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체리부로 인수 가능성 그리고 산업전망
농협, 체리부로 인수 가능성 그리고 산업전망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05.04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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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착화된 닭고기시장, 지각 변동 일어날까

농협중앙회가 중견 닭고기 수직계열화회사인 체리부로의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관련 보도가 한동안 줄을 이었다.

국내 닭고기 산업은 하림그룹을 중심으로 과점시장 구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후발주자의 시장 확대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앞으로 닭고기 시장은 하림과 든든한 모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는 동우․참프레가 양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는데, 농협과 업계 4위인 체리부로의 인수합병 설은 시장에 뜨거운 반응을 불러 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4월초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농협의 체리부로 인수설은 점차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농협도 이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고, 닭고기 가격 상승으로 예기치 못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체리부로도 현재로서는 급할 게 없기 때문이다.

농협과 체리부로 인수합병 가능성과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해 본다.


■ 체리부로는 어떤 회사
천호인티, 화인코리아 등 1세대 양계회사들과 달리 체리부로는 2세대 닭고기 수직계열화업체로 손꼽힌다.
1990년 정부의 육계수직계열화업체 육성사업 발표 직후인 1991년 법인을 설립해 1993년 닭가공공장을 준공 본격적인 수직계열화사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당시 닭수직계열화사업에 진출한 기업은 체리부로 뿐만 아니라, 1990년 하림, 1993년에는 동우가 진출했고 미원도 천호인티로부터 수직계열화사업을 인수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뿐 아니라 축협중앙회 등 많은 사업자들이 정부의 육성정책에 편승 닭수직계열화사업에 진출했고, 여러 업체가 인수와 합병, 청산을 거듭한 끝에 현재의 시장구조가 만들어 졌다.

체리부로도 시장 상황을 읽고 진출한 기업답게 2002년까지 하림과 근소한 규모로 업계 2~3위 자리를 유지해 왔으나 2003년 본사가 있는 충북지역에 발병한 고병원성 AI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어려움에 빠졌다.

이후 이지바이오그룹의 우호지분투자를 통해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신 공장을 준공하는 등 산업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투자를 계속 진행해 왔다.

현재 2개의 양계전문배합사료 회사, 종계생산과 부화를 담당하는 한국원종, 부화장 및 종계사육을 담당하는 계영농산, 삼계전문회사 금계, 치킨프랜차이즈 사업을 담당하는 153농산, 제주지역서 닭계열화사업을 담당하는 한라씨에프엔 등 육계관련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림, 참프레에 이어 비교적 가장 최근 도계장을 준공한 업체로 이전까지 도계공정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워터칠링방식(도축 후 냉각을 물에 담가하는 방식)이 아닌 에어칠링 방식을 적용한 하루 30만수를 처리할 수 있는 도계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점, 특히 육계공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종계를 생산하는 원종사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여기에 현재 시장점유율 4위이지만 생산능력은 동우와 엇비슷해 유동성 문제만 해소된다면, 시장점유율을 10%대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기업이다.


■ 체리부로 왜 농협인가?
체리부로 창업자이고 현재 대표이사인 김인식 회장은 국내 축산역사의 산 증인 중 한명이다.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퓨리나와 미원그룹 등을 거쳐 만 50세 되던 1991년 체리부로를 창업한 김 회장은 40여년 가까이 국내 축산업에 투신해 왔다.

문제는 그의 축산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녀 중 체리부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가 없다는데 있다. 어느덧 70대 중반을 넘어선 김인식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회사를 키워나갈 후계자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체리부로는 이로 인해 반복해 인수합병설에 시달려야 했다.

법정화의 중이었던 체리부로에 거액을 투자했던 이지바이오는 체리부로를 인수하게 될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지바이오는 2011년 마니커 경영권을 확보하고, 같은 해 체리부로 주식을 모두 매각하면서 전망을 비켜갔다.

특히 하림, 마니커, 동우 등 경쟁 닭고기 회사들의 경우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안정적 성장을 해나가고 있는 것과 달리, 체리부로는 늘 자금난을 겪어왔고, 동우나 마니커 보다 생산능력이 월등히 앞섬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지 못하며 기업 성장의 한계에 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닭고기 시장도 하림 중심으로 완전히 구조가 고착화 하면서 웬만한 투자로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축산분야 대표조직이지만, 투자시기를 번번히 놓쳐 육계분야에서는 존재감을 잃어버린 농협중앙회의 필요가 맞닿으면서 농협과 체리부로 간 인수합병 설이 불거진 것이다.

