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급조절 기준·원칙 흔들리면 피해만 양산”
“농산물 수급조절 기준·원칙 흔들리면 피해만 양산”
  • 김수용 기자
  • 승인 2021.04.02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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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


[농축유통신문 김수용 기자] 

  •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시장혼란 방지
  • 선제적 수급조절로 과잉생산 난관 극복해야
  • 정가·수의매매 기록상장을 위한 도구로 전락
  • 도매시장 경쟁체제 없으면 쇠락의 길 걸을 것

노지채소 생산의 흥망성쇠는 하늘과 동업을 잘했느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상여건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최근에는 이상 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롤러코스터를 타며 더욱 들쑥날쑥해졌다. 노지채소 재배에 까다로운 현장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이유다. 전국의 산지유통인들은 품목 특성에 맞는 재배기술과 인프라를 장착하며 노지채소 생산의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긴 장마와 태풍으로 고랭지 노지채소밭은 물바다가 되기 일쑤였고 배추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자 당시 많은 농민들은 배추밭을 포기하고 내년 농사를 기약할 때 산지유통인들은 공급대란이 예고된 배추를 조금이나마 더 생산하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배추를 살려냈다. 기계가 닿기 힘든 곳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물을 빼는 작업을 하거나 산지 작업조를 투입해 물꼬를 트는 식이다. 이들은 농산물이 과잉될 때는 산지에서 격리시켜 가격을 안정시키고 수급이 부족할 때는 그간의 영농 노하우를 접목해 죽어가는 채소도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재주꾼들이다. 농축유통신문은 창간 32주년을 맞아 최병선 한국농업법인중앙연합회장을 만나 농산물 수급을 비롯한 유통에 산적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편집자 주>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

 Q. 다음 달인 5월 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 그간 소회는.

A. 매일 밤 가락시장에서 진행되는 노지채소의 경매를 지켜보고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또 회원의 권익보호를 위한 변화를 이끌어 가려고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지만 쉽지 않았다. 농산물 유통 구조개선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되며 앞으로도 변화를 위해 헌신하겠다.

 

Q. 지속적인 기상악화로 노지채소의 수급조절이 힘든 상황인 만큼 산지유통인의 고충도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장 상황은 어떤가.

A. 최근 기상 이변으로 농산물 수급 문제는 더욱 어려워졌다. 각종 과학기술과 농업 생산 인프라가 발전됐다고 하나 아직까지 천수답 농업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농민 소득에 수급이 끼치는 영향은 더욱 커졌고 수급 조절 정책은 더욱 중요해졌다. 산지유통인들도 정부의 수급조절 노력에 발맞춰 최대한 협조를 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정부가 수급조절매뉴얼까지 지키지 않으며 인위적인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어 산지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수급조절은 꽤 어려운 모양새다. 올해 겨울배추 생산비는 자체 조사결과, 10kg 당 약 1만 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겨울 내 배추가격이 생산비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정부가 배추가 부족하지도 않았음에도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 하나만 가지고 도매시장에 저장배추를 방출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 내리는 등 농가 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배추는 수급조절 매뉴얼 상 1700원 이상이 3일 이상 지속될 경우에만 정부의 비축물량이 방출될 수 있지만 이번처럼 정부가 매뉴얼을 무시하고 물량을 시장에 방출하는 것은 농민을 두 번 죽이는 처사다. 반대로 무, 양배추는 공급 과잉 상태가 몇 달간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소비자만을 생각하는 정책으로 일관해 농민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여름에도 정부는 연합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뒤늦은 수매를 결정해 품위가 떨어진 농산물을 비축했고 계획량마저도 채우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산지유통인들의 고충이 가중됨은 물론 널뛰기하는 채소가격을 바라보는 소비자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정부가 기준과 원칙을 갖고 수급조절매뉴얼을 지켜 수급조절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현장의 혼란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Q. 올해 수급 조절 방법은.

A. 현재 제주 무의 경우 과잉 생산으로 생산비가 20kg 6,000(상품)이 나오는데 1일 기준으로 6,000원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무를 생산하고 판매해도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얘기다. 무의 경우 제주도 생산량이 많은 만큼 선제적으로 지역에서(제주) 무를 격리시켜야 한다. 내륙에서 재배되는 채소도 마찬가지다. 생산이 과잉되면 산지에서 적극적으로 격리시켜야 수급조절이 가능하다. 또 비축 물량을 시장에 내놓더라도 품질 좋은 상품으로 질을 끌어 올리지 않고 출하하면 시장 혼란이 가중된다. 유통질서를 정부가 흔들면 안 된다는 얘기다. 올해는 정부가 다각도로 수급 조절 문제점을 분석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주길 바란다.

