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농업인에 대한 불편한 진실
억대 농업인에 대한 불편한 진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2.10 2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억대 고소득 농업인의 숫자를 공개했다.
무려 1만6722명으로 증가속도로 볼 때 머지않아 2만명을 곧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곁들였다.
분포도를 보면 축산부분에 전체의 46%인 7844명이 몰려 있어 축산부분이 농촌경제의 한축임을 알 수 있는 자료였다.
문제는 간과된 것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부가가치이다.
축산부분은 채소나 과수 등과 비교시 규모화 진척도가 매우 높은 산업으로 억대 매출을 올리는 농가수도 가장 많은 품목이다.
하지만 부가가치를 따져보면 축산부분은 일반 경종농업과 비교해 빈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략 매출대비 부가가치는 26% 수준으로 1억원의 매출을 올리더라도 농가 손에 떨어지는 돈은 2600만원 남짓이다.
경종농업의 경우 품목에 따라 편차가 크겠지만 축산보다는 조금 나은 29%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말로는 억대 농업인이라 부를 수 있지만 1억원 매출의 경종농가도 실제 손에 떨어지는 돈은 많아야 3000만원 정도 수준이다.
매출액 중 상당 비용은 종자·종축 구입비, 사료대, 비료대, 농약, 동물약품대 등으로 빠져나간다.
고소득을 올리는 농업인을 육성하고 농업을 통해서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접자는 것이 아니라 실상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억대 농가의 상황이 이러할 진대 전체 112만9000호 농가 중 억대 소득을 올리는 농가를 제외한 111만1000여호의 농가는 어쩌란 말인가.
그나마 축산부분의 경우 전업농의 경우 규모화로 도시근로자 평균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재배업 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높은 지대로 인해 십 수 년째 1인당 경지면적이 제자리 수준이고 힘들게 2~3모작을 하더라도 가격의 등락이 심해 큰돈을 손에 넣기가 쉽지 않다.
농식품부는 유통과 가공까지 함께 하고 있는 몇몇 성공한 농부와 영농조합을 예로 들며 희망바이러스를 전파하려 하고 있지만 농산물 유통이 대형소매유통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농업인들이 유통과 가공까지 몰두해가며 추가 소득을 올리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억대 농업인 홍보에 앞서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 2012에서 올 농업부분 생산액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 놓았다.
호당 농가 소득은 전년에 비해 1.2% 늘지만 핵심인 농업소득은 6.8%나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기 때문이다. 농업외 소득이 6.9%나 증가해 농업에서의 손실을 커버해 주고 이전소득이 늘어나 농업인의 소득이 그나마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지지해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업소득 하락 전망은 당장 봄배추 농가들의 재배의향이 감소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봄 그리고 지난 가을 배추에서 큰 손실을 본 농가들이 배추 재배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줄어드는 농업소득을 버리고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농외소득을 찾아 농촌을 떠난다면 농산물의 공급불안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안은 있다. 바로 하나 이전소득이다. 농산물 생산을 유도하는 방식의 직접지불사업을 통해 이전소득이 농업인들의 소득의 한 축이 된다면 농업인들도 돈 걱정 없이 농촌을 지키고 농업을 사수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안정책을 이야기하고 또 한편에서는 돈 많이 버는 억대 농업인 이야기를 하는 모순된 현실을 벗어나는 길은 직접지불제와 같은 이전소득을 높여 농업인의 소득안전망을 확대하는 길 뿐일 것이다. 

축산업생산액 및 부가가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