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총결산
아프리카돼지열병 총결산
  • 정여진 기자
  • 승인 2019.12.20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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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빠른대응...그러나 긴장 늦출 수 없어


[농축유통신문 정여진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 경과

지난 916일 국내 방역당국과 양돈농가는 처음 보는 낯선 질병에 맞닥뜨렸다.

많은 양돈 수의전문가들을 포함해 생산자단체 대한한돈협회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 북한을 넘어오면서 걱정을 안고 수많은 건의를 펼쳐왔다. 스페인, 중국 등 ASF 발생국을 보면 ASF 발생 요인이 돼지에게 음식물 폐기물류 급여, 야생멧돼지로의 전파, 해외 불법축산물 반입 등으로 꼽히기에 환경부에 이를 미리 대응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러한 의견들은 묵살됐다.

이 같은 안이함의 틈을 타 아니나 다를까 우려가 현실로 뒤바뀌었다. 지난 916일 북한과 접경지역인 파주에서 방어선이 뚫린 것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ASF 위기경보 심각단계를 공포하고 즉각적인 살처분을 진행하면서 역학조사도 빠르게 진행,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발생 후 3개월이 넘도록 원발 농가 및 국내 유입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 방송사 및 언론사에서 ASF에 대해 치사량 100%’, ‘핏물 악취등 자극적인 뉴스를 내보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조성시키는데 앞장섰다.

첫 발생 이후로 연천, 철원, 강화, 김포 등 임진강 유역을 중심으로 양돈농가에 ASF가 속속 발생했다. 양돈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불안감이 최대치로 높아졌고 방역 및 살처분 작업자들은 밤낮없이 투입됐다. 이는 하나의 국가재난으로도 비춰져 ASF 발생을 국가 재난으로 설정해달라는 국민청원도 올라온 바 있다. 하지만 특별재난지역 선포 시 살처분 보상금이 부재하고 가축입식자금도 자부담이 들어가게 되는 등 실질적 혜택이 오히려 줄게 되는 문제점이 있어 청원글이 삭제되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한편 중앙정부는 선제적 방역으로 질병이 남하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고 우리 정부는 발 빠른 대응으로 매년 발생하던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기에 차단한 경험이 있다“ASF 사태가 남쪽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가축 전염병 대응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또 이낙연 총리 및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은 발생지역을 방문점검하고 현장 작업자의 노고를 격려하기도 했다.

이어 전국의 양돈수의사들도 ASF 발생 현장에 동원됐다. 정부는 ASF 시료채취와 적정한 진료를 위해 양돈 수의사 동원 명령 조치를 내리고 양돈수의사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때 투입됐던 양돈수의사들에 따르면 방역요원들의 교육이 부족한데도 인원이 과도하게 많으며 그 와중에 수의사의 처우는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인 것은 국내 농장에서의 ASF 발생은 지난 109일 연천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연천 양돈농가 ASF 확진이 된 10일 바로 다음날에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양성이 나와 관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이동제한 피해 심각

정부는 지난 917일 파주·연천의 ASF 발생이 확정되자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내렸다. 일시이동중지는 전국의 모든 양돈농장 및 관련 작업장 등에 돼지·사람·차량·물품 등의 출입을 일시 중지하는 조치를 말한다. 이는 48시간 이내 일시중지이나 필요시 연장될 수 있는데 파주에서의 첫 발생 이후로 일시이동중지는 계속 연장됐다. 그로인해 정부는 축산 단체 모임과 행사를 자제하도록 규제했고 예정돼있던 다양한 행사들이 모두 취소됐다.

또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이동이 제한됨에 따라 농가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이동제한으로 인해 도축장이 없는 지역에서는 출하를 못해 사료를 계속 먹이다 보니 과체중 돼지가 늘어나고 분뇨도 쌓여 처치가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특히 3주간 분뇨처리가 금지되다 보니 대한한돈협회는 정부에 긴급 분뇨 소독 후 반출 허용을 요청했다. 요청한 사항은 가축 정밀검사 및 임상수의사가 확인한 후 가축 분뇨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 및 소독을 통해 지역 내 가축분뇨 처리시설에 반입을 허용해달라는 것.

