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경매 문제 투성이, 구체적 대안 내놔야”
“하차경매 문제 투성이, 구체적 대안 내놔야”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2.10.1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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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유통인 위상 높이고 규모화·조직화·전문화 이루겠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백현길 회장

산지유통인은 우리나라의 농산물 출하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산지유통인들은 우리나라 상업농의 개척자로서 우리나라 농가의 영세한 소농구조의 극복을 위한 기업농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고 있다. 또한 산지금융과 농가소득보장 및 위험부담 기능의 역할 수행과 농산물 물류체계 개선과 상품화의 현장수행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많은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산지유통인들은 현재 최대 이슈인 하차경매 시행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산지유통인들의 수장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백현길 회장을 만나 하차경매 시행에 따른 의견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들어봤다.

-배추가격 폭등 원인이 대부분 재배면적 감소보다는 산지재해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르면 산지유통인들에게 손실이 뒤따르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한 무배추 재해보험을 건의할 생각은 없는지.
▲결국 정부의 수매 및 수입을 통한 가격안정 정책은 여러 가지 산지의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가격 하향평준화를 지향하는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정책이기에 우리 산지유통인들은 정부의산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지원과 보상이 절실하다. 지난 배추가격 폭등사태 이후로 우리 산지유통인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더욱 더 안타깝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 배추의 가격변동 폭이 커지게 되면 우리 산지유통인들도 많은 손실을 감수하게 된다. 공급과 수요를 안정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측도 물론 좀 더 과학적이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될 것이지만, 정부의 비정상적인 가격안정정책을 하루 속히 바꿔야 한다.
그리고 산지의 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에 대한 보상문제나 그로 인한 공급감소, 가격상승에 대한 보상도 결국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태풍과 같은 기상재해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 보상은 국가의 책임이 가장 커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상작물과 보상단가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없는 재해보험은 현 실정에서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피해농가들의 낮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을 탓하기 전에 정부가 해야 될 몫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산지유통인들에게 최대의 이슈는 하차경매 시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차경매를 시행함에 있어서 산지여건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시행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한유련의 입장은? (유통비용절감, 물류비 개선 등등)
▲우리 산지유통인들도 농산물의 표준화와 기계화를 통한 물류비용 감소를 위해 가락시장의 하차 경매를 보편적으로 늘려가야 함에는 우리 산지유통인들도 공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적 취지에서의 개선의지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하차 경매 추진이 시작됐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하역 기계화를 통한 물류체계 개선은 ‘COST 절감’이 전제돼야 하며 관련 주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효율성과 발전성을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등 도매시장 내 특정 주체의 이권이 개입되게 된 이번 가락시장의 하차거래 추진은 원래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본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가락시장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생기는 도매시장 내 주체들의 이권다툼의 혼란 속에서 면밀한 검토없이 밀어붙이기식의 행정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하차경매를 추진함에 있어서 유통의 핵심주체인 산지의 입장이 우선적으로 반영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행실적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산지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효율성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산지에서 파렛트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전제돼야 하는 물류거점이나 공급관리 시스템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차경매는 불가능할 것이며, 산지에서의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추가적 비용의 면밀한 연구없이 실시한다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하차 경매를 실시하더라도 시장 내의유통비용의 증가문제, 불락 및 유치의 문제, 경매방식의 문제, 경매시간 과다소요 문제, 파렛트 공급회수의 문제, 하역비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없이는 산지유통인들의 협조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부정책과 관련해서 정부를 비롯한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요청하고 싶은 사항은?
▲우리 연합회에서는 하역기계화를 통한 물류현대화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추가비용과 시스템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이 수반될 수 있는 만큼 사전 분위기 조성, 하역기계화시 문제점 검증, 주체별 인식제고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추진해 주기를 당부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하차 경매를 실시함으로써 예상되는 유치 및 불락에 대한 처리문제, 상차비용문제, 동해로 인한 상품 피해문제, 제주 무 이송에 필요한 양문형 컨테이너 부족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 이러한 많은 문제들이 먼저 선결되지 않고서는 우리 연합회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하차경매에 동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90% 이상이 무?배추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식탁에 올리고 있고 김치의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무?배추의 식탁문화를 세계화, 글로벌화를 외치고 있는 국가적 현실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도매시장 운영인지, 서울시농수산물공사 만을 위한 도매시장의 운영인지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는 인식의 틀을 갖춰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농업생산 활동에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소외를 받거나 비용을 추가해서는 더욱 곤란하다. 모든 출하자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생산 및 판매할 수 있는 조건을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제공해야 하고 그러한 자격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 농업인은 가지고 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서는 불평등하고 일방적인 조건을 받아들이게 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소외감을 주는 농산물의 물류정책이 돼서는 안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가락시장 하차 경매의 전면적 실시는 전국적으로 타 지방 도매시장에 파급효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만큼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워서 가고 있다는 데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유통 개선을 위한 본래 취지의 목적으로 돌아가서 가락시장 내 관련 주체들의 문제점들을 시간을 가지고 면밀히 검토하고 연구 논의돼야 한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2단계 연구 결과 시장도매인제도 확정을 염두에 둔 설계가 아니냐는 의견과 채소 과일 통합 경매장 이용, 특수품목법인의 일반법인 전환 등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 시설 현대화사업 연구 결과와 관련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
▲최근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에 대한 공청회 소식을 접하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도매시장의 근간인 산지유통인들의 목소리가 이러한 사업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락시장의 재건축을 통한 시설 현대화로 인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아주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이러한 시설 현대화 사업의 진행이 과연 누구를 위해 진행돼야 하는 가에 대한 관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외국과 한국의 시장환경과 유통구조는 분명히 차이가 있고 타 시장에서 먼저 시행을 한 결과 유통단계의 축소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판명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도매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모든 법과 제도는 현실을 반영하고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유통 거래의 개선과 도매시장의 거래제도 개선을 위한 핵심 주체는 바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락시장의 시설현대화 그림이 도매시장 내의 관련 주체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본래의 취지인 도매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초점을 잃고 있어 아쉽다.

-앞으로 산지유통인들의 권익보호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어떤 활동을 펼칠 것인지?
▲우리 연합회 회장으로서 재임기간에 가장 역점을 두고 집중해야 할 부분이 바로 그 점이다.
정말 갈수록 어려워지는 여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우리 산지유통인 여러분들의 노고와 땀을 생각해 볼 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의 현실에 맞지 않는 무,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에 대한 강구책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 배추 재배면적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경제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산지만이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현 정책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우리 연합회를 중심으로 산지 조직화를 통해 현 유통시장에서의 산지유통인의 위상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도매시장의 제도개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산지유통인의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위해 우리 산지유통인도 규모화?조직화?전문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
아울러 생산 및 산지유통의 전문가로서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판매를 위한 전문적인 마케팅조직을 점차 강화해 나아갈 것이며 나아가 우리 산지유통인도 현 유통시장에서 교섭력을 높이고 유통개선 방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안정적인 가격의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와 발전을 해 나가는 것이 우리 산지유통인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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