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금배추에도 농가는 운다
[르포] 금배추에도 농가는 운다
  • 김수용 기자
  • 승인 2020.09.23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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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육부진으로 고랭지 배추수확 포기

배추 수급 불안 10월까지 이어질 듯


[농축유통신문 김수용 기자] 

30여 년간 배추 농사를 지어온 이정상 씨는 올해 배추 수확을 대부분 포기했다. 배추를 잘 키워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던 그는 배추밭 통로를 자물쇠로 단단히 걸어 잠갔다. 배추 작황을 보며 마음의 상처를 단단히 받았기 때문이다.

△이정산 씨가 망가진 배추를 어루만지며 허망한 표정으로 배추밭을 보고 있다.
△이정상 씨가 망가진 배추를 어루만지며 허망한 표정으로 배추밭을 보고 있다.

이정상 씨는 올 여름 강원도 평창군 등 고랭지 밭에서 약 10만평의 배추 농사를 지었다. 긴 장마와 태풍 등은 강원도에 많은 비를 쏟았고 비탈진 밭도 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습기에 약한 배추의 생육을 돕고 병해를 막기 위해 각종 부자재를 쏟아 부었다. 배추를 살리기 위해서 생산비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배추는 바이러스성 병해를 만나 상품이 되지 못하고 아직도 밭에 널브러져 있다. 일부 밭에서 상품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배추를 건졌지만 수확량은 전체의 10% 미만이다.

이정상 씨는 평년 1평당(10포기) 관리비가 1만원이 조금 넘는데 올해는 배추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다보니 2만원이 넘게 들었지만 건질 수 있는 배추는 10%도 되지 않았다지금 도매시장에서 포기당 8,000~9,000원에 거래되는 배추도 생산비를 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고랭지 배추 밭 상황은 이 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나마 강릉 안반데기, 태백 귀네미 등 가파른 비탈길에 심은 배추는 살아남기는 했지만 준 고랭지에 심은 다대수의 배추는 상품성이 없어 밭에 방치돼있다. 특히 양양, 강릉 등 바닷가에 형성된 준 고랭지 배추 밭은 병해충으로 수확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초 대부분의 예측 기관(업체)들은 고랭지 배추의 상태가 지난해보다 좋지는 않아도 평년 수준 정도는 자랄 것으로 전망했다. 그 당시에도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인건비가 급상승해 생산비가 많이 올랐다는 농가들의 푸념이 이어졌다.

여기에 긴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고랭지 배추밭은 쑥대밭으로 변해갔고 농가들은 배추를 살리기 위해 많은 비료와 약재를 써가며 배추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7월에 비해 관리비가 2배 정도 늘었다. 포전매매 가격까지 더해지면 생산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높은 배추가격에도 수확량이 적어 대부분의 농가나 산지유통인은 적자를 감수해할 판이다.

현재 고랭지에서 산지유통인들은 배추수급 불안이 10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통 10월이 되면 준고랭지 2, 3기작 배추가 나와야 할 시기지만 준고랭지 2, 3기작 배추들이 대부분 수해로 망가졌기 때문에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산지유통인은 고랭지 배추는 작황이 좋지 못해 수량이 없어 영향이 김장배추 초기 출하 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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