현재 농협은 자회사인 농협목우촌을 통해 육계계열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점유율 3% 미만으로 시장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육계농가들로부터는 농협이 육계부문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조합원인 사육농가들이 민간업체에 종속돼 고통 받고 있다며 농협 역할론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 어떤 시너지 있나
농협과 체리부로의 만남은 어떤 시너지를 가져다 줄까?

먼저 체리부로는 육계계열화사업을 위한 모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최신 도계시설과 한국원종은 매력적인 인프라다.

농협의 경우 회원농축협과 중앙회가 운영 중인 2200여개의 하나로클럽이라는 소매판매망이 갖춰져 있다. 현재 농협목우촌의 생산능력으로는 하나로클럽 전체에 입점이 불가능해 대부분의 매장에 하림이 목우촌을 대신해 닭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체리부로가 농협경제지주 계열사로 편입되는 순간 체리부로 닭고기는 전국 하나로마트에 입점이 가능해지면서 공장 가동률을 높여 시장점유율을 단숨에 끌어 올릴 수 있게 된다.

기존 거래처까지 합할 경우 1위 하림은 어렵더라도 2위 동우·참프레에 근접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농협은 메인 사업인 배합사료 부문이 한우와 낙농사료에 집중되면서 2년 연속 판매량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제품 다각화를 위한 중소가축사료 시장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수직 계열화된 양계부문의 경우 계열주체 대부분이 배합사료부문을 소유하고 있어 농협이 양계사료 시장 확대는 사실상 막혀 있었다. 체리부로가 농협경제지주로의 편입은 단숨에 양계사료 시장 확대로 이어지면서 정체되어 있던 농협의 배합사료 사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농협과 체리부로간의 만남이 양사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 급할 것 없는 양측, 한발씩 물러나
이러한 필요에 의해 협상은 시작됐지만, 협상 초기부터 양쪽이 생각하는 조건은 큰 차이가 나면서 현재 협상은 거의 중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협의 경우 협동조합의 특성상 책임 경영이 되지 않아 전략적 판단에 의한 적극적인 인수 투자가 어렵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오너의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투자가 신속히 결정되고 투자실패나 손실에 따른 책임도 오너가 지는 민간기업과 달리, 농협회장은 비상근직이어서 경영상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고 책임을 져야 하는 대표이사의 경우도 전문경영인이기 때문에 장기적 투자보다는 단기적 실적에 더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투자 실패나 손실에 따른 책임은 윗선이 아닌 집행간부와 담당직원이 고스란히 져야 하기 때문에, 기업문화가 매우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배팅도 감정가를 크게 넘어 설 수 없는 상황이다.

체리부로 입장에서는 앞서 이뤄진 이지바이오의 마니커 인수 등을 감안, 마니커보다 생산능력이나 보유인프라 면에서 월등히 앞서나가는 체리부로가 저평가 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현재 협상의 진척 속도는 매우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 정부·양계업계 중재 필요
농협과 체리부로의 협상이 더 빨리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3의 주체가 중재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도록 육계농가들이 강력한 투자요구를 한다면 농협의 움직임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사실상 전체 육계농가 중 2~3%의 농가들만이 조합원으로서 활동하고 있고, 대부분의 농가가 민간계열화사업에 참여하며 조합원으로서 당연한 권리마저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이번 투자를 통해 만회하라는 요구는 합리적 목소리를 들릴 수 있다.

더불어 체리부로에도 농협이 수용하기 힘든 무리한 요구를 어느 정도 거둬들이고 다른 부분에서 기업의 가치를 높이 평가 받고 또 창업자의 자존심 또한 지켜줄 수 있는 협상안을 역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중재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민간기업 중심의 높은 산업집중으로 여러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체리부로의 농협 인수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

농가와 계열주체간의 갈등은 2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해결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농협의 닭계열화사업 확대를 통해 민간계열주체에 대한 견제 강화였다.

농협의 견제역할이 필요하다면, 농협이 적극적으로 인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 마련을 해주어야 하는데 정부의 지도만큼 농협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이미 농식품부는 농우바이오의 농협인수, 동부팜한농의 유리온실 매각 등에 깊이 관여한바가 있다. 이번 건도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 중재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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