또한 산지유통인들도 서로 간 선의의 경쟁은 좋지만 과잉경쟁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올해 기상여건이 나쁘지 않다면 충분한 농산물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정 가격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와 산지유통인들이 선제적 수급조절을 통해 난관을 이겨냈으면 한다.

 

△지난해 11월 20일 최병선 회장은 가락시장의 양배추 중도매인들과 상생협약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20일 최병선 회장은 가락시장의 양배추 중도매인들과 상생협약을 진행했다.

Q4. 도매시장 카르텔에 대한 불만이 높다. 이유를 설명해 달라.

A. 1985년 가락시장이 개장되고 약 3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매시장법인이나 중도매인 간 경쟁으로 도매시장이 더욱 발전했어야 하지만 나눠먹기식 시장이 돼버린 듯하다. 주체별로 카르텔이 생겨 농민과 소비자가 설 자리가 점차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도매시장법인에서 같은 물건을 경매에 내놓더라도 A경매장과 B경매장의 가격차이가 발생한다. 중도매인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 가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경매장에서 배추가 7,000(10kg, 상품)에 낙찰되고 B경매장에서 1만 원에 낙찰됐어도 소비자 판매가격은 '1만 원+@'로 결정된다. 많은 농산물을 입찰시켜 기준가격을 만들겠지만 출하자의 농산물 하나하나를 적극적로 경쟁시켜 좋은 가격을 받아야 할 주체인 도매시장법인의 기능이 점차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도매인들도 마찬가지로 서로 경쟁하지 않고 낮은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하려고 서로의 눈치만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매제도의 모순이다.

때문에 연합회에서는 시장도매인제도 등의 거래제도 다양화를 통해 출하자의 교섭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산지유통인의 가격 교섭력이 낮아 중도매인이 원하는 가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팔아야 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들이 형평성을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농산물을 입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또 결국 최종적으로 입찰을 할 사람이 많아져야 충분한 경쟁이 필요하므로 입찰 할 수 있는 중도매인이나 매매참가인의 확충이 필요하다. 이러한 여건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농가는 도매시장에 돈을 벌어다 주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Q5. 정가·수의매매에 활성화에 대한 입장은.

A. 현재의 정가·수의매매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나오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단지 정부가 정가·수의매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매시장법인에게 떠넘기고 평가를 하다 보니 형식적인 방법만 나왔을 뿐이다. 실제로 가락시장에서의 정가·수의매매는 예약 형과 당일 형이 있지만 이와 관계없이 경매 30분 전에 문자로 비공개로 경매로 진행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또 현재의 정가·수의매매는 기록상장을 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수입농산물이나 알타리, 쪽파 등은 전부 정가·수의매매의 기록상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도매시장법인은 앉아서 정가수의매매 평가점수와 수수료를 챙긴다.

이러한 문제점은 산지의 교섭력이 낮아 정가수의매매가 진행되더라도 구매자 입맛에 맞게 진행되다보니 출하주는 정가수의매매를 꺼리게 되는 것이다. 농협이 대신 정가수의매매로 농산물을 거래해주면 좋겠지만 현재 가락시장에서 농협공판장은 무배추를 거래하지 않고 있다. 현재의 정가수의매매는 구매자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관건인데 결국 리스크는 농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단점을 고치지 않는 한 활성화는 어렵다고 본다.

또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해서는 마케팅 능력을 높아야 한다. 수집과 분산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서로가 필요한 물건을 찾아 전달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줄여만 경쟁력 있는 농산물 분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6. 거래제도 다양화의 입장은.

A. 시장도매인제도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고 독점구조에 있는 도매시장법인의 경쟁을 촉발시키기 위해 하나의 방안으로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을 이야기 한 것이다.

실제로 회원들의 시장에 대한 불만을 들어본 결과, 경매에 대한 불신이 높았다. 그래서 회장이 된 후 매일 밤 경매장에 나가 가격형성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니 현재의 경매제도에서는 회원들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에 경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장에 왜곡된 가격 발생, 중도매인 카르텔 등으로 이미 정해진 순서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다보니 도매시장이 활성화가 되기 어렵다. 경쟁력이 너무 낮다. 이러한 방법을 해결하기 위해 도매시장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시장도매인제도보다 더욱 경쟁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떠한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Q7.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수많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 나온 결론은 유통에서 경쟁은 곧 수취가 제고이다. 적극적인 경쟁력을 발생시키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도매인제도 도입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법과 제도를 잘 지키지 않는 도매시장의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도매시장은 점차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이다.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합리적인 유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산지유통인을 위한 전용 APC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산지유통인 스스로가 수급조절부터 농산물 고급화까지 앞장서 만들며 농산물 유통시장을 주도해나갈 것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수급조절 없이 자연스럽게 민간영역의 수급조절이 진행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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