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유통단계 축소 지시 그냥 지나칠 일 아니다
박 대통령, 유통단계 축소 지시 그냥 지나칠 일 아니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03.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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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업계 유통단계 축소 발언에 분노할 때

박근혜 대통령은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물가를 잡는 가장 근본적 방법으로 유통단계 축소를 꼽으며 이번 정부에서는 꼭 성공시킬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매번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내비치는 유통구조 축소는 이번 정부에서도 반복적인 이슈로 부각됐다.
유통단계 축소가 농산물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이 논리는 도대체 누가 주창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이번 현장방문 후 개최된 간담회에는 유통전문가 여럿이 배석해 토론회를 가졌다고 하는데 대통령에게 유통단계 축소와 물가안정은 연관이 없다는 이야기를 아무도 꺼내지 않은 것으로 보아 결국 비전문가들이 앉아 토론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농산물의 유통은 농협이 주류가 아니라 재래시장 등 소상공인과 도매시장의 중도매인들이 짝을 이루는 유통경로와 산지와 대형마트가 짝을 이루는 직거래 경로 2가지가 경쟁하고 있다.
공존보다는 대형마트가 강력한 자본력을 무기로 재래시장-중도매인들의 영역을 무너뜨리며 독주체제로 접어든지 오래다.
중도매인-소상공인 그룹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로 지적한 7단계 유통구조를, 산지-대형마트는 직거래를 하고 있지만 때마다 방송되는 장보기 물가 정보는 재래시장이 대형마트 보다 싸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본지에서 이미 수차례 보도했던 것처럼 농산물 가격안정과 유통구조는 큰 연관이 없다는 증거로 농산물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조화라는 것이 여러 사례를 보면 쉽게 증명되고 있다.
지난 12일 현장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유통이 아닌 수급을 이야기 했다면 현장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대통령 그리고 정권으로 기억될 수 있었겠지만 전임 정부에서 엄청난 수업료를 치루며 깨달은 것을 이번 정부에서 다시 들고 나왔기에 유통업계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농협 하나로클럽에서의 박대통령의 발언을 다시 정리하면 중간유통인들을 고사시키고 농협이 유통을 책임지라는 것으로 “유통인들은 농산물 유통에서 손을 떼고 다른 일을 찾아보라”는 통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발언이 곧바로 정책으로 만들어지는 관례로 볼 때 정부는 농산물 유통단계 축소를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유통업계의 반응이다.
잘못된 발언, 현장을 모르는 전문가들의 정책에 대해 어느 단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본지는 계속된 정부의 유통단계 축소시도는 유통업계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유통업계도 책임이 있고 사분오열되어 있는 유통단체들이 연합회 결성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에 목소리를 낼 필요성도 지적한 바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유통업계는 본인들이 처한 현실 그리고 순기능을 정리해 청와대, 정치권, 정부, 언론에 알려야 할 것이다. 아니 알리는 수준을 넘어 정치권의 불합리한 발언에 대해 도소매업계가 이제는 분노를 표출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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