또 출하 정지가 3~4주가 넘어가면서 과체중 돼지 증가 및 자돈 폐사율 증가로 상품 가치가 떨어져 농가의 피해가 상당했다. 지난 917ASF 확진 이후 돈가가 6000원대를 진입한 것도 잠시, 이내 3000원대로 폭락해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 제대로 된 보상 이뤄질까

정부는 지난 103일 경기도 파주·김포·연천 일부지역 내에 있는 모든 돼지를 대상으로 선 수매 후 예방적 살처분키로 함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양돈농장에는 돼지가 없어 텅 비었다. 양돈농가는 수십 년간 일궈온 일터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마땅한 보상을 해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농식품부고시에 의거해 살처분 농가는 살처분 당일 시세로 보상금을 산정하기로 돼있었다. 하지만 ASF 발생 이후 반복적인 스탠드스틸과 지역 간 돼지 이동금지 등으로 도매시장 기능은 마비된 상태였고 정상적인 가격 역시 형성되지 않았다. 이에 한돈협회는 정부에 ASF 발생 전월 전국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지급해달라고 건의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현실화가 이뤄졌다.

한편 살처분 농가는 재입식을 통해 소득이 발생하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폐업과 다름없는 피해도 우려했다. 정부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생계안정자금을 6개월 동안 337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2000두가 넘어서는 농가는 월 67만원 수준을 받게 돼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최근 정부는 살처분·수매 농가에 대해 6개월 이상의 생계안정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농가는 정상입식 지연보상을 요청했다. 가금 질병인 AI의 경우 입식제한기간 동안 입식 지연 보상이 시행중이기 때문에 양돈농가도 마찬가지로 미입식마릿수X마리당소득 80%X입식제한기간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재입식까지 기간이 쉽게 판단되지 않아서 폐업을 결정하는 농가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한돈농가는 영세 농가의 폐업 출구 마련이 필요하다며 FTA특별법 폐업보상기준에 준용해 3년간의 경영보상을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는 최근 가축전염병 방역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살처분 보상금으로 총 750억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정부는 가축 질병 발생시 신속한 초동대응을 위해 살처분보상금을 당초 정부안(600억원)에서 150억원을 증액하고 축산농가에 대한 생계·소득안정자금을 50억원을 증액했다. 농가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지에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ASF 감염 멧돼지 발생은 진행중

환경부는 ASF가 발생하기 전, 야생멧돼지 개체 수를 감축시켜달라는 수의전문가와 한돈농가의 건의에 멧돼지는 ASF와 관계가 없다며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다. 하지만 지난 1012일 연천과 철원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가 ASF 양성이 나오자 멧돼지 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화살이 빗발쳤다.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양성이 나오는 것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멧돼지가 ASF 전파의 주요 원인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던 한돈농가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이내 성명서를 발표했다. 해당 성명서는 그동안 안일한 대처로 일관해온 환경부가 이번 ASF사태를 초래했다며 환경부 장관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것이 골자였다. 환경부를 강하게 질타하는 성명서가 나오자 환경부는 즉시 한돈협회를 찾아 올해 30만 두의 멧돼지 개체 수를 1/3 줄이겠다며 협회의 멧돼지 관련 대책회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강원대학교 수의대학 박선일 교수는 멧돼지 개체 수를 1/3만큼 줄이더라도 내년 봄 번식기가 도래하면 멧돼지 개체 수는 금방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박 교수는 1/2만큼은 줄여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경기북부지역을 멧돼지 진공화시켜야 ASF 안정화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돈협회는 OIE ASF 위원장이자 ASF의 최고 권위자인 스페인 호세박사를 초청해 자문을 얻었다. 호세박사는 농장에서 ASF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멧돼지가 ASF에 감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멧돼지가 최대복병이라는 것이 확실시 됐다.

지난 14일까지 ASF 감염 멧돼지는 총 46건 발생했지만 농가에서는 ASF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수의전문가들은 이는 경기북부의 양돈농가에 돼지가 없기도 하지만 농가가 차단방역을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하루에 100km까지도 이동하는 멧돼지들이 남하하지 않도록 광역 울타리와 포획틀이 설치했다. 하지만 한돈농가는 여전히 멧돼지로부터 ASF 전파를 우려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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