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응한 차세대 농업의 생존 전략
기후변화에 대응한 차세대 농업의 생존 전략
  • 이관우 기자
  • 승인 2012.11.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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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 장영석

기후변화로 인해 미국, 호주, 남미, 러시아, 중국 등 세계적인 곡창지대가 극심한 가뭄과 대홍수로 피해가 급증하면서 곡물 생산이 크게 감소되자 국제곡물시장의 가격이 폭등하는 심각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2008∼2010년 사이의 곡물가격 폭등은 중국과 인도의 수요증가 등이 원인이었지만 최근 가격 급등은 공급감소가 주원인으로 공급충격에 따른 가격 상승은 2008년과 달리 수요를 넘어 생산량 자체의 위축과 감소로 인해 공급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점점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 감소하는 경지면적,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생산량의 증가, 예측할 수 없는 지구촌의 기후변화는 전 세계를 식량위기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쌀을 제외한 곡물 90%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런 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인구밀도가 높고 작은 국토에 70% 이상이 산림인 여건에서 식량을 100% 자급자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산업화, 도시화로 농지는 지난 10년 동안 여의도 면적의 227배에 해당하는 19만 ha나 감소하였다. 1980년대 1000만 명에 달했던 농가인구도 지난해 296만 명으로 3분의 1로 감소했다. 농업은 생산성이 낮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타 산업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 이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걱정할 때가 왔다.
식량위기 상황 속에서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지금까지는 주식량원인 벼, 보리, 옥수수 또는 콩과작물들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종자를 증식하는 방법으로 곡물생산에 이용하여 인간의 기본적인 먹을거리를 해결하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급격하게 변화되는 기상이변에 직면할 경우 안정된 곡물생산이 어려워져 식량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가져올 수 있기에 예전에는 주식이 아닌 구황작물의 성격을 지닌 땅속작물을 활용하여 중장기적으로 식량수급 안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땅속작물의 수량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작물의 선정, 품종육성, 재배기술개발 등이 요구된다.
둘째, 고구마, 카사바, 얌, 야콘, 마 등과 같이 전분을 생산하는 땅속뿌리작물 또는 감자, 땅콩, 뚱딴지, 토란, 곤약, 등과 같은 땅속줄기작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 땅속뿌리 또는 땅속줄기 작물들은 영양체로 후대를 이어 나가며 땅속에서 영양체를 키워 생산하기 때문에 심각한 기후변화에도 인간에게 안정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농경지 확보와 더불어 효율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더 이상 농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유휴농경지, 4대강 수변구역, 간척지 등을 활용하고 겨울철에 노는 땅을 이용해 사료작물을 생산하면 수입 곡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넷째, 식량수입 국가를 다양화 해야 한다. 일본은 식량자급률이 낮지만 20여 년간 안정적인 해외 공급처를 확보했다. 중국도 식량자급률 목표를 95%로 설정하고 해외 식량 확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 곡물 자원개발에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민간 차원의 해외 곡물 확보 방식에 의존하기보다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 생산자 단체나 국가 차원의 개발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과제는 적절한 제도와 충분한 기금, 그리고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업이 사양산업이 아니라 생명산업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농업이 시장논리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생명산업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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