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만만치 않은 멧돼지 소탕 작전
[기자수첩]만만치 않은 멧돼지 소탕 작전
  • 정여진 기자
  • 승인 2019.10.25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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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정여진 기자] 

양돈농가에서의 ASF 발생은 잠시 중단된 상태지만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 검출은 거의 하루에 한 번씩 발견돼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욱 긴장해야 하는 것은 멧돼지의 번식기인 11월에 이동이 활발해지는데 10월 말인 지금 멧돼지가 온 지역을 뒤집고 다닌다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

이에 농가들뿐만 아니라 수의전문가들은 정부가 효율적으로 멧돼지를 잡을 수 있는지, 35만두의 멧돼지 개체수를 과연 제대로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특히 가족단위로 서식하는 멧돼지의 특성상 한 마리만 감염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감염 멧돼지가 1건씩 나오는 것 등등 의문투성이다.

또 포획한 멧돼지의 사후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민통선 내에서 대규모 민관군 합동 포획시 놀란 멧돼지가 민통선 이남으로 남하하거나 멧돼지 사살 중 바이러스 확산 등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멧돼지에서 첫 발생했을 때를 기점으로 펜스 설치와 함께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생 초기에 ASF 전파 주요 원인으로 꼽히던 야생멧돼지에 대해 일제 수색을 벌이고 민통선 안팎으로 역학조사가 이뤄졌다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터.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며 많은 농가의 눈총을 샀지만 농가들은 환경부가 밉더라도 확실한 멧돼지 저감 대책을 세워주기를 간곡히 바라고 있다.

멧돼지가 ASF 전파의 주범이라는 것은 이제 모두가 인지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ASF 소장인 스페인 출신 호세 박사는 최근에 한 인터뷰를 통해 파주에서 처음 ASF가 발생하기 전에 아마 멧돼지에서 감염이 돼 있었을 것이라고 발언한 만큼 멧돼지는 그야말로 최대복병이다. 호세 박사의 말처럼 우리나라가 ASF 발생국으로 확정되기 이전 민통선 주변에 감염된 멧돼지의 폐사체에서 이중 매개체로 농가에 옮겨갔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누구를 탓하는 것은 ASF가 종식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방역당국이 긴급행동지침(SOP) 이상으로 방역에 노력한 만큼, 또 현재까지 살처분·수매로 37만두의 자식 같은 돼지를 잃은 만큼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으려면 온 국민이 전방위적으로 멧돼지 소탕작전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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