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제2의 가든파이브 우려 된다”
“가락시장 제2의 가든파이브 우려 된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3.11.15 09: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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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보다는 도매시장 본래 기능에 충실해야

#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투입 예산 대비 효용 글쎄?

정부와 서울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국책사업으로 지난 2009년 총 사업비 7000억원으로 계획해 시작한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현재 1단계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국토연구원에서 당초 2018년 완공을 예정으로 하고 있는 이 사업이 2025년으로 완공시점을 늦춰야 하며 공사비도 1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검토내용이 알려짐에 따라 이 사업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희 교수는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시설현대화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교수는 먼저 지난해 3월 개장한 군산공설시장의 예를 들었다. 군산시가 약 200억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해 개장한 군산공설시장 현대화 사업이 투입 예산대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군산공설시장의 경우 현대화 된 건물을 올려 노점상들에게 큰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라며 “오히려 완공 후 건물을 운영하는 데 드는 관리비용이 부과돼 노점상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으며 그 비용만큼 장사가 잘 되면 다행이지만 그만큼의 효과는 없다고 노점상들이 볼멘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도 “정부와 서울시가 시장인프라에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지만 가락시장의 주요 기능인 도매유통의 경우 시장이 현대화 된다고 해서 중도매인들의 거래량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교수는 “시설현대화는 시장 본래의 기능에 중점을 둬 시설현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가든파이브도 청계천의 공구상가와 공장 대체상가로 계획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성격과 전혀 다른 건물을 지어 올려 문제가 됐다”며 “가락시장이 제2의 가든파이브가 되지 않도록 이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가수의매매, 정부주도 비율 늘릴 필요 없어.
 
최근 효용성 논란이 되고 있는 정가수의매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바꿔 정가·수의매매를 전면 허용했지만 기존 경매방식에 비해 중도매인들에게 큰 매력이 없어 그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전체 도매시장에서 정가수의매매의 비율은 10% 남짓.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9월 ‘친환경농산물 소비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친환경농산물 정가·수의매매 비율을 2017년 6% 선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까지 설정했다.
 
이 교수는 모든 유통방식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한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정가수의매매 비율 목표까지 설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정가수의매매가 모두에게 유리하면 그 비율이 자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경매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정가수의매매인 만큼 굳이 정부에서 나서서 정가수의매매를 유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가수의매매라는게 어떤 스펙을 수요자가 요구하게 되는데 그렇지 못한 농산물이 주로 시장에 출하되고 이를 가공용 등으로 사용하는 대량구매자나 외식업자들이 중도매인들을 통해 이들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라며 정가수의매매와 같은 방식으로 이미 많은 유통채널에서 직거래를 하고 있는데 도매시장마저 특정한 스팩의 농산물만 거래되는 수의매매를 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생산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므로 정가수의매매가 마치 유통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그리고 정책과 예산을 그에 맞춰서 세우는 것에는 비판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일치점이 시장 상황에 따라 형성되 듯 정가수의매매도 시장의 논리대로 기존경매방식과 병행될 수 있도록 제도만 열어 놓는 수준에서 정부의 역할은 종료되야 한다”고 밝혔다.
 
# 산지유통인 역할 재고해볼 필요.
 
농산물 가격의 등락폭이 심화될 때마다 우리 언론은 유통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그 핵심에 산지유통인들이 투기적 행위가 문제를 키웠다는 식으로 비하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산지유통인들의 역할에 대해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랭지 배추같은 경우 생산자들은 배추생산에서 1/3도 담당하지 않는다”며 “산지유통인들이 계약을 통해 배추생산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산지유통인들이 농민들을 규합해 규모화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이들을 비판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고 이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법인화를 장려해 규모화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 오히려 옳다”고 덧붙였다.
 
# 직거래 대안 아니다.
 
농민들에게는 제값을 주고 소비자들에게는 싸게 공급하자는 취지의 직거래 모델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5월 내놓은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에도 포함된 직거래 활성화는 정부나 생산자단체, 농협 등이 최근 각종행사를 진행하는 등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유통방법에 비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고 점유율도 미미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이 유통방식에 대해 곰곰이 따져봐야 할 문제가 여러 가지 있다”며 “잘못하면 직거래가 환상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직거래라는 것 자체가 유통비용을 줄이자는 것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많은 대형수요처들이 직거래보다는 농산물 구매를 위해 밴더(vendor, 유통상인)를 활용하는 것을 보면 직거래가 비용효율성 면에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직거래를 유도하며 꾸러미나, 온라인판매, 직매장 오픈 등에 직거래 사업자를 양산할 경우 직거래 사업자간 경쟁으로 오히려 농가들에게 불리한 사업이 된다고 설명했다.
 
# 이름만 붙이는 브랜드 사업 이제 그만할 때.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농산물 브랜드 사업에 대해서도 입을 뗐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브랜드들에 대해 이 교수는 “이름만 붙여 파는 브랜드는 이제 그만할 때”라고 지적하며 “1세대 브랜드 사업이 이름을 잘 짓느냐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만들어진 브랜드를 통해 맛있고 안전하다는 연상이 될 수 있도록 이미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이를 위해 브랜드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각 지역 농산물 브랜드를 생산하는 농민들에 대한 교육도 선행돼야 하며 각 브랜드 사업주체의 판단에 따라 브랜드의 통폐합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에서 브랜드의 구조조정에 개입하지 말고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며 “이제는 브랜드에 걸맞는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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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리 2013-12-19 11:54:19
이교수님, 가락시장과 관련하여 상당히 적절한 지적입니다. 현행 방식의 재건축! 하드웨어 측면에서 다소 개선될 수 있겠지만, 시장경제의 원리가 원활히 작동되도록 획일적인 상장경매제를 근본적으로 보완하는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가락시장을 떠나려는 분들이 줄을 서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