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사]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2020 신년사]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 정여진 기자
  • 승인 2020.01.10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축유통신문 정여진 기자] 

존경하는 전국의 낙농육우인 여러분!

지혜와 근면을 상징하는 쥐의 해, 경자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목표를 이루는 방법을 크게 나눠보자면 스스로 힘을 키워 노력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외부의 조건이나 기회를 잘 활용해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정월 초하루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착하려고 가장 부지런하다는 소 위에 올라타 열두 동물 중 맨 먼저 도착한 쥐처럼 외적요인을 잘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부러운 요즘입니다. 근면과 지혜야말로 어느 시대에 살든 겸비해야 할 삶의 덕목일 것입니다.

또다시 시작에 들뜨게 되는 신년 아침에 한편으로는 덕담마저 한가하고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피할 수 없는 국내낙농의 엄혹한 현실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 여러자리에서 뵙는 회원들의 말씀과 표정에서 저는 많은 근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지하시듯, 개방으로 갈수록 위축되어가는 국내시장을 두고 감산정책으로 관리하던 형태에서도 모자라 근래 부쩍 축산환경과 관련한 정책을 통해 더욱 밀어붙이는 형국입니다. 특히나 낙농산업에 대한 제재가 이중삼중으로 다양하게 가해지고 있음을 보면서 점점 확연해지는 저의에 비애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미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를 비롯하여 착유세척수 문제, 퇴비부숙도 기준 시행 등에 이르는 일련의 축산환경 규제추세가 바로 그렇습니다.

 

무리하게 밀어붙인 미허가축사 적법화에 대한 문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제는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까지 들이대고 있습니다. 미허가축사 문제는 이행기간 부여를 통해 적법화가 가능한 농가들 외에 입지제한지역에 입지하고 있는 농가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작년 말부터 일찌감치 일선 지자체에서 폐쇄명령 움직임이 일었는데, 본인의사와 무관하게 국가정책에 의해 입지제한지역으로 묶여버린 농가들의 생존권이 심히 위협받고 있습니다. 협회에서는 지난 해 12월 제4회 이사회를 통해 구제방안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여 정부 및 국회에 전달하고 축산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요구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여러 법률에 연관해 관련한 정부부처들과 얽혀있어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최대한 구제될 수 있도록 돌파구 모색에 힘쓰겠습니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문제는 미허가축사 적법화 문제 이후 최대의 복병으로 떠오른 난제입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말 농가 이행지원방안을 알린 바가 있지만, 부숙도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해소하기에는 너무도 미약합니다. 그간 미허가축사 문제를 해결하느라 물적·심적 소진이 막심한 경우가 다수이며, 해결되지 못한 농가들 중에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농가현실은 전혀 감안치 않은데다, 관련제도 시행에 앞서 홍보기간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예정대로 올 3월 도입될 경우 무분별한 민원에 따른 과태료 처분까지 초래될 소지가 농후해 상당한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협회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농가들의 실천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조성된 후에야 규제가 시행되어야 함을 누차 밝히며, 도입시기의 3년 유예와 관련 장비지원 및 검사여건을 보완할 것을 촉구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장기간 정체되던 우유소비현상이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교우유급식률 저하와 더불어 대체음료가 점점 여남은 음용유 시장의 잠재성마저 잠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지난해 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학교우유급식제도 폐지를 청원하는 글까지 올라왔을 정도였고, 어느 지역 교육행정위원이 주최해 다수의 교사들이 참석한 학교우유급식 체계 개선 설명회에서는 우유급식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감 토로와 채식주의 예찬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를 직접 보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우유급식 선택을 돕도록 객관적 자료 제공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고 급식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겪는 애로를 최소화하도록 합리적 운영방식 모색의 필요성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학교장 재량에 따라 학교우유급식이 실시되는 가운데 우유급식을 원해도 이를 실시하지 않는 학교의 학생에게는 선택권이 없다는 점에서 우유급식의 가치를 인정치 않는 이들에게 올바른 자료가 제공되도록 계속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협회는 현장을 늘 주시하는 자세와 동시에, 상대적으로 우유급식률이 낮은 중학교, 고등학교부터 시범사업으로 우유급식과 학교급식을 통합해 실시하도록 건의활동을 지속하겠습니다.

 

원유수급 안정에 있어 국내산 치즈시장의 육성은 획기적이고도 항구적인 대책임을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현 구조상의 한계를 사유로 실질적인 방안마련의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간단치 않은 현실과 더불어 우리는 유제품시장을 둘러싼 음료시장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a2 밀크와 같은 프리미엄 우유는 지난해 초 소량 국내시장을 노크하더니 요사이 매체홍보를 통해 인지도를 넓히려는 모습이고 가정단위에서 인터넷쇼핑 등으로 판매가 점점 늘고 있는 수입멸균유는 커피음료 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려 또 하나의 시장교란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명 식물성 밀크라며 견과류를 착즙한 제품들이 웰빙음료인양 판매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유제품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영국에서 이 같은 식물성 음료의 소비증가세가 농가폐업의 증가를 유발할 만큼 무서운 속도로 음용유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며 해석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식물성제품에 마치 우유성분이 함유된 것처럼 혼란을 야기하는 업체들의 마케팅에도 우유표기에 대한 규제를 제기함으로써 대응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우유에 비해 이러한 제품들의 영양적 가치가 역으로 우수한 것처럼 조명되어지는 세태 속에서 적절한 대처 역시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지난해까지 시범조사 수준으로 실시된 국가잔류물질 검사체계(NRP)가 올해 7월 본격 시행됩니다. 잊을만하면 안티우유론이 고개를 드는 요즘 유제품 안정성 시비만한 좋은 먹잇감이 없는 만큼 사료 급이부터 착유 및 저장관리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의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목장경영과 낙농산업 전체의 인식에 있어 일체 불이익이 없도록 농가모두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드립니다.

안정적으로 영위되어야 할 생산활동이 각종 규제로 인해 점점 보장받기 힘들어지고 시장에서 소비의 판도가 달라져가는 변화의 시대 속에서 낙농생산기반의 유지를 위한 치열한 노력이 우리협회에 달려있음을 새삼 상기하게 됩니다.

경자년 새아침. 협회가 견지해야 할 비전과 우리의 급선무는 무엇이고 어떻게 최선을 다해야 할지를 되짚으며 낙농육우인 모두와 함께 헤쳐나갈 2020년을 맞이합니다.

개혁 수준의 노력이 절실한 낙농제도 문제에 있어서도 본질을 회피하려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의 유혹은 앞으로도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여전히 당장 실현가능성을 알 수 없는 이상인양 보여도 많은 이들이 같은 쪽을 바라보고 뜻을 모아준다면 현실을 넘어 지침없이 목표로 내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과는 영향을 발휘하는 자들의 생각과 마음의 크기만큼 성장합니다. 제 자신부터 역동성을 잃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내딛겠습니다. 2020년 낙농육우인 모두의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