사육) 한 마리로 거두는 농가의 순수익은 13만3000원이다. 2016년 약 98만원에 비해 약 87%나 추락했다. 번식우(송아지 생산 목적의 암소)를 사육하고 거두는 순수익은 23만4000원이었다.

한우 도매가격이 높을 땐 송아지 가격도 높다. 반대로 도매가격이 낮을 땐 송아지 가격도 낮다. 결국 가격 등락에 따라 충격을 흡수하는 것은 송아지 생산 농가다. 중소규모 송아지 생산농가의 안정성이 곧 한우산업의 견고함을 나타낸다. 그러나 2000년대 전체 한우농가 29만호, 소규모 송아지 생산농가 27만호였던 한우농가수는 2017년 각각 9만호, 5만7000호로 급감했다. 한우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 한우가격 안도와 불안 공존…불투명한 전망

일선 축협 경매사들은 송아지값 상승 이유로 소규모 농가의 몰락으로 인한 안정적인 공급기반 약화를 꼽는다. 불안정한 송아지 공급이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수입 쇠고기와의 경쟁에서 밀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1~2012년 한우 공급이 증가하고 시세가 폭락하자 송아지 안정제를 개편하고 한우 암소 감축 장려사업을 시행한 것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송아지안정제 발동기준을 송아지 가격이 아닌 전체 사육두수에 영향을 받도록 개편해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은 계속 제기돼 왔다. 정부는 송아지값으로 일원화 재조정을 검토중이지만 사육기반 붕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암소감축사업 또한 암소 마리당 30만~50만 원의 장려금을 주고 무려 10만 마리를 도태시키면서 소규모 농가들의 무더기 퇴출을 이끌었다. 

더불어 일관사육 농가가 늘고 농촌의 고령화와 지지부진한 무허가축사(미허가축사) 적법화도 소규모 한우 농가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우 시세도 절정으로 올랐던 2016년 6월 1만9142원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과거에 비춰볼 때 소값 상승세가 꺾이는 시점이 오면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한우농가들은 재앙으로 기억하고 있는 2012년이 재현될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한우협회는 현재 송아리 마릿수와 생산잠재력, 도축마릿수를 고려할 때 선제적 수급조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 연말부터 300만두를 넘어서고 2020년까지 320만두까진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펼쳐지는 대자본 손바닥

송아지값 상승에는 중소규모 한우 농가들의 폐업과 함께 높아진 송아지 생산비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7월부터 인상된 배합사료가격으로 생산비는 더 상승될 것으로 보인다.

GS&J의 보고서 중 ‘한우 일관사육구조의 진실’에서는 중소규모 송아지 생산 농가의 출산율보다 대규모 일관사육 농가의 출산율이 약 10% 낮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송아지를 자체 번식해 사육하는 일관사육 형태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사육두수를 조절할 수 있다”며 한우협회보다 관망적인 수급예측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송아지 공급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대기업의 한우분야 진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의미를 둔 가설을 세우기도 했다.

한우산업은 축산업에서 유일하게 대기업의 손길이 뻗쳐 있지 않은 분야라는 게 통설이었다. 그러나 한우자조금은 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에 의뢰한 ‘대기업 한우산업 진출 현황’ 연구보고서를 통해 전체 한우 사육두수의 약 2.8% 수준인 약 7만두가 대규모 자본에 의해 사육되고 있음을 파악했다.

계열화사업이 활성화된 데는 가격하락기를 경험한 농민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대량생산으로 생산비를 줄여 소득을 창출하는 구조에 편입되면서다.

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김재민 실장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한우 사육규모가 15~30%를 넘어서면 생산비 차이를 활용해 의미 있는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