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농민·양심적 소비자 상생시장” 으로의 정착 필요
“정직한 농민·양심적 소비자 상생시장” 으로의 정착 필요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5.04.09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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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농축산물 유통정책 진단 - 직거래 확대

농민-‘판로확보’ 소비자-‘신선·안전’ 필요에 의한 공존 추구
직거래 성패, 신뢰 기반한 접근성 확보···관계시장 구축이 핵심


■ 성장하는 직거래 유통···일단은 합격점

‘직거래’하면 일반인들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거래를 떠올린다. 농산물 유통에서 직거래는 다소 복합하다. 일반 개념보다는 다소 넓은 의미로 해석하는 데 도매시장을 경유하지 않고 중간도매상이 없는 거래형태를 의미하며 ‘시장외 유통’이나 ‘장외거래’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도매시장을 경유하지 않는 직거래는 대표적으로 6가지 유형이 있다.  용진농협 등에서 운영 중인 로컬푸드 직매장, 흙살림 등 생산자단체가 꾸러미형태로 소포장해 발생하는 꾸러미사업, 과천 바로마켓과 같은 직거래장터, 온라인 몰 운영자가 주문을 받고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직거래몰, 생산되는 거점에서 선별 포장 후 지역별로 물건을 판매하는 APC 방문판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 중인 사이버거래소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들 대안유통을 통해 거래하는 규모는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2013년 거래액 694억원에서 지난해 1704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직매장 개수 역시 같은 기간 32개소에서 71개소로 2배 이상 뛰었다.
 
꾸러미와 직거래 장터 또한 13년 대비 14년 매출실적이 각각 65.3%, 15.6% 증가했다. aT 사이버거래소를 통한 B2B(기업과 기업의 전자상거래) 역시 1년 만에 1조 이상 성장하는 등 대안유통은 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 시장분석 등 전문인력 확보 시급

이 같은 결과물이 나오자 정부에서도 신유통경로 발굴에 더욱 매진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5월 정부가 발표한 유통구조개선 보완대책에는 직거래와 생산자단체 계열화 등을 확대해 유통비용을 1조원 절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직거래와 유통계열화를 묶어 성장 목표치도 설정했다. 이들 유통 비중을 2017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신유통경로 확보를 위한 사업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는 데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우수사례라 일컬어지는 용진농협과 여수농협 김포농협을 제외하곤 딱히 그렇다할 선진사례를 찾지 못하고 있고 온라인 몰도 대부분 규모가 작아 자연재해 등과 같은 한번의 위기로 경영난에 처할 위험이 상존한다.  직거래장터 또한 정부의 보조와 지원으로 형색을 유지하고 있으며 로컬푸드 열풍에 힘입어 우후죽순 생겨나는 열악한 직매장도 허다하다.
 
만약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직거래 사업은 자칫 몸집불리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과도한 지원정책은 오히려 유통시장의 교란과 영세 농민들의 급속한 구조조정까지 불러오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대형 프렌차이즈업계에서는 카페베네가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려 낭패를 봤고 화장품 브랜드인 아리따움과 제빵업계의 선두주자인 파리바게트 역시 우후죽순 생겨나는 매장에 부담을 느껴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성공한 프렌차이즈들은 시장 전문가들이 포진해 정확한 시장성과 소비지를 분석해 매장을 내고 사업주의 경영상황까지 고려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한다. 커피업계 1위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 소비지 접근성과 철저한 시장분석 성공요인
 
그렇다면 성공한 직거래의 비결은 뭘까. 성공한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대형프렌차이즈처럼 시장분석과 준비기간 그리고 사후관리가 철저했다는 점이다.
 
용진농협의 경우 1년6개월의 긴 준비기간을 거쳤고 김포농협도 직매장이 첫 선을 보이기까지 용진농협을 벤치마킹하고 작목반 중심으로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구체화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여수농협은 매장 개설 이후에도 꾸준한 설문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소비지 접근성 또한 뛰어나다. 여수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인구 30만명의 중소도시에 위치해 있는 데다 순천, 광양시가 인접해 있으며 매장 인근 지역 14개 아파트에 9500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김포농협의 경우 32만명이 거주하는 도농복합도시로 서울이라는 대도시와 인접해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앞으로는 한강 신도시 건설 등으로 인구가 50만명으로 늘어날 호재도 있다.
 
이들 매장의 또 다른 특징은 출하자 대부분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로 고령농, 영세농, 가족농으로 안정적인 판로개척이 절실해 이름을 걸고 납품하는 그 자체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와 이들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국외로 눈을 돌리면 일본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성공한 파머스마켓의 경우 채소소물리에라는 전문가를 확보에 구색확보와 품질관리에 공을 들이면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출하자들이 직매장 담당자보다 소물리에 등과 같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는다는 일본 내 설문조사도 눈여겨 볼 만하다.
 
■ 직거래 시장, 철학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직거래 시장은 도매시장과 대형유통업체를 통한 주 유통경로와는 별개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광역시를 중심으로 직매장을 구축할 필요가 있고 서울과 인접한 경기권 시장 개척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직거래 유통은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다. 사이버거래는 예외가 될 수 있지만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서울을 중심으로 인구가 밀집해 소비시장의 한계가 있는데다 고령농 위주의 출하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
 
최근 만난 한 직거래 관련 전문가는 “직매장의 경우 소외받는 소규모 농가와 고령농의 복지문제를 로컬푸드를 통해서 풀어보자는 게 핵심”이라며 “농업문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농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며 농민과 소비자의 관계설정을 신뢰 속에서 쌓아 지속 할 수 있도록 재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거래 시장은 경쟁시장과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와 농민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맺는 관계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시장은 소농을 중심으로 한 직거래와 대농을 중심으로 한 도매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제는 성장의 한계가 있는 만큼 짜임새 있는 직거래 활성화 정책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부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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